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삭대엽(初數大葉), 첫치, 초삭엽(初數葉), 초대엽(初大葉), 초엽(初葉)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남창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우조와 계면조의 첫 번째 곡
초수대엽(初數大葉)은 가곡의 원형인 〈삭대엽(數大葉)〉에서 분화된 노래이다. <삭대엽1>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첫치〉라고도 한다.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 두 가지 악조가 있으며, 남창으로만 부른다. 남창가곡을 이어서 부를 때 첫 번째로 우조 초수대엽을 부르고, 아홉 번째 노래로 계면조 초수대엽을 부른다. 현재 가장 많이 불리는 가곡 중 하나이다.
○역사 변천 과정
『증보고금보』에서 평조와 우조 〈삭대엽〉으로부터 파생곡인 〈삭대엽 우(又)〉가 만들어졌고, 신성(申晟, ?~?)의 『신증금보(新證琴譜』(1680)에서 〈삭대엽1〉ㆍ〈삭대엽2〉ㆍ〈삭대엽3〉으로 분화되었으며, 『한금신보(韓琴新譜)』에서는 〈삭대엽4〉까지 늘어났다. 18세기 전반까지는 이렇게 파생된 가곡의 노래를 1ㆍ2ㆍ3ㆍ4, 제일ㆍ제이ㆍ제삼, 1편ㆍ2편, 또는 초엽(初葉)ㆍ이엽(二葉)ㆍ삼엽(三葉), 첫째치ㆍ둘째치ㆍ셋째치 등의 서수(序數)를 붙여 구분하다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초삭대엽〉, 〈이삭대엽〉, 〈삼삭대엽〉 같은 현행 가곡의 이름과 같은 명칭이 생겨났다.
현재의 남창가곡은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초수대엽 악곡으로는 우조에 “동창이” 등 두 곡, 계면조에 “청석령” 등 세 곡이 있다.
○연행방식
가곡은 조선 후기 문인들의 집 뒷마당, 서재, 계곡, 누정, 산과 강 등 상류층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자리에서 개인적 교양과 철학을 함양하는 성격으로 연행되었다.
남창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우조 초수대엽은 전주곡(前奏曲)인 우조 〈다스름〉에 이어 첫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 우조 〈이수대엽(二數大葉)〉으로 이어진다. 계면조 초수대엽은 여덟 번째 〈반엽(半葉)〉과 중간 전주곡인 계면 〈다스름〉에 이어 아홉 번째로 부르고 이어서 계면조 〈이수대엽〉을 부른다.
○음악적 특징
가곡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두 악조가 있다. 이중에서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黃鍾宮) 평조 선법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탁임종[㑣]궁 평조 선법인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가 있었으나 현재 가곡은 우조평조로만 부르기 때문에,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로 인식되고 있다.
우조 초수대엽의 음계는 황(黃:E♭4), 태(太:F4), 중(仲:A♭4), 임(林:B♭4), 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 초수대엽은 황(黃:E♭4), 중(仲:A♭4), 임(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장단은 가곡의 기본장단인 16박 장단이며, 빠르기는 1분당 약 40박으로 가곡 중 느린 편에 속한다. 『가곡원류(歌曲源流)』의 「가지풍도형용(歌之風度形容)」에서 초수대엽의 곡태(曲態)를 “긴 소매를 날리며 뽐내는 춤 솜씨, 푸른 버들에 봄바람이 이네(長袖善舞, 綠柳春風)”라고 하였다.
가곡은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양금, 단소, 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 2장, 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4장과 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 한바탕을 달아서 연주하지 않고, 무대 공연 때 한두 곡만 연주하는 것이 보편화 되면서 대여음은 마치 전주처럼 악곡의 앞에서 연주된다.
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 ‘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우조 초수대엽 “동창이” (초장)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2장) 노고지리 우지진다 (3장) 소 치는 아희(兒㝆)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4장) 재 넘어 (5장)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허느니.
⋅계면조 초수대엽 “청석령” (초장)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2장) 초하구(草河衢) 어디메오 (3장) 호풍(胡風)도 차도찰사 구진 비는 무엄 일고 (4장) 뉘라서 (5장) 내 행색(行色) 그려 내어 님 계신 데 드리리
초수대엽을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남창가곡에서는 초수대엽이 첫 번째 곡이지만, 여창가곡은 초수대엽이 없고 〈이수대엽〉으로 시작한다.
『신증금보(新證琴報)』 『증보고금보(增補古琴譜)』 『한금신보(韓琴新譜)』
김진향, 『선가 하규일선생 약전』, 민속원, 1993. 장사훈, 『국악사론』, 대광문화사, 1983.
장희선(張希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