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곡(淸聲曲)
요천순일지곡(堯天舜日之曲)
계면 이수대엽(界面貳數大葉)의 대금선율을 변주하여 독주로 연주하는 악곡
청성자진한잎은 삭대엽(數大葉) 파생 악곡 중 하나이다. 삭대엽은 조선후기 잔치와 연향의 대표 악곡 중 하나로서 본래는 시를 노래하는 성악곡이었으나 노래와 현악기 없이 관악기 위주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악보에 ‘청성자진한잎’은〈요천순일지곡〉이라는 아명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 음악적 내용을 보면 〈이수대엽>을 현악기 없이 단소ㆍ생황ㆍ대금ㆍ 세피리ㆍ해금ㆍ단소ㆍ장구 편성으로 합주하거나, 대금ㆍ단소의 독주로 연주하는 악곡에 해당한다. 이 중 합주 선율은 현재 전승이 끊어졌다.
◯ 역사변천 과정
청성자진한잎은 조선후기 거문고 악보인 삼죽금보에 처음 등장한다.
삼죽금보에는 거문고 육보로 선율이 기보되어 있고, “속칭 삼현삭대엽으로 이는 계면조이다. 우조〈중대엽〉에서 시작하여 〈편수대엽〉까지를 가곡 한바탕이라 하며, 편수대엽이 끝난 뒤 남녀병창을 하는데 계면〈이수대엽〉으로서 이를 청성삭대엽이라 한다. 소리가 높고 맑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악보는 금보(琴譜)이므로 관악기 선율에 관하여는 유추만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악보와 유성기 음반에는 <청성곡>과 관련한 보다 풍부한 자료가 존재한다. 특히 이왕직아악부 악보에 <요천순일지곡>이라 기록된 열한 가지 악보가 수록되어 <청성곡>에 관한 변주 과정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진한잎〉이라는 용어는〈數大葉〉을 한글로 풀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주로 삼현육각〈두거〉ㆍ〈농〉ㆍ〈낙〉ㆍ〈편수대엽〉을 의미하는 경향이 컸다. 반면 청성자진한잎은〈이수대엽>을 노래와 현악기가 없는 관악기 중심(단소ㆍ생황ㆍ대금ㆍ 세피리ㆍ해금ㆍ단소ㆍ장구)의 편성에〈두거〉빠르기로 연주하는 악곡을 의미했다.이왕직아악부 악보에 청성자진한잎은〈요천순일지곡〉이라는 아명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합주와 독주 선율이 달리 기보 되어 있다.
합주로 연주되었던 <청성자진한잎>은 이왕직아악부 악보의 기록 외에도 1928년에 이왕직아악부원에 의해 녹음된 Victor 49817-B(49804-B) 宴禮樂, 堯天舜日之曲(細)淸聲還入, 1932년 Regal C416A(1 22512) 〈청성곡〉, Victor KJ-1211(Kre248) 〈청성곡〉과 같은 유성기 음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음악은 열여섯 박짜리 가곡 장단 안에서 연주되는 특성이 있다. 오늘날 대금독주 〈청성곡〉에 해당하는 선율은〈요천순일지곡〉 합주용 오선악보 뒤에 대금ㆍ당적ㆍ단소 악보로 따로 존재하고 있는데, 합주 선율과 달리 불규칙한 박으로 연주된 차이가 있다. 이 음악은 이왕직아악부 이습회에서도 여러 번 연주되었는데 그 목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년도 | 일자 | 연주형태 | 악곡명 | 연주자 |
1933 | 11월 02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김계선 |
1934 | 01월 11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유길수 |
1935 | 02월 07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김경룡 |
1935 | 05월 02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임장길 |
1939 | 02월 09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임장길 |
1939 | 05월 04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유길수 |
1939 | 09월 07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전영선 |
1939 | 11월 02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전영선 |
1940 | 11월 09일 | 대금독주 | 요천순일지곡 | 김계선 |
◯ 악기편성 및 음악적 특성
일제강점기 청성 자진한잎은 생황∙단소∙대금∙세피리∙장고∙해금 등 삼현육각 보다 음량이 작고, 현악기가 없는 세악(細樂) 편성으로 연주하거나, 대금이나 단소의 독주로 연주하였다. 악보에는 합주용과 독주용 <요천순일지곡>이 따로 존재하고, 유성기 음반에서도 두 가지 형태가 모두 존재하나 이것이 모두 〈요천순일지곡〉 혹은 〈청성곡〉이라는 악곡명으로 기록되어 있어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먼저 합주용 <요천순일지곡>은 〈이수대엽〉 선율을 〈두거〉의 빠르기로 가곡장단으로 합주하는 악곡을 의미한다. 이때 대금과 단소가 함께 편성되기 때문에 가곡 반주 때와 마찬가지로 단소의 화려한 선율을 받쳐주기 위해 대금은 저취와 평취 위주로 연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독주용 <요천순일지곡>은 합주용과 달리 선율에도 변화가 생겼고, 가곡 기본 장단인 열여섯 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박으로 진행하며, 한 옥타브 위로 선율을 올린 후 전체적으로 장2도 높게 연주하는 변화가 생겼다.
이왕직아악부 악보에 수록된 <요천순일지곡> 중 합주 형태의 연주는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전승되지 않은 반면, 독주 형태로는 활발하게 전승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현대의 연주자들은 <요천순일지곡> 혹은 <청성곡>을 대금이나 단소의 대표 독주곡으로 인식한다.
성악곡의 기악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악곡으로서, 조선후기의 악곡 파생 과정 및 기능 음악으로서의 변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삼죽금보』 『이왕직아악부 악보』
김정수, 「청성자진한잎 고-〈이수대엽〉, 〈태평가〉와의 비교에 의하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72. 이건석, 「가곡 계면두거와 자진한잎의 대금선율연구 비교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7. 이진원, 「퉁소 청성곡의 음악적 연구」, 『한국악기학』(6), 2009.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정소희, 「유성기음반에 나타난 합주 〈청성곡〉 연구」, 『국악교육』(41), 2016.
진윤경(秦潤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