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드는 자즌 한닙, 평성(平聲), 평거대엽(平擧大葉), 막내는 잦은 한잎, 평거삭엽(平擧數葉)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남창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이수대엽〉에서 파생되어 부분적으로 음역을 높여 부르는 악곡
19세기 후반에 〈이수대엽〉의 음악적 특징을 바탕으로 파생된 평거는 가곡 한바탕 가운데 〈중거〉와 더불어 가장 늦게 형성된 곡에 속한다. 〈이수대엽〉의 초장은 낮은 음에서 시작하는 반면, 평거는 초장과 5장의 초두를 약간 높여 내어 붙여진 이름이다.
○ 역사변천과정
『삼죽금보(三竹琴譜)』의 〈이수대엽〉에서 파생된 우조 평거와 계면조 평거는 19세기 후반의 거문고 악보인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 統論)』(1886)과 『학포금보(學圃琴譜)』에 등장하여, 남창 연창의 순서로 수록되었다. 또한, 19세기 가집인 『가곡원류(歌曲源流)』, 『협률대성(協律大成)』에 의하면 우조 〈평거삭엽(平擧數葉)〉, 우조 평거, 계면조 평거 등 여러 가지 명칭과 함께 노랫말 여러 편이 전한다. 다만, 평거와 〈중거〉는 『청구영언(靑丘永言)』(1728)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현재의 남창가곡 중 평거는 20세기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하여 전승되어 우조 평거 두 곡과 계면조 평거 두곡이 지금까지 전한다. 남창 우조 평거의 사설에는 “경성출(景星出)” · “눈맞아” · “샛별지자” 등 세 곡이 있고, 계면조 평거의 사설에는 “반 넘어” · “산은” · “말이” 등의 세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가곡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두 악조가 있다. 이중에서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黃鍾宮) 평조 선법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낮은 탁임종궁(㑣鍾宮) 평조 선법인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가 있었으나 현재 가곡은 우조평조로만 부르기 때문에,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로 인식되고 있다.
우조 평거의 음계는 황(黃:E♭4), 태(太:F4), 중(仲:A♭4), 임(林:B♭4), 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 평거는 황(黃:E♭4), 중(仲:A♭4), 임(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며, 빠르기는 1분당 약 30박으로 가곡 중 약간 느린 속도에 해당한다.
〈이수대엽〉의 선율과 대체로 유사하며, 다만 ‘막드는 잦은 한잎’ 이라는 옛 명칭과 같이 1장과 5장의 첫 음을 조금 높여 부른다. 우조에서는 중려와 태주를, 계면조에서는 임종과 중려를 길게 끈다. 1장의 처음에 ‘각’이 있어서 3박이 더러 생략되기도 한다. 창법은 무겁고 존엄하고 곧은 목을 쓰는데, 〈삼수대엽〉까지 대동소이하다.
가곡은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양금, 단소, 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 2장, 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4장과 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 ‘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우조 평거 “경성출” (초장) 경성출(景星出) 향운흥(卿雲興) ᄒᆞ니 (2장) 일월(日月)이 광화(光華)ㅣ로다 (3장) 삼왕예악(三王禮樂)이요 오제(五帝)의 문물(文物)이라 (4장) 사해(四海)로 (5장) 태평주(太平酒) 빗져뉘여 만성동취(萬姓同醉)ᄒᆞ리라 ⋅계면조 평거 “반넘어 ” (초장) 반(半)넘어 (2장) 늙었으니 다시 젊든 못하여도 (3장) 이후란 늙지 말고 매양 이만 하였과저 (4장) 백발이(白髮)이 (5장) 제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평거를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 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평거는 가장 유장한 멋을 지닌 〈이수대엽〉 선율 위에 인생무상과 태평성대를 주제로 하여 속도를 조금 빠르게 부르는 악곡이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남창 가곡에서는 우조와 계면조 모두 평거와 〈두거〉 사이에 평거를 부르며, 남녀창 가곡의 경우, 여창의 우조와 계면조 〈중거〉와 〈두거〉 사이에 각각 남창 우조와 계면조 평거를 부른다.
『가곡원류』 『학포금보』 『현금오음통론』
김진향, 『선가 하규일선생 약전』, 민속원, 1993.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장희선(張希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