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엽대엽(半葉大葉), 반엇삭대엽(半旕葉數葉), 반얼삭대엽(半乻數大葉), 반엽삭엽(半葉數葉), 밤엿, 밤엿자진한잎, 율당(栗糖), 율당삭엽(栗糖數葉), 율당삭대엽(栗糖數大葉), 반엽율당(返葉栗糖), 우롱(羽弄)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반엽(半葉)은 남창가곡 중 우조 바탕과 계면조 바탕을 이어 주는 반우반계(半羽半界) 노래이다. 앞부분은 우조, 뒷부분은 계면조이며, 계면조로 바뀔 때 속도도 급격히 느려진다. ‘반엽’의 음이 변하여[와음(訛音)] 〈밤엿〉 또는 〈밤엿자즌한잎〉이라고도 불렸고, 이를 다시 한문으로 옮겨[한역(漢譯)] 〈율당(栗糖)〉 또는 〈율당삭대엽(栗糖數大葉)〉이라고도 한다. 남창가곡 스물네 곡을 이어 부를 때, 반엽은 〈우조소용(羽調騷聳)〉에 이어 여덟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다음은 〈계면다스름〉과 〈계면조이수대엽(界面調二數大葉)〉으로 이어진다.
반엽을 가리키는 〈율당삭대엽〉이라는 곡명은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 처음 보인다. 『삼죽금보(三竹琴譜)』(1841)는 〈우롱(羽弄)〉이라는 제목 아래 “속칭 밤엿자즌ᄒᆞᆫ닙”이라고 적고, 곡의 제3장 아래에 계면조로 바뀐다는 취지를 적어 놓아 이 곡이 반엽임을 알 수 있다.
『가곡원류(歌曲源流)』(1872)에도 〈율당삭대엽〉으로 되어 있어, 19세기에는 ‘밤엿’ 또는 ‘율당’으로 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반엽은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에 〈율당〉, 『서금가곡(西琴歌曲)』에 〈반엽율당(半葉栗糖)〉,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에 〈반엽대엽(半葉大葉)〉이라는 곡명으로 실렸다. 가집(歌集)으로는 『(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에 〈율당삭엽(栗糖數葉)〉, 『해동가요(海東歌謠)』에 〈반얼삭대엽(半乻數大葉)〉, 『영언(永言)』에 〈반엽삭엽(半葉數葉)〉으로 실렸다.
『가곡원류』(1876)는 〈율당삭대엽〉이라는 곡명 아래 “반엇삭대엽이라고도 한다(或稱半乻數大葉)”라고 부기하였다. 오늘날 통용되는 반엽이라는 곡명은 <반엇(또는 반얼)삭대엽〉의 약칭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남창가곡은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반엽의 악곡으로는 “삼월삼일(三月三日)”과 “흐리나 맑으낫중에”의 두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가곡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반엽은 우조 바탕의 마지막 곡으로, 계면조 바탕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서 계면조로 넘어가는 반우반계의 노래이다. 반엽을 계면조로 변조하지 않고 우조로 내리 부를 때는 〈우롱〉이라고 하며, 남창가곡에만 있다.
반엽은 노랫말에 따라 제2장 중간 또는 중여음(中餘音) 제4박부터 계면조로 변조하며, 이때 속도도 함께 느려진다. 우조 부분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는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 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 반엽 “삼월삼일” (초장) 삼월 삼일(三月三日) 이백 도홍(李白桃紅) (2장) 구월 구일(九月九日) 황국 단풍(黃菊丹楓) (3장) 청렴(靑帘)에 술이 익고 동정(洞庭)에 추월(秋月)인저 (4장) 백옥배(白玉盃) (5장) 죽엽주(竹葉酒) 가지고 완월장취(玩月長醉)허리라. (내용 해설) (초장) 삼짇날의 흰 배꽃과 붉은 복사꽃, (2장) 중구절(重九節)의 노란 국화와 단풍. (3장) 주막에 술이 익고 동정호에 가을 달이 비친 때에. (4장) 백옥으로 만든 술잔에 (5장) 댓잎술을 부어 달을 보고 놀면서 길게 취하리라.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90쪽
반엽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 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반엽은 가곡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과 계면 바탕을 이어 주는 곡으로, 중간에 악조와 빠르기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원류』 『방산한씨금보』 『삼죽금보』 『서금가곡』 『청구영언』(육당본) 『해동가요』 『현금오음통론』
김기수, 『남창가곡백선』, 은하출판사, 1979.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