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권하는 내용의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노랫말은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발생 초기에 불렸던 옛 노래인 구가(舊歌)는 오늘날 불리지 않고, 현재 전승되는 노래는 신가(新歌) 또는 ‘현행가’라 불리는 곡이다. 전체 10장으로 되어 있고, 일정한 장단이 없는 자유리듬의 노래하며 한배가 느린 편이다. 전체 10장을 부르는 데에 37분 가량 소요된다.
박인로(朴仁老, 1561∼1642)가 지은 권주가 가사가 전하는 점으로 보아 권주가라는 이름의 문학작품은 조선 중기에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발생 초기에 불렸던 옛 노래를 구가(舊歌)라고 하는데, 특히 박인로의 권주가는 다른 문헌에 전하는 권주가와 구별하기 위해 그의 호를 붙인 ‘노계 권주가’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심능숙(沈能淑, 1782~1840)의 〈서호곡(西湖曲)〉에 권주가는 고려 후기의 학자 이제현(李齊賢,1287~1367)의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어 권주가의 연원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작품인 〈노인가〉와 『지수염필』에도 권주가의 제목이 보인다. 즉, 권주가는 노랫말이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이어졌고, 18세기 무렵에 가사의 한 곡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승되는 권주가를 구가에 대비되는 신가(新歌) 또는 ‘현행가’라고 부른다.
○ 역사 변천과정
권주가의 변화과정은 노랫말과 음악에서 모두 나타난다. 권주가가 창작 초기부터 노래로 불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노랫말의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노랫말은 『(육당본)청구영언』(1852 추정)ㆍ『대동풍아(大東風雅)』(1908)ㆍ『협률대성(協律大成)』 등에 전하고 있어 그 변화를 살필 수 있다. 『대동풍아』에 전하는 것은 ‘신가와 구가의 두 유형이 혼합된 상태 또는 구가에서 현행가로 사설이 변화되는 과도기적 형태를 보인다.
권주가의 선율은 19세기 고악보에 처음 등장한다. 거문고 악보인 『삼죽금보(三竹琴譜)』(1841)ㆍ『(기묘)금보(琴譜)』와 양금 악보인 『양금주책(洋琴註冊)』ㆍ『장금신보(張琴新譜)』ㆍ『아양금보(峨洋琴譜)』 등에 반주 선율이 전한다. 이 악보들을 통해 권주가가 거문고ㆍ양금 등의 악기로 반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거문고ㆍ양금 등 일부 악기의 선율만이 고악보에 전하지만, 장구와 관악기도 반주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아양금보』는 현행 권주가와 다른 노랫말과 선율을 수록하고 있어, 『아양금보』 이후 노랫말의 길이와 선율이 달라진 새로운 권주가가 만들어져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권주가는 다른 12가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불렀고, 그 노래를 즐긴 향유층은 선비들이었으므로 주로 풍류방이나 누정(樓亭)과 같은 풍류공간에서 연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는 반주에 쓰이지 않고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의 반주로 바뀌었다.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가감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등의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용도ㆍ악곡 구성ㆍ연주 악대 및 악기편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권주가는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정한 장단 없이 자유리듬으로 부른다. 각 장의 길이는 차이가 있으나 대략 한 장을 노래할 때 약 2~3분정도 소요된다. 제1~4장과 제5~10장은 같은 선율이 반복된다. 요즘에는 제4장까지만 부르고 제5장 이하는 잘 부르지 않는다. 선율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평조로 되어 있다.
