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락(片樂, 偏樂, 篇樂), 편락대엽(編樂大葉)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편락(編樂)은 ‘낙’ 계열의 노래 중 우조로 시작해 계면조로 변조하는 반우반계 노래이다. 10박 편(編)장단으로 긴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른다. 여창가곡에는 없고 남창으로만 부른다.
남창가곡 스물네 곡을 이어 부를 때 편락은 〈언락(言樂)〉에 이어 스물한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 〈편수대엽(編數大葉)〉으로 이어진다.
편락은 10박 편장단으로 노래하지만,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은 앞의 곡인 〈언락〉처럼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으로 연주한다. 노래는 우조로 시작하여, 다음 곡인 계면조 〈편수대엽〉을 연결하기 위해 중간에 계면조로 변조하고 빠르기도 변화한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시조와 장형(長型)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弄)ㆍ낙(樂)ㆍ편(編)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가곡 한 바탕을 이어서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小歌曲)’이라고도 한다.
소가곡 중에서는 ‘편’ 계열의 노래가 가장 늦게 생겨났다. 편락은 『소영집성(韶英集成)』(1822)ㆍ『삼죽금보(三竹琴譜)』(1841)ㆍ『학포금보(學圃琴譜)』ㆍ『서금가곡(西琴歌曲)』ㆍ『일사양금보(一簑洋琴譜)』ㆍ『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등에 실렸고, 『아금고보(峩琴古譜)』에는 〈편락대엽(編樂大葉)〉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 전승 현황
현재의 남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편락의 악곡으로는 “나무도”ㆍ“청홀치”ㆍ“솔 아래에”ㆍ“봉황대상(鳳凰臺上)”ㆍ“목 붉은”ㆍ“석인(昔人)이”의 여섯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편락의 ‘편’은 글자 수가 많은 노랫말을 10박의 편장단으로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것을 이른다. 편장단은 16박으로 된 가곡 기본 장단에서 장구점이 없는 빈 박을 빼고 10점(點)의 장구점만 10박으로 배열한 것이다. 그러나 편락은 10박 편장단 노래이면서 대여음만은 16박 기본 장단으로 연주한다.
형식은 5장 형식이나 글자 수가 매우 많은 장형시조를 노랫말로 하므로 제3장과 제5장의 선율을 추가하여 늘어난 노랫말을 소화하는데, 이를 ‘각(刻)’을 더한다’고 한다. 한 예로, 편락 “나무도”는 제3장에 아홉 각(9행)을 추가하고 제5장은 본래의 3행 틀을 유지한다.
‘낙’은 낭창낭창한 곡태(曲態)를 이른다. 즉, 편락은 편장단으로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낙’ 계열 노래이다. 편락의 곡태를 『가곡원류(歌曲源流)』의 「가지풍도형용(歌之風度形容)」에서 “춘추시대의 풍우, 초ㆍ한 시대의 건곤(春秋風雨 楚漢乾坤)”에 비유하였다.
편락의 앞부분은 우조로 되어 있는데, 음계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 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제3장 중간부터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이 선율의 골격을 이루는 계면조로 변조한다. 우조 부분에서 장구는 평소처럼 채편의 변죽을 쳐서 음량을 작게 하다가, 계면조로 변조할 때부터 복판을 쳐 음량을 키우고, 제5장 뒷부분에서는 다시 변죽을 친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편락 “나무도” (초장) 나무도 바히 돌도 없는 메에 (2장) 매게 휘쫓긴 가톨의 안과 (3장) 대천(大川) 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一千石) 실은 배에 노(櫓)도 잃고 닷[닻]닷고 끊고 용총도 걷고 치[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자자진 날에 갈 길은 천 리 만 리(千里萬里)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저뭇 천지(天地) 적막(寂寞) 가치놀 떴는데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4장) 엊그제 (5장) 임 여힌 나의 안이사 어따가 가를 허리요. (해설) (초장) 나무도 바윗돌도 없는 산에 (2장) 매에 쫓기는 까투리의 속마음과 (3장) 넓은 바다 한 가운데 일천석이나 되는 짐을 실은 배가 노도 잃고 닻도 끊어지고 용총(돛을 올리거나 내리기 위해 매단 줄)도 꺾어지고 키도 빠져버렸는데 바람은 불어 물결이 치고 안개까지 뒤섞여 자욱한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아득하게 멀기만 한데 사면은 온통 검어 어둑어둑하게 저물어가고 천지는 적막하고 까치 노을이 떠 있는데 해적 만난 뱃사공의 속마음과 (4장) 엇그제 (5장) 님과 이별한 나의 마음을 그 어디에다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98-399쪽
편락은 10박 편장단이지만 대여음은 16박 기본 장단으로 되어 있으며, 이 선율은 여창 〈환계락〉의 대여음으로도 쓰인다. 가곡 중 중간에 악조가 바뀌는 반우반계 노래로는 남창 편락 외에 남창 및 여창 〈반엽〉과 여창 〈환계락〉이 있다. 이 중 편락과 〈반엽〉은 곡 중간에 빠르기도 함께 달라진다. 편락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 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방산한씨금보』 『삼죽금보』 『서금가곡』 『소영집성』 『아금고보』 『일사양금보』 『학포금보』
김기수, 『남창가곡백선』, 은하출판사, 1979.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윤덕진ㆍ성무경 주해,『18세기 중ㆍ후반 사곡(詞曲) 가집,『고금가곡』』, 보고사, 2007.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김세중, 「가곡과 시조의 ‘엮음’ 방식」, 전통가곡연구회, 『한국 성악의 예술세계』, 2004.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