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곡(相思曲)
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의 슬픔과 그리움을 소재로 한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독수공방의 슬픔과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내용으로 한다. 서로 다른 길이의 다양한 노랫말이 있으나, 현행 상사별곡은 전체 12장으로 구성되고, 5박 장단으로 노래한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24정간(♩=24)이며,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창작연대와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신광수(申光洙:1712~1775)의 『석북집(石北集)』(1906) 중에 상사별곡에 관한 내용이 있어 18세기에 가창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의 〈노인가〉ㆍ〈한양가〉 등에 다른 가사들과 함께 상사별곡의 곡명이 등장한다. 『(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ㆍ『교방가요(敎坊歌謠)』 등의 문헌에 노랫말이 전하며, 거문고 악보인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와 양금 악보인 『(기묘)금보(琴譜)』와 『아양금보(峨洋琴譜)』에 선율이 실려 전한다.
○ 역사 변천과정
상사별곡은 사대부 가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수준 높은 노랫말로 구성되었다. 『지수염필(智水拈筆)』(1863)에는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의 작품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정확한 창작 연대는 미상이다. 가집에 따라 노랫말의 형태에 차이가 있는데, 『(육당본)청구영언』에는 일관되게 4음보로만 이루어졌다. 비록 현행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4음보가 기본이 된다. 이러한 형태는 〈처사가〉와도 비슷하다. 님을 그리워하는 애타는 마음과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노랫말로 되어 있고 고문헌에서는 상사별곡을 슬픈 노래로 여겼다. 그러나 후대로 오면서 애조 띤 느낌이 덜어져 평조 분위기로 변하였다. 현행 상사별곡의 시작 선율은 『삼죽금보』와 다르고, 같은 악보에 있는 시조 시작 선율과 같다. 현행 제12장 선율은 『삼죽금보』에는 없고 그 이후에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데, 역시 시조 선율과 유사하다. 이처럼 『삼죽금보』 당시의 상사별곡은 후에 시작 선율과 종지 선율이 시조처럼 변하고, 장단도 시조와 같은 5박 장단으로 변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상사별곡은 다른 12가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불렀고, 그 노래를 즐긴 향유층은 선비들이었으므로 주로 풍류방이나 누정(樓亭)과 같은 풍류공간에 연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공연형태로 주로 연주된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는 반주에 쓰이지 않고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의 반주로 바뀌었다. 대개 단재비로 구성하며,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인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악곡 구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상사별곡은 총 12장으로 구성된 곡이다. 한 장단은 5박으로 제1장은 7장단, 제12장은 6장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8장단으로 되어있다. 선율은 노래 끝인 제12장을 제외하면, 제1장을 중심선율로 하고 제2~11장은 앞부분만 다르게 부르고, 종지 부분은 제1장 선율이 반복된다. 전체적인 선율구성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 5음 음계 평조로 되어 있다. 곡 첫 부분이 임(㑣:B♭3)-황(黃:E♭4) 의 낮은 음역에서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상사별곡은 사대부 가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수준 높은 노랫말로 구성되었다. 『(육당본)청구영언』에 수록된 노랫말은 일관되게 4음보로만 이루어져 있으나, 현행과는 다르다. ‘인간이별 만사중에 독수공방이 더욱 섧다.’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님을 그리워하는 애타는 마음과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중(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宿空房)이 더욱 설다 |
이별로 인한 온갖 일 중에 홀로 빈방을 지키는 게 가장 서럽다 |
2장 |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眞情)을 제 뉘라서 알리 맺힌 시름 |
그리워만 하고 보지는 못하는 이내 진정을 그 누가 알랴 맺힌 시름 |
3장 | 이렁저렁이라 흩으러진 근심 다 후루처 던져두고 | 이만저만이라 흐트러진 근심 다 팽개쳐 던져두고 | 4장 | 자나깨나 깨나자나 임을 못보니 가삼이 답답 | 자나 깨나 깨나 자나 임을 못 보니 가슴이 답답 | 5장 | 어린 양자(樣子) 고은 소래 눈에 암암(黯黯)허고 귀에 쟁쟁(琤琤) |
아리따운 모습 고운 목소리 눈에 생생하고 귀에 쟁쟁 |
6장 | 보고지고 임의 얼골 듣고지고 임의 소리 | 보고 싶다 임의 얼굴 듣고 싶네 임의 소리 | 7장 | 비나니다 하나님께 임 생기라 허고 비나니다 | 비나이다 하느님께 임 생기라 하고 비나이다 | 8장 | 전생차생(前生此生)이라 무삼죄(罪)로 우리 둘이 삼겨나서 잊지마자허고 백년기약(百年期約) |
전생이 곧 현생이라 무슨 죄로 우리 둘이 생겨나서 잊지 말자 하고 백년 기약 |
9장 | 만첩청산(萬疊靑山)을 들어간들 어느 우리 낭군(郎君)이 날 찾으리 |
만 겹 산속 들어간들 어느 우리 낭군이 날 찾으랴 |
10장 | 산은 첩첩(疊疊)허여 고개 되고 물은 충충 흘러 소(沼)이로다 |
산은 겹겹이 고개 되고 물은 빠르게 흘러 웅덩이로다 |
11장 |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任) 생각이 새로워라 |
오동잎 지는 가을밤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
12장 | 한번 이별(離別)허고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 한 번 이별하고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
18세기에 등장한 상사별곡은 가사 발생 초기의 작품으로 원래는 6박 장단의 노래였다. 이후 시조의 영향을 받고 시작과 끝을 시조처럼 바꾸고, 장단도 5박 장단으로 바꾼 것이 현행 상사별곡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육당본)청구영언』 『가사육종』 『교방가요』 『금보』 『남훈태평가』 『삼죽금보』 『석북집』 『아양금보』
김민정, 「12가사의 파생관계에 관한 연구 : 상사별곡과 처사가, 양양가를 중심으로」, 서울대 석사논문, 2004. 김창곤, 「상사별곡 · 처사가 · 양양가의 파생관계 재고」, 『한국음악연구』 37, 2005. 신대철, 「삼죽금보의 가사: 춘면곡, 상사별곡, 황계사에 기하여」, 서울대 석사논문, 1981. 손정인, 「이세보, 〈상사별곡〉의 성격과 문학적 형상화 양상」,『한민족어문학』65, 한민족어문학회, 2013.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