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歌辭)체 또는 유절 형식의 긴 사설을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곡
가사는 ‘歌詞’와 ‘歌辭’의 두 가지로 표기된다. 가사(歌辭)는 고려 말~조선 초에 발생한 시가(詩歌)로 주로 문학작품으로 전해지며, 음영(吟詠) 즉 읊는 방식으로 향유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 전기에 단편, 후기에는 장편의 형식을 띤다. 음악 갈래로 사용되는 가사는 ‘歌詞’이고, 12가사(歌詞)에 해당하는 곡은 조선 후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12가사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어부사〉가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어부가〉로 기록되어 있고, 조선 전기에 이현보(李賢輔:1467∼1555)가 지은 〈어부사〉가 전하고 있어, 12가사는 조선 중기에 등장하여 18세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역사 변천과정
현행 12가사에 속하는 악곡이 언제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불리었는지는 미상이다. 다만 고악보를 통해 가사가 가곡보다는 훨씬 늦은 시기에 등장하고 성행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12가사는 구비적 성격을 지닌 채 가사(歌辭), 잡가(雜歌), 고려가요, 한시 현토체 악장, 민요 등의 영향을 받으며 여러 시기에 걸쳐 단계적이고 다선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춘면곡〉ㆍ〈상사별곡〉ㆍ〈처사가〉는 가사(歌辭) 형식으로 짜여 있는가 하면, 〈길군악〉ㆍ〈매화가〉ㆍ〈백구사〉처럼 잡가 혹은 고려가요의 성격을 띠는 곡이 있으며, 〈어부사〉ㆍ〈양양가〉와 같이 한시에 우리말로 토(吐)를 달아 구성한 곡도 있다.
12가사 중 가장 먼저 생긴 곡은 〈어부사〉이다. 고려말에 지어진 〈어부사〉는 조선조에 개작이 이루어졌고, 18세기 무렵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립되었다. <어부사〉가 가사의 갈래로 가창된 이후 18세기에 〈춘면곡〉ㆍ〈상사별곡〉ㆍ〈어부사〉ㆍ〈권주가〉 등이 추가되었고, 19세기에는 〈길군악〉ㆍ〈매화가〉ㆍ〈백구사〉ㆍ〈황계사〉ㆍ〈처사가〉ㆍ〈양양가〉 등이 새로 추가되었다. 19세기 말엽에 〈수양산가〉와 〈죽지사〉가 등장하고, 『증보가곡원류(增補歌曲源流)』(1943)에 12가사 전곡이 수록됨으로써 12가사의 체제가 확립되었다. 12가사는 생성 당시에 〈어부사〉ㆍ〈처사가〉ㆍ〈권주가〉ㆍ〈춘면곡〉 같은 사대부 취향에 어울리는 곡목이 나타나다가 점차 유흥적 성격이 강화되는 쪽으로 곡목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러 고악보에 가사의 반주 선율이 수록되어 있다.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는 〈길군악(行路曲)〉ㆍ〈춘면곡〉ㆍ〈상사별곡〉ㆍ〈매화곡〉ㆍ〈황계곡〉ㆍ〈권주가〉 등의 거문고 가락이 전하고, 또한 『아양금보(峨洋琴譜)』, 『(기묘)금보(琴譜)』 등에는 가사의 양금반주 가락이, 『가사유취(歌詞類聚)』에는 가사의 생황 반주가락이 전한다.
가사는 가곡, 시조와 같이 풍류방에서 불렸다. 가곡과 가사는 전문 가객이 부르는 소리여서 비전문음악인들은 주로 악기로 반주선율을 연주했다. 풍류방에서 향유되었던 가사는 조선 말기에는 지방의 교방에서 학습되었고, 20세기에는 권번에서도 가르쳤다.
12가사는 20세기 초 이왕직아악부 부설 아악부원양성소를 통해 체계적으로 전승되기 시작하였다. 하규일(河圭一:1867~1937)은 아악부의 촉탁으로 임명되어 〈백구사〉ㆍ〈황계사〉ㆍ〈죽지사〉ㆍ〈춘면곡〉ㆍ〈어부사〉ㆍ〈길군악〉ㆍ〈상사별곡〉ㆍ〈권주가〉의 8가사를 지도하였고, 임기준(林基俊:1868~1940)은 〈매화타령〉ㆍ〈수양산가〉ㆍ〈양양가〉ㆍ〈처사가〉의 4가사를 추가로 교육하였다.
