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필주대(歌畢奏臺), 여흥태평가(與興太平歌), 청성자진한잎[淸聲數大葉]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가곡을 이어 부를 때 마지막에 남창과 여창이 함께 부르는 곡
태평가의 제목은 ‘이려도 태평성대’로 시작하는 노랫말에서 비롯되었다. 남창과 여창이 함께 가곡을 이어 부를 때, 마지막에 남녀가 함께 부르는 노래이다. 계면조 〈이수대엽〉과 거의 비슷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으나, 남창과 여창의 선율과 사설의 붙임이 조금씩 다르다.
태평가의 역사를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악보로는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 수록된 〈삼현이삭대엽〉과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의 〈청성삭대엽〉이 있다. 두 악곡의 선율이 거의 비슷하여 가곡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같은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태평가라는 제목을 수록하고 있는 악보는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와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이며, 20세기 초 가집인 『시가요곡(詩歌謠曲)』, 『가곡보감(歌曲寶鑑)』(1928) 등에도 태평가라는 제목 아래 “이려도” 사설이 수록되어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가곡 한바탕의 체계를 완성한 『가곡원류(국립국악원본)』(1872)의 맨 마지막 부분에 〈가필주대(歌畢奏臺)〉란 제목 아래 현행 태평가의 사설인 ‘이려도(태평성대)’가 적혀 있어 이 곡이 맨 마지막에 불렸음을 알 수 있다.
‘대(臺)’는 한 곡의 마무리라는 뜻으로, 태평가를 〈가필주대〉라 한 것은 앞에서 삭대엽 계통의 모든 악곡의 ‘대(臺)’가 되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남창만 수록된 가집인 『가곡원류(하순일본)』에는 〈여흥태평가(與興太平歌)〉라는 제목 아래 ‘이리야도’ 사설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남창 한바탕이나, 여창 한바탕 또는 남녀창 한바탕 모두 태평가로 마무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음악적 특징
태평가는 가곡을 이어 부를 때 10박 장단의 빠른 〈편수대엽〉을 부른 뒤에 이어지며, 다시 16박 장단으로 느리게 부르는 노래이다. 한배는 1분 30박, 40박, 45박 등으로 악보에 기록되어 있는데, 현행 연주에서는 1분 20~30박 빠르기로 〈이수대엽〉처럼 느리고 장중하고 불린다. 다른 가곡과 마찬가지로 5장 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대여음(大餘音)이 없으며, 초장 첫 11박을 거문고로만 연주한 후 제12박부터 모든 악기와 노래가 함께 연주한다. 선율은 계면조 〈이수대엽〉과 비슷하며, 남창과 여창의 선율과 사설 붙임이 조금씩 다르다.
반주 음악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등의 악기가 각 한 명씩만 편성하여 연주하며, 여기에 양금이나 단소가 포함되기도 한다. 다른 가곡은 모두 장구의 채편으로 변죽을 치는 반면, 태평가는 제4장부터 장구의 복판을 치며 연주하다가 제5장 마지막 부분에 다시 변죽을 친다. 이처럼 후반부에서 장구의 복판을 치며 연주함으로써, 가곡 한 바탕을 마치는 종결 악곡의 모습을 보여준다.
태평가 사설은 “이려도” 한 수이다. 태평가 사설은 18세기 전반 김천택의 『청구영언』부터 보이며 이 가집에는 〈이삭대엽〉에 배치되어 있다. 『병와가곡집』에도 〈이삭대엽〉에 배치되어 있으며, 몇 개의 가집에 작가 이름이 ‘성수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노래는 첫 세 글자 ‘이려도’를 생략하고 ‘태평성대’로 시작하는데, ‘타으이, 펴어엉’하고 모음을 풀어서 발음한다.
⋅태평가 “이려도” (초장) (이려도) 태평성대 (2장) 저려도 성대로다 (3장) 요지일월이요 순지건곤이로다 (4장) 우리도 (5장)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삼죽금보』에 의하면 태평가의 원래 제목은 <청성삭대엽>이다. 가곡 중 노래 사설 첫머리에서 제목을 따 온 경우는 태평가가 유일하다. 이 곡에서 대금, 단소 등 관악기의 독주곡이 파생되어 널리 연주되고 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보감』 『가곡원류(국립국악원본)』 『가곡원류(하순일본)』 『방산한씨금보』 『병와가곡집』 『삼죽금보』 『소영집성』 『시가요곡』 『청구영언(김천택편)』 『휘금가곡보』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흥규 외 6인, 『고시조대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신경숙, 『19세기 가집의 전개』, 계명문화사, 1994. 신경숙 외 5인, 『고시조 문헌 해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김영운, 「여창가곡의 발전과정에 대한 고찰-19세기 악보의 여창 가곡을 중심으로」,『한국음악연구』29, 2001. 이혜구 역주, 「『삼죽금보』의 역보 및 주석」,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8.
신혜선(申惠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