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우편(羽編)은 글자 수가 많은 장형(長型)시조를 10박 편장단으로 촘촘히 엮어 부르는 ‘편’ 계열의 노래이다. 우조로 되어 있다.
우편은 남창가곡 스물네 곡을 이어 부를 때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스물한 번째 곡인 반우반계(半羽半界) 〈편락(編樂)〉 대신 우조로 된 우편을 부르면, 계면조 곡들인 스물두 번째 〈편수대엽(編數大葉)〉과 스물세 번째 〈언편(言編)〉을 거르고 마지막 곡 〈태평가(太平歌)〉로 넘어간다. 즉, 우편은 〈태평가〉를 제외한 남창가곡 한바탕을 마무리하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가곡 연창(連唱)에서 전 바탕의 후반부에 부르는 농(弄)ㆍ낙(樂)ㆍ편 계열의 노래들을 ‘소가곡(小歌曲)’이라 통칭한다. 소가곡 중에서는 ‘편’ 계열의 노래가 가장 늦게 생겨났다.
우편은 같은 ‘편’ 계열의 계면조 노래인 〈편수대엽〉보다 늦게 『가곡금보(歌曲琴譜)』와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등에 등장한다.
○ 전승 현황
현재의 남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우편의 악곡으로는 “봉황대상(鳳凰臺上)”ㆍ“산하(山河) 천리국(千里國)에”ㆍ“건곤(乾坤)이”의 세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우편의 ‘우’는 우조를 의미한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우편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 의 5음 음계 황종 평조로 되어 있다.
‘편’은 글자 수가 많은 노랫말을 10박의 편장단으로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것을 이른다. 편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에서 장구점이 없는 빈 박을 빼고 10점(點)의 장구점만 10박으로 배열한 것이다.
형식은 5장 형식이나 글자 수가 매우 많은 장형시조를 노랫말로 하므로 제3장과 제5장의 선율을 추가하여 늘어난 노랫말을 소화하는데, 이를 ‘각(刻)’을 더한다’고 한다. 한 예로, 우편 “봉황대상”은 제3장만 2행(2각)을 추가하고, 제5장은 본래대로 3행으로 부른다. 또한, 가곡의 제4장은 통상 세 글자인데, 우편 “봉황대상”은 매우 이례적으로 아홉 글자로 된 점도 특징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우편 “봉황대상” (초장) 봉황대상(鳳凰臺上) 봉황유(鳳凰遊)러니 (2장) 봉거대공(鳳去臺空) 강자류(江自流)로다 (3장) 오궁 화초(吳宮花草) 매유경(埋幽逕)이요 진대 의관(晋代衣冠) 성고구(成古邱)라 삼산(三山)은 반락(半落)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 백로주(白鷺洲)로다 (4장) 총위부운(總爲浮雲) 능폐일(能蔽日)허니 (5장) 장안(長安)을 불견(不見) 사인수(使人愁)를 허더라 (내용 해설) (초장) 봉황대 위에 봉황이 놀더니, (2장) 봉황은 날아가고 누대는 텅 비어 강물만 스스로 흘러가는구나. (3장) 옛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오솔길에 묻혔고, 진나라 고관들은 옛 언덕의 무덤이 되었구나. 삼산은 청천 밖으로 반쯤 걸렸거늘, 강물의 백로주에서 두 갈래로 나뉘었네. (4장) 하늘에 떠도는 구름 해를 가리니 (5장) 장안을 보지 못하니 근심이 일어나네.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03쪽
우편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 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금보』
김기수, 『남창가곡백선』, 은하출판사, 1979.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김세중, 「가곡과 시조의 ‘엮음’ 방식」, 전통가곡연구회, 『한국 성악의 예술세계』, 2004.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