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풍류, 자진한잎, 계면두거(界面頭擧)
〈자진한잎〉 중 〈계면두거(界面頭擧)〉로 시작하는 곡의 아명(雅名), 또는 그 첫 곡인 〈계면두거〉
염양춘(艶陽春)은 〈자진한잎〉 중 〈계면두거(界面頭擧)〉-〈농(弄)〉-〈계락(界樂)〉-〈편(編)一〉-〈편二〉까지 다섯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곡의 아명이다. 그 첫 곡인 〈계면두거〉만을 이르기도 한다.
〈자진한잎〉은 ‘빠른 대엽’인 〈삭대엽(數大葉)〉의 우리말이다. 성악곡인 가곡(歌曲) 중 〈두거〉ㆍ〈농〉ㆍ〈계락〉ㆍ〈편수대엽〉을 관악기 중심의 기악곡 형태로 연주하는 것으로 잔치에서 상을 올릴 때 연주하는 거상악(擧床樂)으로 연주되기도 하였고, 사관풍류라고도 하였다. 이왕직아악부 악보에서는 시작을 어느 악곡으로 하느냐에 따라 〈경풍년(慶豊年)〉ㆍ염양춘(艶陽春)ㆍ〈수룡음(水龍吟)>으로 구분하여 수록하였다. 염양춘(艶陽春)은〈계면두거〉부터〈농〉-〈계락〉-〈편一〉-〈편二〉까지 다섯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것이며, 좁은 의미로는 첫 곡인 〈계면두거>만을 의미한다. 이 악곡은 민간 삼현육각 연주자들에 의해 <자진난이> 혹은 <자진나이>라는 악곡명으로도 전승하였다.
○ 역사 변천 과정
〈자진한잎〉을 아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서였다.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의 정기연주회인 이습회(肄習會) 발표 목록에서 염양춘은 〈계면두거〉 한 곡만 연주하거나, 〈계면두거〉-〈농〉-〈계락〉-〈편一〉-〈편二〉 전곡을 연주하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년도 | 일자 | 연주형태 | 악곡명 | 연주자 | ||
1933 | 04월 06일 | 피리독주 | 염양춘(계면잦은한잎) | 김보남 | ||
1934 | 07월 05일 | 피리독주 | 염양춘 | 이복길 | ||
1935 | 12월 05일 | 피리독주 | 염양춘 | 강명복 | ||
1936 | 03월 05일 | 합주 | 염양춘 | 박노아, 이재천 | 봉해룡 | 왕종진 |
1936 | 07월 02일 | 피리독주 | 염양춘 | 이복길 | ||
1937 | 04월 01일 | 피리독주 | 염양춘 전곡 | 이재천 | ||
1937 | 08월 05일 | 피리독주 | 염양춘 전곡 | 김성태 | ||
1937 | 07월 01일 | 피리독주 | 염양춘 전곡 | 주성배 | ||
1938 | 01월 13일 | 피리독주 | 염양춘 전곡 | 박성재 | ||
1938 | 03월 03일 | 피리독주 | 염양춘 전곡 | 김진환 | ||
1938 | 08월 04일 | 대금독주 | 염양춘 전곡 | 최의식 | ||
1938 | 11월 10일 | 대금독주 | 염양춘 전곡 | 유길수 | ||
1939 | 09월 07일 | 피리독주 | 염양춘 | 김준현 | ||
1939 | 11월 02일 | 피리독주 | 염양춘 | 주성배 | ||
1940 | 03월 07일 | 대금독주 | 염양춘 | 김기수 | ||
1940 | 07월 04일 | 해금독주 | 염양춘 | 이덕환 | ||
1940 | 09월 05일 | 해금독주 | 염양춘 | 이덕환 | ||
1941 | 01월 09일 | 합주 | 염양춘 | 홍윤기 | 김기수 | 김만흥 |
민간에서 삼현육각〈계면두거〉는 거상악〈자진한잎〉을 대표하는 악곡으로, 일제강점기까지 회갑연 등 잔치 때 이왕직아악부원이나 민간 연주자에 의해 연주되었다. 그러나 이왕직아악부에서 <계면두거(界面頭擧)〉-〈농(弄)〉-〈계락(界樂)〉-〈편(編)一〉-〈편二〉의 연곡이나 <계면두거〉를 연주할 때는 염양춘이라는 아명을 사용하였다. 대한제국기인 1906년 서울 악공(樂工)에 의해 녹음된 유성기음반(Victor 13546 A)에서는〈계면두거>를〈육각거상(六樂擧觴)〉이라는 악곡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 고악단(한성준)의 1930년 음반(Columbia 40216-A(21340) 吹奏樂 ‘頭擧’ 역시 같은 곡이다. 1935년의 음반(Colombia 40642 A 雅樂 ‘宴樂曲’)에는 1906년의 〈육각거상〉과 동일한〈계면두거〉가 고재덕(해금)ㆍ이경선(피리)ㆍ김일우(장고) 등의 연주로 녹음되어 있다. 따라서 삼현육각 <계면두거>가 거상악을 대표하는 악곡으로 연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왕직아악부의 염양춘은 국립국악원에 의해 전승되었고, 민간에서는 서울굿 거상악으로 이어져 〈자진한잎〉 또는 〈자진나이〉라는 명칭으로 전승되기도 하였다.
○ 악대 및 악기 편성
거상악〈자진한잎〉은 본래 현악기 없이 관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하던 악곡이다. 주로 피리 둘, 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의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되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의 이습회 목록과 음반에서 염양춘은 삼현육각 혹은 편성이 큰 관악합주나 독주로 연주되었다.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하는〈자진한잎〉은 삼현육각 악기인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외에 박, 좌고, 아쟁, 소금을 포함하여 스무 명 이상의 관악합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거문고와 가야금을 넣어 관현합주로 연주하기도 한다. <염양춘>은 흔히 피리나 대금ㆍ해금의 독주로 연주하거나 생황과 단소의 이중주인 생소병주(笙簫倂奏)로 연주하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염양춘은 한 장단이 열여섯 박인 가곡 장단의 악곡이며, 54박/1분 정도의 빠르기로 연주한다. 선율 구성음은 이왕직아악부에서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진 것과 민간에서 전승된 것이 조금 다르다. 국립국악원의 〈계면두거〉 선율은 원곡인 가곡 계면조와 같은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무(無:D♭5)의 5음 음계 구성이다. 반면 민간 전승의 〈계면두거〉는 무(無:D♭5)음을 조금 낮게 연주하여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으로 사실상 우조(羽調) 음계인 황종평조(黃鍾平調)에 해당한다.
염양춘을 포함한 〈자진한잎〉은 성악곡이 기악화한 대표적인 악곡이다. 조선 후기 음악의 변모 양상과 20세기 사회 변화와 더불어 전통 사회의 기능 음악이 감상용 음악으로 전환되고 정착되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 『방산한씨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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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윤경(秦潤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