구가(舊歌) 권주가는 ‘잡우시오 잡우시오 이술한잔 잡우시오’로 시작하나, 현행은 ‘불로초로 술을빚어 만년배에 가득부어 비나니다 남산수를’로 시작한다. 현행 제1~4장의 노랫말은 『(육당본)청구영언』 이후 새로 만들어진 것이고, 제5~10장은 구가 권주가의 노랫말을 변형한 것이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불로초(不老草)로 술을 빚어 만년배(萬年盃)에 가득 부어 비나이다. 남산수(南山壽)를 |
불로초로 술을 빚어 만년배에 가득 부어 비나이다. 남산같이 장수하기를 |
2장 | 약산동대(藥山東臺) 여즈러진 바희 꽃을 꺾어 주(籌)를 놓고 무궁무진(無窮無盡) 먹사이다. |
약산동대 바위에 어지럽게 핀 꽃을 꺾어 산가지로 놓으며 무궁무진 먹읍시다. |
3장 | 권군종일명정취(勸君終日酩酊醉)허자 주부도유령분상토(酒不到劉伶墳上土)니 아니 취(醉)코 무엇허리 |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취하자 유령도 무덤에까지 술을 가지고 가지는 못했으니 아니 취하고 무엇하리 |
4장 | 백년을 가사인인수(可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을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을 살았을 때 잘 놉시다 |
백 년을 산다 한들 근심과 즐거움으로 나누면 백 년이 못되니 살았을 때 잘 놉시다. |
5장 |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海棠花)야 꽃 진다고 설워마라 명년삼월(明年三月)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퓌려니와 가련(可憐)허다 우리인생(人生) |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이 진다고 서러워 마라 내년 삼월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가련하다 우리 인생 |
6장 |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任)생각이 새로워라 님도 나를 생각는지 나만 홀로 이러한지 님도 또한 이러헌지 |
오동잎 지는 가을밤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임도 나를 생각하는지 나만 홀로 이러한지 임도 또한 이러한지 |
7장 | 새벽 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님의 소식(消息) 바랐더니 창망(蒼茫)헌 구름 밖에 빈소래 뿐이로다 |
새벽 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임의 소식 바랐더니 아득한 구름 밖에 빈 소리 뿐이로다 |
8장 | 왕상(王祥)에 이어(鯉魚)잡고 맹종(孟宗)의 죽순(竹筍) 꺾어 감든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 같이 |
왕상의 잉어 잡고 맹종의 죽순 꺾어 검은 머리 희도록 노래자의 옷을 입고 효도를 다하기를 증자 같이 <하리라> |
9장 | 이 술 한 잔(盞) 잡우시요 이 술으란 반도(蟠桃)에 천일주(千日酒)니 쓰나 다나 잡우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 허오리다 |
이 술 한잔 잡으시오 이 술은 신선들 잔치의 천주이니 스나 다나 잡으시면 만수무강하오리 |
10장 | 인간오복수위선(人間五福壽爲先)은 예로부터 이른 배라 비나이다 비는 바는 산하(山河)같이 수부귀(壽富貴)를 천년만년(千年萬年) 누리소서 |
인간 오복 중 장수가 으뜸인 것은 예로부터 이르던 바라 비나이다 비는 것은 산처럼 큰 강처럼 장수와 부유와 귀함을 천년만년 누리소서 |
권주가는 12가사 중 유일하게 일정한 장단이 없는 곡이다. 구가 권주가는 4ㆍ6ㆍ8음보로 된 노랫말과 선율이 존재했고, 노랫말 1음보는 6박 한 장단의 일정한 장단을 가진 노래였으나, 『아양금보』 이후 6ㆍ10음보의 노랫말과 선율을 자유리듬으로 노래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신가 권주가로 변화되어 현행에 이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1년)
술을 권하는 내용의 시가(詩歌)로는 12가사 중의 하나인 권주가 외에 이규보(1168-1241)의 <속장진주가(續將進酒歌)>, 정철의 <장진주사> 등이 있다.
『(육당본)청구영언』 『대동풍아』 『삼죽금보』 『아양금보』 『협률대성』
이준아, 『가사』, 한국문화재단, 2020. 김은희, 「〈권주가〉에 대한 일고찰-노랫말 존재양상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 『반교어문연구』 31, 2011. 김창곤, 「가사 권주가의 사적 고찰」, 『한국음악연구』27, 1999. 임미선, 「『가사유취』의 생황보」, 『한국음악연구』 제28집, 2000. 정인숙, 「12가사 〈권주가〉의 사설 형성과 변화의 맥락」, 『국문학연구』 24, 2011.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