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가(白鷗歌)
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가 갈매기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봄 경치를 한가롭게 즐긴다는 내용의 노래
백구사는 한국 전통 성악곡인 12가사의 하나이다. 곡명은 첫 소절인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노랫말은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가 백구를 좇아 강호에 들어 경치를 보고 느낀 즐거움을 표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되며, 6박 도드리장단으로 약간 느린 한배로 부른다. 전곡을 부르는 데에 약 17분이 소요된다.
작자와 연대 미상이라고 하나, 정조 때의 홍국영이 강릉으로 귀양 가서 지었다는 설이 있다. 시조의 초장과 중장 형태를 제1장에 배치하고, 그 이하는 여러 노랫말을 엮어서 만든 노래로 『세시풍요(歲時風謠)』ㆍ『(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 등의 가집에 노랫말이 전하여 늦어도 19세기 중엽에 불렸음을 알 수 있다.
○ 역사 변천과정
백구사의 노랫말은 가집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 전승과정에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육당본)청구영언』은 ‘백구야 풀풀 놀나지마라’로 시작하나, 현행은 ‘백구야 풀풀 놀’을 생략하고 ‘나지마라’의 노랫말로 시작한다. 또한 『아양금보(峨洋琴譜)』에 ‘얼시고 좋다 경이로다’ㆍ‘말이못된 경이로다’로 다른 후렴구 있었으나 현행은 ‘긘들아니 경일러냐’의 한 가지 후렴구로 통일되었다. 백구사의 반주선율이 수록된 고악보는 『아양금보』가 유일하다. 양금선율과 함께 노랫말이 전하는데, 현행과 비교하면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아양금보』 선율에는 반복이 거의 없으나 현행 백구사는 선율이 반복되고, 시작 부분이 시조 선율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백구사는 전승과정에서 노랫말의 일부가 탈락되거나 추가되고, 후렴구는 한가지로 통일되고, 서로 다르게 불렸던 여러 선율들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단순화되었다. 또, 시조의 영향을 받아 시작 선율과 종지 선율이 시조처럼 변화하였다. 단, 장단은 시조의 5박 장단과는 다르다. 백구사는 발생 이후 가곡ㆍ시조와 함께 같은 음악권 내에서 불리면서 시조의 영향을 받고 여러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19세기 중후반부터 선비들의 풍류로 애호되었다. 기악반주가 곁들여졌으므로 풍류방이나 풍류를 즐기기에 적합한 야외 등에서 연행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백구사의 반주선율은 양금 선율 한 가지만 남아 전하지만, 선비들이 즐겨 연주한 거문고와 장단을 위한 장구 반주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악대와 악기편성
조선 후기에는 양금과 같은 현악기가 반주에 쓰였으나, 근자에 이르러 반주에 현악기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주로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로 반주되지만, 상황에 따라 악기 수를 가감하기도 한다.
○ 용도ㆍ악곡 구성ㆍ연주 악대 및 악기편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백구사는 전문 음악인이 노래하고 그에 맞춰 악기가 반주하는 형태로 연주되었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의 길이가 균등하지 않다. 제1·8장 9장단, 제2·3·5·7장은 8장단, 제4장 7장단, 제6장은 11장단으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 제1장을 중심으로 하여 각 장의 시작 선율과 종지 선율은 제1장의 선율을 반복하고, 중간 부분은 다르게 변주된다. 전체적으로 유절형식과 통절형식이 혼합된 형태를 띤다.
선율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평조이며, 곡 사이에 청태(汰:F5)ㆍ청중(㳞:A♭5)과 같은 높은 음고로 속소리를 표현한다.
