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대엽(二數大葉), 긴것, 둘째치, 이대엽(二大葉)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이수대엽(二數大葉)은 여창가곡 우조 바탕과 계면조 바탕의 각 첫 번째 곡이다. 여창가곡에서는 〈초수대엽(初數大葉)〉을 부르지 않으므로 이수대엽이 첫 곡에 해당한다.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곡이므로 〈긴것〉이라고도 한다.
여창가곡 열다섯 곡을 이어 부를 때, 우조 〈이수대엽(二數大葉)〉은 전주곡(前奏曲)인 〈우조다스름〉에 이어 첫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은 우조 〈중거(中擧)〉로 이어진다. 계면조 〈이수대엽(二數大葉)〉은 중간 전주곡인 〈계면다스름〉에 이어 여섯 번째로 부르고 그 다음은 계면조 〈중거(中擧)〉이다.
가곡의 전신(前身)에 해당하는 조선 중기의 〈만대엽(慢大葉)〉ㆍ〈중대엽(中大葉)〉ㆍ〈삭대엽(數大葉)〉 등 대엽조(大葉調)에는 남창과 여창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여창가곡이 처음 수록된 악보집은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이다. 이 악보집에는 여창으로 이수대엽과 함께 〈우조조임[羽調調臨]〉ㆍ 〈계면조임[界面調臨]〉ㆍ 〈청성삭대엽(淸聲數大葉)〉이 실려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삼죽금보』에 수록된 이수대엽에는 세로쓰기로 적은 거문고 선율의 오른쪽에 남창으로 추정되는 노랫말을 적고, 왼쪽에는 ‘여(女)’라고 표기하여 여창 노랫말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우조 이수대엽은 남창이 “강호에”, ‘여’는 “간밤에”이다.
이 무렵부터 한바탕을 〈청성삭대엽〉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오늘날의 〈태평가〉에 해당한다.
『현학금보(玄鶴琴譜)』(1852)에는 이수대엽이 남창과 여창으로 각각 명시되어 교대로 수록되었다.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에는 이수대엽과 현재 여창가곡으로만 부르는 〈환계락〉이 실려있다. 종합해 볼 때, 19세기 중반부터 남창과 여창을 교대로 부르기 시작하였고, 19세기 후반에는 〈환계락〉이 출현하면서 현행과 같은 체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가집(歌集)에도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이 구분되어 나타나는데, 『가곡원류(歌曲源流)』(1872)에는 여창 우조 이수대엽과 계면 이수대엽의 노랫말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우조 이수대엽 곡명 아랫부분에 “여창은 초수대엽과 삼수대엽이 없다(女唱無初數大葉三數大葉)”는 기록이 있어, 현행 여창가곡의 연행 양상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이수대엽을 포함하여 현재 전승되고 있는 여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의 소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이수대엽의 악곡으로는 우조에 일곱 곡, 계면조에 여섯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이수대엽은 가곡 한바탕 중에서 가장 느린 곡이다. 요성(搖聲)을 많이 쓰면서 가늘고 여린 속소리를 사용하는 여창 특유의 창법이 잘 살아 있다.
이수대엽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두 악조가 있다.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우조 이수대엽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 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며, 계면조 이수대엽은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이수대엽의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남녀창 가곡에서 이수대엽은 남창 〈초수대엽〉의 대여음 이후에 부르고, 여창만 부를 때 우조와 계면조 이수대엽은 대여음 없이 각각 〈우조다스름〉과 〈계면다스름〉에 이어 곧바로 노래를 시작한다.
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우조 이수대엽 “버들은” (초장) 버들은 실이 되고 (2장) 꾀꼬리는 북이 되어 (3장) 구십 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4장) 누구서 (5장)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계면 이수대엽 “언약이” (초장) 언약(言約)이 늦어 가니 (2장)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3장) 아침에 우든 까지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4장) 그러나 (5장) 경중 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
가곡의 모태가 되는 만대엽ㆍ중대엽ㆍ삭대엽 등 대엽조에서는 남창과 여창의 구분이 없었다. 19세기 중반에 여창 이수대엽이 처음 모습을 보이면서, 가곡은 남창과 여창으로 확장되었고 교대로 부르는 가창 방식이 생겼다. 이수대엽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원류』 『삼죽금보』 『현금오음통론』 『현학금보』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50년 명인명창 50년』, 2001. 김기수, 『여창 가곡 여든여덜 닢』, 은하출판사, 1980.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영운, 『가곡』, 민속원, 2009. 장사훈, 『최신 국악총론』, 세광음악출판사, 1985. 신경숙, 「여창가곡의 음악문헌과 역사적 전개」, 『한국음악사학보』 15, 1995.
한영숙(韓英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