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취타(軍中吹打)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 수요남극(壽耀南極)
조선후기 군영에서 세악수가 연주하던 《취타계주(吹打繼奏)》 또는 《취타풍류(吹打風流)》의 첫 번째 곡
취타(吹打)는 임금이 거둥할 때 연주하는 행악의 하나이다. 관악기 중심의 편성으로 연주할 때는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 현악기 중심의 편성으로 연주할 때는 〈수요남극(壽耀南極)〉 또는〈수요남극지곡(壽耀南極之曲)〉이라는 아명으로도 부른다. 《취타계주(吹打繼奏)》와 대풍류의 한 갈래인 《취타풍류(吹打風流)》의 첫 번째 곡이기도 하고, 《취타계주》 전체를 취타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취타란 ‘불고[吹] 친다[打]’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후기 군영(軍營)의 음악인인 세악수(細樂手)들이 연주한 곡으로, 〈대취타(大吹打)〉의 태평소 선율을 2도 높이고 가락에 변화를 주어 관현악곡으로 만든 것이다.
○ 역사 변천 과정
취타는 『삼죽금보(三竹琴譜)』에 〈군중취타(軍中吹打)〉라는 곡명으로 처음 나타나고, 이후 『금보정선(琴譜精選)』ㆍ『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ㆍ『율보(律譜)』ㆍ『양금주책(洋琴註冊)』ㆍ『장금신보(張琴新譜)』 등의 고악보에 취타라는 곡명으로 실렸다. 양금 악보집인 『일사금보(一蓑琴譜)』와 『서금보(西琴譜)』에는 취타와 〈평조취타(平調吹打)〉의 두 가지 취타를 싣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취타는 일곱 장으로 구성되며, 한 장단이 열두 박인 취타장단을 쓴다. 제7장 끝에서 제1장 제3박으로 되돌아가는 도돌이 형식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전통음악은 장단 단위로 음악이 분절되지만, 취타는 제1장 두 장단+네 박, 제2장 두 장단, 제3장 두 장단+네 박 등으로 장별 길이가 들쭉날쭉하고, 선율도 장단 단위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삼죽금보』의 〈군중취타〉는 거문고 5괘법으로 되어 있다. 『일사금보』와 『서금보』의 취타는 지금의 거문고․가야금 선율과 같은 7괘법에 해당하고, 〈평조취타〉는 지금의 대금ㆍ피리ㆍ해금 등과 같은 4괘법에 해당한다. 즉, 〈평조취타〉의 ‘평조’는 낮게 이조(移調)해 연주한다는 뜻이고 선법(旋法)을 지시하지는 않는다.
한편 선가(善歌)로 알려진 이병성(李炳星, 1909~1960)은 1939년 3월에 취타와 〈대취타〉를 채보하면서, 〈대취타〉에 ‘관악합주곡인 취타를 연주할 경우의 주법’이라는 주석을 달아, “피리ㆍ대금ㆍ해금은 4괘법(四棵法)에 해당하는 ‘황(黃:E♭4)’으로 시작하고, 거문고ㆍ가야금ㆍ양금과 같은 현악기는 7괘법인 ‘중(仲:A♭4)’으로 시작하여 4도 차(四度差)로 연주함”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오늘날 취타를 관현합주로 연주할 때는 현악 선율도 4도 아래의 4괘법으로 하여 관악군과 같은 음으로 연주한다. 취타의 현악 선율은 4괘법ㆍ5괘법ㆍ7괘법 등으로 자유롭게 괘법을 바꾸어 연주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취타는 이병성이 〈무령지곡(武寧之曲)〉이라는 이름으로 채보한 〈대취타〉의 태평소 선율을 대체로 장2도 올리고 각 악기의 특성에 맞게 변화시켜 연주한다. 태(太:F4)ㆍ고(姑:G4)ㆍ임(林:B♭4)ㆍ남(淸南:C5)ㆍ황(淸黃:E♭5)다섯 음이 사용된다.
취타만을 독립하여 연주할 때는 주로 관현합주로 연주하지만, 〈취타〉-〈길군악〉-〈길타령〉-〈별우조타령〉-〈군악〉의 《취타계주(吹打繼奏)》로 연주할 때는 관악기만으로 연주한다.
취타는 서울․경기 지역 굿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서울새남굿, 서울진오귀굿, 경기도도당굿 등에서 〈길군악〉ㆍ〈길타령〉 등과 함께 행악으로도 쓰인다. 서울새남굿과 진오귀굿의 ‘별상거리’ 및 ‘도령거리’, 경기도도당굿의 ‘돌돌이-장문잡기’ 의식에서도 취타가 연주된다.
『금보정선』『방산한씨금보』『삼죽금보』『서금보』『양금주책』『율보』『일사금보』『장금신보』
장사훈, 『국악총론』, 정음사, 1976. 장사훈, 『국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66. 이동복, 「대취타와 취타의 관계」,『한국음악연구』 6․7, 1977.
박소현(朴昭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