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강호에 사는 선비의 삶을 한가로이 낚시와 경치를 즐기는 어부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강호(江湖)에 사는 선비의 삶을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며, 경치를 즐기는 한가로운 늙은 어부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노래이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되고, 6박 도드리장단으로 노래한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24정간이며, 약 29분이 소요된다.
어부사는 그 연원이 고려시대에 있으나, 원작자는 미상이다. 12가사로 불리는 현행 어부사는 이현보(李賢輔:1467~1555)의 어부사와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어부사시사〉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8장으로 만든 것이다. 가집 『고금가곡(古今歌曲)』(1764 추정)ㆍ『(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1863) 등과 가보(歌譜) 『협율대성(協律大成)』에 노랫말이 실려 있고, 양금악보인 『아양금보(峨洋琴譜)』에 선율이 실려 전한다. 문헌에 따라 〈어부가〉 또는 어부사(漁父辭) 등으로 곡명이 다양하다.
○ 역사 변천과정
이현보의 어부사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새롭게 재구성한 현행 어부사가 언제부터 불렸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늦어도 18세기에 가창된 사실이 여러 문헌에 보인다.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막북행정록〉에는 1783년에 어부사가 〈선유락(船遊樂)〉을 출 때에 불린 기록이 있다. 또한 『고금가곡』에는 〈춘면곡〉과 함께 어부사가 소개되어 있다.
서도지역에서 〈배따라기〉 노래를 춤으로 만든 〈선유락〉에 어부사를 창사로 부른 정재가 궁중에 유입되면서 정재 창사로 불린 어부사도 전국으로 전파되었다. 진주 교방의 가무악에 대한 기록인 『교방가요(敎坊歌謠)』(1872)에는 정재 〈선악(船樂)〉을 출 때에 부르던 어부사 노랫말이 전한다. 그 사설은 현재 전창되고 있는 12가사의 어부사와 대체로 같다. 다만 『교방가요』 어부사는 현행 제4장과 제5장 사이에 “탁영가파 정주정(濯纓歌罷 汀洲靜)하니 죽도자문 유미개(竹島紫門 猶未開)라~”로 시작되는 새로운 장이 하나 추가되어 전체 9장으로 구성된다. 제9장은 초편(1ㆍ2ㆍ3장), 중편(4ㆍ5ㆍ6장), 종편(7ㆍ8ㆍ9장)으로 나누어 있다.
어부사의 반주선율이 전하는 고악보는 『아양금보』가 유일하다. 이 악보의 어부사는 여창 선율을 기록한 것인데, 〈선유락〉이 정재 여령(여기)에 의해서만 연행되었기 때문에 그 창사도 여기가 불렀던 관행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양금보』에는 현행 어부사 제2장 “청고엽상 량풍기(靑菰葉上凉風起)하고”까지 선율만 있고, 그 이하의 반복 선율은 생략되어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어부사는 궁중이나 서도ㆍ영남 등의 지방 교방에서 〈선유락〉이 연행될 때 창사로 불렸다. 정재와 무관하게 가창될 때에는 다른 가사와 같이 풍류객들이 풍류방이나 풍류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에서도 불렸을 것으로 보인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는 반주에 쓰이지 않고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의 반주로 바뀌었다. 대개 단재비로 구성하며,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다른 가사와 마찬가지로 어부사도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인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용도ㆍ악곡 구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어부사는 총 8장으로 구성되며 곡 전체가 6박 도드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제1ㆍ3ㆍ5ㆍ7장은 16장단, 제2ㆍ4ㆍ6ㆍ8장은 17장단으로 되어 있다. 홀수와 짝수 장은 각각 길이가 같으면서 선율도 동일하여 짝을 이룬다. 또한 홀수 장과 짝수 장은 앞부분의 선율만 다르고 그 이하는 동일 선율이 반복된다. 매 장마다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의 후렴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장의 구분에 따른 뚜렷한 유절형식을 보여준다. 선율구성은 중(仲:A♭4)ㆍ임(林:B♭4)ㆍ무(無:D♭5) ㆍ황(潢:E♭5)ㆍ태(汰:F5) 5음 음계로 중(仲:A♭4)이 중심음이 되는 평조 선법으로 되어 있다.
