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로곡(行路曲), 노요곡(路謠曲)
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남녀 간의 애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행로곡> 또는 〈노요곡>으로도 불린다. 길군악의 곡명은 첫 소절인 ‘오늘도 하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허여보세’에서 차용한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에 관한 내용인데, 노랫말은 일관성 없이 나열되었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었고, 6박 장단으로 노래한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24정간이며, 약 16분이 소요된다.
가사 길군악의 유래와 작사ㆍ 연대는 미상이다. 다만 19세기 작품인 〈노인가>에 〈길고락>ㆍ『지수염필』에 〈행로군악가>라는 제목으로 다른 가사들과 함께 기록되어 있고,『(육당본)청구영언』(1852 추정)에 〈군악>ㆍ『교방가요』에 〈행군악>이라는 제목으로 노랫말이 실려 있다. 이와 같은 문헌 기록으로 볼 때, 길군악은 19세기 무렵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 역사 변천과정
길군악은 19세기 무렵에 형성되어 풍류방에서 거문고, 양금 등의 반주와 함께 불렸을 것으로 보인다. 길군악은 다양한 곡명으로 불렸다. <길고락>, <행로군악가>, <군악>, <행군악>, <노요곡> 등 다양한 명칭이 쓰였다. 또한 길군악의 거문고 반주가 있는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는 <행로곡>, 양금악보인 『아양금보(峨洋琴譜)』에는 <길군낙>으로 되어 있다. 다양한 곡명이 쓰였으나, 길을 뜻하는 한자 행(行)이나 로(路)와 군악의 조합으로 곡명이 이루어진 점은 같다. 12가사 중에도 길군악은 <백구사>, <춘면곡> 등에 비해 노랫말이 속된 요소가 있어 잡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다른 12가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불렀고, 향유층은 선비들이었으므로 주로 풍류방이나 누정(樓亭)과 같은 풍류공간에서 연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 악대와 악기편성
다른 가사와 마찬가지로 요즘에는 반주가 피리, 대금, 해금, 장구 위주의 악기로 이루어지는데,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악곡 구성, 형식, 장단, 음계 및 선법
길군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한 장단은 도드리 장단과 유사한 6박으로 되어 있다. 유절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장별 길이는 불규칙하다. 제1장, 제2장 선율은 같고, 제3장 이하는 제1장과 유사한 선율이 반복된다. 제2장에는 별의미 없는 “노우오나너니나루 노우오나니니루너이루너 …”의 입타령을 노래하고 제3, 4장 후반에는 제1장 뒷부분의 “어이없다 이년아 말들어를 봐라”가 반복된다.
길군악의 음계는 중(㑖:A♭3)ㆍ임(㑣:B♭3)ㆍ무(㒇:D♭4)ㆍ황(黃:E♭4)ㆍ태(太:F4)로 중려 평조에 해당한다. 제1~4장은 종지음이 중(㑖:A♭3)이나, 제5장은 무(㒇:D♭4)가 되어 무(㒇:D♭4)가 중심이 되는 도(do)선법으로 볼 수 있다.
길군악은 ‘오늘도 하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허여를 보자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로 시작된다. 제2장은 입타령이 배치되고, 제3~5장은 서로 연관성 없는 내용의 노랫말이 열거되고, 제3ㆍ4장의 후반은 맥락과 상관없이 제1장 뒷부분이 후렴구처럼 쓰인다. 제5장에는 후렴구가 붙지 않는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오날도 하심심허니 길군악(軍樂)이나 허여를 보자어이없다 이년아 말들어를 봐라 | 오늘도 너무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하여를 보자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
2장 | 노우오나너니나루 노우오나니니루너이루너 (중략) 노나니나루노나 | 3장 | 가소 가소 자네 가소 자네 가다서 내 못살랴정방산성(正方山城) 북문(北門)밖에 해 돌아지고서달이 돋아온다.눈비 찬비 찬이슬 맞고 홀로섯는 노송(老松)남기 짝을 잃고서 홀로 섯냐내 각시(閣氏)는 이리로 허다서 내 못 살랴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 가소 가소 자네 가소 자네 간다고 내 못 살랴정방산성 북문 밖에 해 돋았다 지고서달이 돋아 온다 눈비 찬비 찬이슬 맞고 홀로 선 노송나무가 짝을 잃고서 홀로 섰느냐내 여인네 이렇게 한다고 내 못 살랴 어이없다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 4장 | 조고만한 상좌(上佐)중이 부도(斧刀) 채를 두루처 메고만첩청산(萬疊靑山) 들어를 가서 크다라헌 고양남글 이리로 찍고 저리로 찍어서제 홀로 찍어내랴 내 각시 이리로 허다서내 못살랴 어이없다 이년아 말들어를 봐라 | 조그만 상좌 중이 도끼 자루를 둘러 메고만 겹 산속을 들어를 가서커다란 회양목을 이리로 찍고 저리로 찍어서 그가 홀로 찍어 내랴 내 여인네 이렇게 한다고 내 못 살랴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 5장 | 어엽다 이년아 말 듣거라 네라한들 한궁녀(漢宮女)며 내라한들 비군자(非君子)랴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아들이 나뿐이랴죽기 살기는 오날 날로만 결단(決斷)을 허자 |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라 네라 한들왕소군이며 내라 한들 군자가 아니랴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아들이 나뿐이랴 죽기 살기는 오늘 하루에 결단을 하자 |
길군악 제3장에는 ‘죠고맛간 삿기샹좌’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는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나오는 ‘죠고맛간 삿기광대’와 유사한 표현으로 보인다. 또, 길군악과 〈쌍화점>은 모두 점잖지 않은 노랫말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고, 의미 없는 입타령과 여음구를 사용하는 점도 서로 비슷하다. 길군악의 악곡 구성이 고려가요 〈쌍화점>과 유사하다는 점은 고려 말 이후 가사의 전승과정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12가사 중의 하나인 길군악은 취타계 음악의 길군악ㆍ민요로 불리는 길군악ㆍ 농악의 가락 중 하나로서의 길군악 등과는 전혀 다른 곡이다.
『(육당본)청구영언』 『교방가요』 『삼죽금보』 『아양금보』
김창곤, 「쌍화점과 가사 길군악」, 서울대 석사논문, 1999. 임병옥, 「가사 길군악의 악조에 대한 연구」,『국악과교육』 34, 2012.
박소현(朴昭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