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풍류, 우조두거(羽調頭擧), 존자진한잎
경풍년(慶豊年)
《경풍년》은 삼현육각 ‘자진한잎’의 아명이다. 더 좁은 의미로는 ‘자진한잎’ 중 <우조두거>, <변조두거>를 뜻한다.
《경풍년》은 〈우조두거〉부터 시작하여 〈변조두거(變調頭擧)〉-〈계면두거(界面頭擧)〉-〈농(弄)〉-〈계락(界樂)〉-〈편(編)一〉-〈편二〉까지 일곱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모음곡의 아명이다. 첫 곡인 〈우조두거〉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진한잎〉은 ‘빠른 대엽’인 삭대엽(數大葉)의 우리말이다. 성악곡인 가곡(歌曲) 중 〈두거〉ㆍ〈농〉ㆍ〈계락〉ㆍ〈편수대엽>을 삼현육각 편성 또는 여기에 아쟁과 소금을 추가해 연주하는 순 기악곡이다. 잔치에서 상을 올릴 때 연주하는 거상악(擧床樂)으로 사용되었다.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하는 <자진한잎>은 여러 아명으로 불리는데, 시작을 어느 악곡으로 하느냐에 따라 아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조두거>부터 <편>까지 연주할 때는 <경풍년(慶豊年)>ㆍ<계면두거>부터 <편>까지 연주할 때는〈염양춘(艶陽春)〉ㆍ <농>부터 <편>까지 연주할 때는〈수룡음(水龍吟)〉이라 한다.
《경풍년》은 〈우조두거〉-〈변조두거〉-〈계면두거〉-〈농〉-〈계락〉-〈편一〉-〈편二〉까지 일곱 곡을 연이어 연주하는 것이다. 이왕직아악부 악보에서 <경풍년>은 ‘기일(其一)’과 ‘기이(其二)’의 두 가지가 있는데, 경풍년 其一은 〈우조두거〉, 경풍년 其二는 〈변조두거〉를 가리킨다. 더 후대에는 〈우조두거〉만을 <경풍년>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풍년이 〈우조두거〉만을 일컬을 때는 〈두거〉의 우리말인 〈존자진한잎〉이라 하기도 한다.
○ 역사 변천 과정
사관풍류 <자진한잎>의 선율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악보이다. 이 악보에서 성악곡 <자진한잎>은 <만년장환지곡>이라는 아명으로, 삼현육각 편성의 <자진한잎>은 경풍년이라는 아명으로 구분되었다.
한편 <경풍년>은 어떤 악곡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각각 아명을 달리하여. <우조두거>부터 <편>까지 모두 연주할 때는 <경풍년(慶豊年)>, <계면두거>부터 <편>까지 연주할 때는〈염양춘(艶陽春)〉, <농>부터 <편>까지 연주할 때는〈수룡음(水龍吟)〉이라 한다. 이들 아명은 각 모음곡의 첫 곡만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용례는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의 정기연주회인 이습회(肄習會) 발표 목록에서 확인된다. 이 목록에서 경풍년은 차츰 〈우조두거〉한 곡만을 가리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무대음악화되면서 나타난 특성으로 보인다.
년도 | 일자 | 연주형태 | 악곡명 | 연주자 | ||
1933 | 06월 02일 | 피리독주 | 경풍년 | 박노아 | ||
1933 | 08월 03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유길수 | ||
1934 | 06월 07일 | 대금독주 | 경풍년 두거 | 김경룡 | ||
1934 | 08월 02일 | 대금독주 | 경풍년 | 김봉원 | ||
1934 | 10월 04일 | 해금독주 | 경풍년 | 왕종진 | ||
1934 | 12월 06일 | 피리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김보남 | ||
1935 | 02월 07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서상운 | ||
1935 | 04월 04일 | 피리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강명복 | ||
1935 | 05월 02일 | 대금독주 | 경풍년 두거 | 봉해룡 | ||
1936 | 09월 03일 | 합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김진환, 김준현 | 유길수 | 왕종진 |
1937 | 01월 07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박창진 | ||
1937 | 03월 04일 | 해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김교성 | ||
1937 | 05월 06일 | 피리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주성배 | ||
1937 | 07월 01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최의식 | ||
1938 | 01월 13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전영선 | ||
1938 | 03월 03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임장길 | ||
1938 | 07월 14일 | 대금독주 | 경풍년 두거 | 서상운 | ||
1939 | 04월 06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김기수 | ||
1939 | 08월 03일 | 피리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이재천 | ||
1939 | 12월 07일 | 해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이덕환 | ||
1940 | 05월 02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김봉원 | ||
1940 | 12월 05일 | 합주 | 경풍년 | 김준현 | 서상운 | 이덕환 |
1943 | 08월 05일 | 합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이주환, 이재천 | 박창진 | 왕종진 |
1944 | 01월 13일 | 대금독주 | 경풍년 우조두거 | 장흥기 | ||
아악부의 이습회가 이루어지던 일제강점기 경성방송국의 송출 기록을 보면 민간 삼현육각 연주자가 연주하던 사관풍류 <자진한잎>에 관한 기록도 보인다. 1936년 김인호(장고)ㆍ김만삼(피리)ㆍ방용현(대금)ㆍ김덕진(해금)이〈자진한잎〉을 송출하며 악곡명을 〈우조자진한잎〉ㆍ<존자진한잎〉ㆍ〈계락〉ㆍ〈롱〉ㆍ〈편〉으로 적고 있다. 이로 보아, <경풍년>이라는 아명은 이왕직아악부의 〈자진한잎〉 연주에 대해서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아명은 특정 악곡에 대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행사 때마다 변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왕직아악부를 거치며 특정 아명이 특정 악곡을 지칭하는 것으로 굳었다.
『방산한씨금보』(1916)에 의하면 사관풍류 <자진한잎>으로 <우조소삭대엽>, <반엽>, <계면소삭대엽>, <계롱>, <계락>, <계편>의 여섯 곡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이왕직아악부 악보 <경풍년>이 <우조두거>-<변조두거>-<계면두거>로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 악대 및 악기 편성
〈자진한잎〉은 피리 둘, 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 각 한 명이 연주하는 삼현육각 편성이다. 이왕직아악부 악보의 경풍년이 오선보에는 삼현육각 편성으로 되어 있으나, 정간보로는 『대금보』와 『해금보』만 있다. 이왕직아악부 이습회 목록에서는 <경풍년>을 연주하는 형태로 삼현육각뿐 아니라 독주도 나타난다.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하는〈자진한잎〉은 삼현육각 악기인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외에 박·아쟁·소금을 포함하여 스무 명 이상의 합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거문고와 가야금을 넣은 관현합주 혹은 독주 등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한다.
경풍년을 포함한 〈자진한잎〉은 성악곡이 기악화한 대표적인 악곡이다. 조선 후기 음악의 변모 양상과 20세기 사회 변화와 더불어 전통 사회의 기능 음악이 감상용 음악으로 전환되고 정착되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 『방산한씨금보』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배인교,『관악 자진한잎의 역사적 변천과 변조두거의 형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사학위논문, 1998. 이숙희, 『조선후기 군영악대의 형성과 전개 연구』, 태학사, 2007. 이현창, 『자진한잎의 연주역사를 통한 성악곡의 기악화 과정 연구』, 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장사훈, 『국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1984. 진윤경, 「20세기 삼현육각 음악의 전승 연구: 《관악영산회상》ㆍ《취타》ㆍ《자진한잎》의 피리 선율을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8.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일제강점기 국악 활동 자료집 2, 경성방송국 국악방송곡 목록』, 민속원, 2000.
진윤경(秦潤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