어부사의 노랫말은 칠언 절구로 된 한문가사에 우리말로 토를 달고, ‘배띄어라,’ ‘지국총’ 등의 후렴구를 중간에 배치하였다. “배 띄어라(1장)-닻 들어라(2장)-어워라(3장)-돛 지여라(4장)-배 저어라(5장)-배 매어라(6장)-닻 지여라(7장)-배 부처라(8장)”의 노랫말을 차례로 나열하였다. 제1ㆍ2장은 출선, 제3ㆍ4장은 행선, 제5ㆍ6장은 귀선, 제7ㆍ8장은 정박에 해당한다. 배가 떠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설빈어옹(雪鬢漁翁)이 주포간(住浦間)하야 자언거수승거산(自言居水勝居山)을 배 띄여라 배 띄여라 조조재락만조래(早潮纔落晩潮來)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의선어부일견고(依船漁父一肩高)라 |
머리 센 어부가 갯가에 살면서 물가에 사는 게 산에 사는 것보다 낫다 하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아침에 빠진 물이 저녁 되니 밀려오네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배에 기댄 어부는 한쪽 어깨 높구나 |
2장 | 청고엽상량풍기(靑菰葉上凉風起)허고 홍요화변백로한(紅蓼花邊白鷺閑)을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동정호리가귀풍(洞庭湖裡駕歸風)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범급전산홀후산(帆急前山忽後山)을 |
푸른 줄풀 잎에 서늘한 바람 일어나고 붉은 여뀌 핀 물가 백로가 한가롭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동정호에서 바람 타고 돌아오며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돛단배 앞산을지나자마자 뒷산이라네 |
3장 | 진일범주연리거(盡日泛舟烟裏去)허여 유시요도월중환(有時搖棹月中還)을 어워라 어워라허니 아심수처자망기(我心隨處自忘機)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고예승류무정거(叩枻乘流無定去)를 |
온종일 배를 띄워 안개 속으로 갔다가 때 되면 노 저으며 달과 함께 돌아오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내 마음 가는 곳마다 절로 세상일 잊네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삿대를 두드리며 물결 따라 정처 없이 간다네 |
4장 | 만사무심일간죽(萬事無心一竿竹)이요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을 돛 지여라 돛 지여라 산우계풍권조사(山雨溪風捲釣絲)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일생종적재창랑(一生蹤跡在滄浪)을 |
세상만사 무심한 채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삼정승 준다 해도 이 강산과 바꾸지 않으리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산에 비 오고 시내에 바람 부니 낚싯줄 걷네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한 평생 자취가 푸른 물결에 있도다 |
5장 | 동풍서일초강심(東風西日楚江深)허니 격안어촌양삼가(隔岸漁村兩三家)를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와구봉저독짐시(瓦甌蓬底獨斟時)를 |
동풍 불고 해가 지니 초강은 깊은 듯한데 언덕 너머 어촌엔 두세 집이 있구나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밤에 진화에 배를 대니 술집이 가깝구나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뜸 밑에서 홀로 술사발 기울일 때로다 |
6장 | 취래수착무인환(醉來睡着無人喚)허니 유하전탄야부지(流下前灘也不知)를 배 매여라 배 매여라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만강풍월속어선(滿江風月屬漁船)을 |
취하여 잠들어도 부르는 사람 없고 앞 여울로 흘러가도 알지를 못하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복사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 살져 있다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온 강 가득 바람과 달빛 고깃배를 따르도다 |
7장 |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허니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를 닻 지여라 닻 지여라 파조귀래계단봉(罷釣歸來繫短蓬)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풍류미필재서시(風流未必載西施)를 |
밤 고요하고 물 차가워 고기 입질 않으니 빈 배 가득 밝은 달을 싣고 돌아오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시 끝내고 돌아와 작은 배를 매어 둔다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풍류가 어찌 서시를 싣는 것만이랴 |
8장 | 일자지간상조주(一自持竿上釣舟)로 세간명리진유유(世間名利盡悠悠)를 배 부처라 배 부처라 계주유유거년흔(繫舟猶有去年痕)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綠)을 |
낚싯대 하나 들고 고깃배에 오르니 세상의 명예와 이익 다 아득하도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배 매려 하니 아직도 지난해 흔적 남았구나 찌끄덩 찌끄덩 어여차 하니 노 저으며 부르는 노래에 산수 더욱 푸르구나 |
어부사는 고려 말에 창작된 〈어부가〉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어부사에 사용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허니’의 후렴구는 고려가요에 보이는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아으 동동다리’와 같은 후렴구의 역할을 한다. 어부사는 12가사 중 유일하게 저자와 창작연대가 알려진 노래로 어부사의 생성과 변화과정을 통해 한국 가창 작품의 전승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정재 창사로도 불리는 특징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신재효가 지은 〈어부사〉와는 다른 노래이다.
『(육당본)청구영언』 『교방가요』 『남훈태평가』 『아양금보』 『열하일기』
윤영해, 「12가사의 요성:어부사, 춘면곡, 죽지사를 중심으로」, 서울대 석사논문, 2002. 임미선, 「선유락과 어부사」, 『문헌과 해석』 제8집, 문헌과해석사, 1999. 장선희, 「어부가 연구」, 전남대 박사논문, 1982.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