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풍류, 농(弄), 계락(界樂), 편수대엽(編數大葉)
〈자진한잎〉 중 〈농(弄)〉으로 시작하는 곡의 아명(雅名), 또는 그 첫 곡인 〈농〉
〈자진한잎〉은 ‘빠른 대엽’인 삭대엽(數大葉)의 우리말이다. <삭대엽>은 관현반주가 있는 성악곡과 관악기 중심의 기악곡 두 가지 형태로 전승되었는데, 오늘날 <자진한잎>이라고 하면 성악곡인 가곡(歌曲) 중 〈두거〉ㆍ〈평롱〉ㆍ〈계락〉ㆍ〈편수대엽>을 관악합주로 연주하는 순기악곡을 의미하는 경향이 더 크다. 조선 후기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되었던 <자진한잎>은 주로 잔치의 거상악(擧床樂)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조두거〉ㆍ<변조두거〉ㆍ<계면두거〉ㆍ<농〉ㆍ〈계락〉ㆍ〈편一>ㆍ〈편二> 여섯 악곡 중 시작을 어떤 곡으로 했는지에 따라, 이왕직아악부 악보에는〈경풍년(慶豊年)〉ㆍ〈염양춘(艶陽春)〉ㆍ수룡음(水龍吟)이라는 다른 아명으로 수록되었다. 이 중 수룡음은〈농〉부터 시작하여〈계락〉-〈편一〉-〈편二〉까지 네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곡이었으며, 관례적으로는 첫 곡인 <농>을 <수룡음(水龍吟)>이라 한다.
○ 역사 변천 과정
〈자진한잎〉을 아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서였다.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의 정기연주회인 이습회(肄習會) 발표 목록에서 수룡음은〈농〉-〈낙〉-〈편〉을 연이어 합주하거나 〈농〉한 곡만을 독주로 연주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1928년 이왕직아악부가 녹음한 유성기음반(Victor49803A, B 萬年長歡之曲(管) 界樂)의 곡명은 ‘계락’이지만 실제로는 〈계락〉의 제1~4장(A)과, 〈계락〉제5장부터 〈편수대엽〉까지(B)를 담고 있다. 〈농〉ㆍ〈낙〉ㆍ〈편〉을 삼현육각으로 연주하는 수룡음을 민간 삼현육각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이왕직아악부를 이은 국립국악원이 전승하고 있다.
년도 | 일자 | 연주형태 | 악곡명 | 연주자 | ||
1933 | 09월 07일 | 피리독주 | 수룡음 | 박성재 | ||
1933 | 12월 07일 | 피리독주 | 수룡음 농, 계락, 편 | 김보남 | ||
1933 | 04월 06일 | 해금독주 | 수룡음, 평롱 | 김천흥 | ||
1934 | 01월 11일 | 해금독주 | 수룡음 | 왕종진 | ||
1934 | 07월 05일 | 합주 | 수룡음 | |||
1934 | 06월 07일 | 피리독주 | 수룡음 전곡 | 박성재 | ||
1935 | 09월 05일 | 피리독주 | 수룡음 | 강명복 | ||
1935 | 07월 04일 | 해금독주 | 수룡음 계락, 편 | 왕종진 | ||
1935 | 04월 04일 | 해금독주 | 수룡음 농, 계락, 편 | 김만흥 | ||
1936 | 01월 09일 | 피리독주 | 수룡음 | 이복길 | ||
1936 | 11월 12일 | 해금독주 | 수룡음 | 김천흥 | ||
1937 | 12월 08일 | 대금독주 | 수룡음 농, 계락, 편락 | 김경룡 | ||
1938 | 04월 07일 | 대금독주 | 수룡음 농 | 최의식 | ||
1939 | 06월 01일 | 대금독주 | 수룡음 농 | 김봉원 | ||
1939 | 07월 06일 | 대금독주 | 수룡음 농 | 임장길 | ||
1940 | 02월 01일 | 피리독주 | 수룡음 농 | 김보남 | ||
1940 | 05월 02일 | 합주 | 수룡음 농, 락, 편 | 김보남 | 임장길 | 김덕환 |
1943 | 10월 07일 | 피리독주 | 수룡음 | |||
○ 악대 및 악기 편성
수룡음은 가곡 <평롱>, <계락>, <편수대엽>을 노래와 현악기 없이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했던 <자진한잎>의 구성 악곡이다. 일제강점기 조선 후기 관속 음악의 전통을 이었던 이왕직아악부 <자진한잎>의 연주 관행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악보, 음반, 연주기록을 통해 나타나는 <수룡음>의 악기 편성은 삼현육각, 관악합주, 피리·대금·해금의 독주, 생소병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현악기가 편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이러한 다양한 연주 형태는 20세기 후반 국립국악원 정악단으로 이어졌는데, 근래에는 현악기까지 함께 연주하는 시도도 있었다.
수룡음을 포함한 〈자진한잎〉은 성악곡이 기악화한 대표적인 악곡이다. 조선 후기 음악의 변모 양상과 20세기 사회 변화와 더불어 전통 사회의 기능 음악이 감상용 음악으로 전환되고 정착되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 『방산한씨금보』
배인교, 『관악 자진한잎의 역사적 변천과 변조두거의 형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사학위논문, 1998. 이숙희, 『조선후기 군영악대의 형성과 전개 연구』, 태학사, 2007. 이현창, 『자진한잎의 연주역사를 통한 성악곡의 기악화 과정 연구』, 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진윤경, 「20세기 삼현육각 음악의 전승 연구: 《관악영산회상》ㆍ《취타》ㆍ《자진한잎》의 피리 선율을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8.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일제강점기 국악 활동 자료집 2, 경성방송국 국악방송곡 목록』, 민속원, 2000.
진윤경(秦潤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