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시조(樂時調),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조선 후기 중형(中型)시조와 장형(長型)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弄)ㆍ낙(樂)ㆍ편(編)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가곡 한 바탕을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小歌曲)’이라고도 한다. 소가곡 중에서는 ‘낙’ 계열의 노래가 ‘농’과 ‘편’ 계열의 노래들보다 먼저 생겼다. ‘낙’ 계열의 노래는 『창랑보(滄浪譜)』(일명 『어은보(漁隱譜)』(1779))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은 이름과 달리 지금의 〈계락(界樂)〉과 유사한 악곡으로 밝혀졌다. 우락에 해당하는 음악은 가야금 고악보집인 『졸옹가야금보(拙翁伽倻琴譜)』(일명 『졸장만록(拙庄漫錄)』(1796))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나오고, 우락이라는 곡명은 『유예지(遊藝志)』(1806~1813 추정)에 처음 보인다.
○ 역사 변천 과정
우락은 『금학절요(琴學切要)』ㆍ『유예지(遊藝志)』ㆍ『학포금보(學圃琴譜)』ㆍ『서금가곡(西琴歌曲)』ㆍ『일사양금보(一簑洋琴譜)』ㆍ『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등의 고악보에 수록되어 있다.
현재의 남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우락의 악곡으로는 “조다가”ㆍ“임으란”ㆍ“이선(李禪)이”의 세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우락의 ‘낙’은 낭창낭창한 곡태(曲態) 를 일컫는다. 『가곡원류(歌曲源流)』(1872)의 「가지풍도형용(歌之風度形容)」에서 이러한 곡태를 “요(堯)임금의 바람이요 탕(湯)임금의 해[日]로다. 꽃이 난만한 봄의 성터이다[堯風湯日 花爛春城]”라고 하였다.
우락은 우조로 된 노래이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로,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음계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2장ㆍ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 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 우락 “조다가” (초장) 조다가 낚싯대를 잃고 (2장) 춤추다가 되롱이를 잃의 (3장) 늙으니 망녕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 (4장) 십 리(十里)에 (5장) 도화(桃花) 발(發)허니 춘흥(春興) 겨워 허노라. (해설) (초장) 졸다가 낚싯대를 잃어버리고 (2장) 춤추다가 도롱이(비옷)를 잃어버렸구나. (3장) 늙은이가 정신이 흐려져서 한 일을 두고서 갈매기야 웃지 마라. (4장) 십리에 (5장) 복사꽃이 피었으니 봄철에 절로 일어나는 흥취를 참기 어렵구나.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11-312쪽
농ㆍ낙ㆍ편 등 소가곡 중에서 고악보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낙’ 계열로, 우락은 우조라는 악조(樂調)에 의한 ‘낙’을 의미한다. 우락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 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무 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금학절요』 『방산한씨금보』 『서금가곡』 『유예지』 『일사양금보』 『졸옹가야금보(졸장만록)』 『창랑보』(일명 어은보) 『학포금보』
김기수, 『남창가곡백선』, 은하출판사, 1979.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김우진, 「가곡 계면조의 농과 낙에 관하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4. 이혜구, 「Variation in Kagok」, 『민족음악학』 1, 1977.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