백구사의 노랫말은 8장으로 구성되는데, “백마금편 화류(白馬金鞭花遊)가자”의 제1장 그리고 제4ㆍ6ㆍ8장 끝에 있는 ‘긘들 아니 경(景)일러냐’에 의해 구분된다. 제1장은 백구(흰 갈매기)에게 놀라지 말고 경치 좋은 곳으로 놀러가자고 권하며, 제2ㆍ3ㆍ4장은 깊은 골짜기의 폭포수 떨어지는 곳이 별천지로 대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경치와 해당화가 흩날리는 장면을 노래한다. 제5ㆍ6장은 벌이 나는 모양을 노래하고, 제7ㆍ8장은 흰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꽃에 날아드는 모습을 노래한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聖上)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五柳春光) 경(景) 좋은데 백마금편 화류(白馬金鞭花遊)가자 |
날지 마라 너 잡을 내가 아니로다 임금이 버리시니 너를 따라 여기 왔노라 오류촌 봄빛 경치 좋은 곳에 백마 타고 금빛 채찍 들고 꽃놀이 가자 |
2장 | 운침벽계화홍유록(雲枕碧溪花紅柳綠)한데 만학천봉(萬壑千峯) 빛은 새뤄 [비천사(飛泉瀉)라] 호중천지 별건곤(壺中天地別乾坤)이 여긔로다 |
구름은 푸른 시내를 베고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른데 첩첩 골짜기와 수많은 봉우리에 폭포수 쏟아진다 호리병 속 별세계가 바로 여기로다 |
3장 | 고봉만장청기울(高峯萬丈淸氣灪)한데 녹죽창송(綠竹蒼松)은 높기를 다퉈 명사십리(明沙十里)에 해당화(海棠花)만 다퓌여서 |
높디 높은 봉우리에 맑은 기운 자욱한데 초록 대와 푸른 솔은 높기를 다투고 십리나 되는 백사장에 해당화만 다 피어서 |
4장 | 모진 광풍(狂風)을 견디지 못허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나니 긘들 아니 경(景)일러냐 |
모질고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해 꽃잎이 뚝뚝 떨어져 아주 펄펄 날아 흩어지니 그 얼마나 빼어난 경치인가 |
5장 | 바위 암상(岩上)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溪辺)에 금(金)자라 긴다 조팝 남게 피죽새 소리며 함박꽃에 벌이 나서 |
바위 위에 다람쥐 기고 시냇가에 금빛 자라 긴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울고 함박꽃에 벌이 날아와서 |
6장 | 몸은 둥글고 발은 작으니 제 몸을 못 이겨 동풍(東風)이 건 듯 불 제마다 이리로 접두접 저리로 접두접 너울너울 춤을 추니 긘들 아니 경(景)일러냐 |
몸은 둥글고 발은 작으니 제 몸을 못 이겨서 동풍이 슬쩍 불 때 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울너울 춤을 추니 그 얼마나 빼어난 경치인가 |
7장 | 황금(黃金)같은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왕래(往來)를 허고 백설(白雪)같은 흰나비는 꽃을 보고 반기여서 |
황금빛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오고 가고 눈 같은 흰나비는 꽃을 보고 반기어서 |
8장 | 날아든다 두 나래 펼치고 날아든다 떠든다 까맣게 별같이 높다랗게 달같이 아주 펄펄 나라드니 긘들 아니 경(景)일러냐 |
날아든다 두 날개 펼치고 날아든다 떠서 날아든다 까맣게 별같이 높다랗게 달같이 아주 펄펄 날아드니 그 얼마나 빼어난 경치인가 |
백구사는 19세기 전반에 발생하여 전승 과정에서 노랫말과 후렴구가 변화되고 선율이 단순화되는 변화를 거쳤다. 또, 시조의 영향을 받아 시작 선율과 종지 선율이 시조처럼 변화하였다. 유유자적하고 화평한 느낌의 노래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육당본)청구영언』 『남훈태평가』 『세시풍요』 『아양금보』
고상미, 「12가사(歌詞)의 창법 연구:춘면곡, 백구사, 죽지사를 중심으로」, 서울대 석사논문, 2010.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