○ 연행방식
가사는 가곡, 시조처럼 독창으로 부른다. 가곡과 시조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만, 가사는 일정한 연행 형식이 없다. 고악보에는 가사를 반주했던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선율이 전하나, 관현악 반주를 수반하는 가곡에 비해 양이 훨씬 적어 반주 형태가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풍류방에서 가사를 향유했던 문화가 단절되면서 오늘날 가사 반주에는 현악기 없이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등 주로 관악기와 장구가 편성되며, 상황에 따라 피리나 대금 혹은 장구 하나만 쓰기도 한다. 반주는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음악 형식ㆍ선법 및 음계ㆍ장단
가곡은 5장 형식, 시조는 3장 형식으로 정형화되어 있지만, 12가사는 곡에 따라 음악 형식이 다르다. 12가사는 유절형식이 많은데 여느 유절형식과는 달리 변주가 이루어진다.
12가사의 선법 및 음계는 곡에 따라 차이가 있다. 〈권주가〉ㆍ〈백구사〉ㆍ〈죽지사〉ㆍ〈황계사〉ㆍ〈상사별곡〉은 황종(黃:E♭4) 평조 즉 솔(sol)선법이고, 〈어부사〉와 〈춘면곡〉은 중려(仲:A♭4) 평조이다. 〈매화타령〉은 남려(南:C5) 계면조 즉 라(la)선법으로 되어 있다. 〈수양산가〉ㆍ〈처사가〉ㆍ〈양양가〉는 대체로 레(re)선법으로 되어 있고, 〈길군악〉은 전반은 솔(sol)선법, 뒷부분은 도(do)선법으로 되어 있다. 〈수양산가〉ㆍ 〈처사가〉ㆍ〈양양가〉 세 곡은 서도소리 음계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12가사는 곡에 따라 장단도 다르다. 〈춘면곡〉ㆍ〈어부사〉ㆍ〈길군악〉ㆍ〈백구사〉ㆍ〈황계사〉ㆍ〈매화타령〉ㆍ〈죽지사〉ㆍ〈수양산가〉ㆍ〈매화타령〉 이상 여덟 곡은 6박의 도드리장단으로 노래한다. 〈상사별곡〉ㆍ〈처사가〉ㆍ〈양양가〉 이상 세 곡은 5박 장단, 〈권주가〉는 일정한 장단없이 자유리듬으로 노래한다.
○ 창법
12가사에는 가곡ㆍ시조와 달리 잡가적 창법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춘면곡〉ㆍ 〈권주가〉와 같이 정가에 가까운 곡이 있는가 하면, 형성과정에서부터 잡가의 영향을 받은 곡도 있다. 특히 〈수양산가〉와 〈매화타령〉은 잡가 창법을 많이 써 가사보다는 잡가에 가깝다. 여창가곡에서 쓰는 가성(假聲)을 구사하는 특징도 있으며, 가곡이나 시조보다 전성법ㆍ퇴성법ㆍ요성법 등의 시김새를 많이 써서 민속악적 요소가 나타난다.
(12가사 각 곡의 노랫말은 각각의 곡목에 대한 항목을 참조)
12가사는 발생 시기가 서로 다르고, 전승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거쳤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일관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가사는 향가, 고려가요, 경기체가 등 한국 성악곡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노랫말과 음악이 모두 전승되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육당본)청구영언』 『가곡원류』 『남훈태평가』 『삼죽금보』 『일사금보』 『아양금보』
국립무형유산원 편, 『12가사를 완성하다:제41호 가사』, 국립무형유산원, 2017. 임재욱, 『가사 문학과 음악』, 보고사, 2013. 장사훈, 『(하규일ㆍ임기준) 전창 십이가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0. 김창곤, 「12가사의 악곡 형성과 장르적 특징」,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성무경, 「가사의 가창 전승과 ‘착간’ 현상」, 『가사의 시학과 장르실현』, 보고사, 2000. 신현웅, 「19세기 가창가사의 존재 양상과 문학적 특성」 ,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장사훈, 「12가사의 음악적 특징」, 『한국전통음악의 연구』, 보진재, 1975.
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