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곡(別曲), 가진회상
정상지곡(呈祥之曲)
가즌회상은 《별곡(別曲)》 중 가장 긴 곡으로, ‘두루 갖춘 영산회상’이라는 뜻을 지닌다. 《영산회상》 중간에 <밑도드리>를 삽입하고 마지막에 《천년만세》를 덧붙여서 연주한다. 《영산회상》만 연주하는 것을 가즌회상에 상대되는 의미로서 <민회상>이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풍류방에서 향유된 《영산회상》은 19세기 후반에 현재와 같이 아홉 곡의 모음곡 형태를 갖추었다. 풍류객들은 《영산회상》에 〈보허자〉에서 파생된 악곡들을 추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하였고, 느린 곡에서 점차 빠른 곡 순으로 이들 악곡을 이어 붙여 구성을 확대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별곡》이 생겨났고, 《별곡》 중 가장 긴 것이 가즌회상이다.
○ 역사 변천 과정 가즌회상은 ‘갖은 영산회상’의 줄임말로서 ‘고루 갖춘 《영산회상》’이라는 뜻이다. 즉, 《영산회상》 전곡과 〈보허자〉에서 파생된 도드리 계통 악곡을 모두 갖추어 연주하는 것을 지칭한다. 《영산회상》의 구성 악곡 아홉 곡만을 연주하는 것은 《민회상》이라 한다. 현전하는 19~20세기 고악보들은 대부분 《영산회상》을 가즌회상의 형태로 기록하고 있다.
○ 악곡 구성 가즌회상은 <상령산>ㆍ<중령산>ㆍ<세령산>ㆍ<가락덜이>ㆍ<삼현도드리>ㆍ〈밑도드리>ㆍ〈삼현도드리(제4장)〉ㆍ<하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ㆍ<계면가락도드리>ㆍ<양청도드리>ㆍ<우조가락도드리> 순으로 연주한다. 근래에는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 〈밑도드리〉 대신 〈웃도드리〉를 포함하기도 한다. 거문고와 대금은 주로 〈밑도드리〉를 연주하고, 가야금ㆍ해금ㆍ세피리는 주로 〈웃도드리〉를 연주한다.
○ 음악적 특징 〈삼현도드리〉에서 〈밑도드리〉로 넘어갈 때는 거문고가 제4장 끝 장단의 선율 |㣴|㑣|-|㣩|-|㣩|을 |㣴|㑲|㣴|㑲|㣴|㑲|으로 변주하여 곡의 전환을 신호한다. 이때 가야금은 제6현(僙→㑀)과 제9현(㒇→㑲)의 안족을 옮겨 계면조 조현에서 평조 조현으로 바꾼다. 〈밑도드리〉에서 다시 〈삼현도드리(제4장)〉로 넘어갈 때에는 〈밑도드리〉 제7장 제15각부터 변조하여 돌장을 거쳐 〈삼현도드리(제4장)〉로 이어간다.
○ 악기편성 악기편성은 《영산회상》과 마찬가지로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편성을 기본으로 한다. 거문고ㆍ가야금ㆍ대금ㆍ세피리ㆍ해금ㆍ장구를 단(單)재비로 구성하며 단소와 양금을 첨가하기도 한다.
○ 기타 가즌회상을 세 부분으로 나눠 이름을 달리 붙이기도 한다. <상령산〉ㆍ〈중령산〉은 느린 영산회상이라는 뜻으로 《긴풍류》라고 하고, 〈세령산〉ㆍ〈가락덜이〉ㆍ〈삼현도드리〉ㆍ〈도드리〉ㆍ〈삼현도드리(제4장)〉ㆍ〈하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은 빠른 영산회상이라는 뜻으로 《잔풍류》라고 한다. 가즌회상의 뒷부분인 《천년만세》, 즉 〈계면가락도드리〉ㆍ〈양청도드리〉ㆍ〈우조가락도드리〉는 《뒷풍류》라고 한다. 향제 줄풍류에서는 《뒷풍류》의 마지막 곡인 〈우조가락도드리〉 뒤에 〈굿거리〉를 이어 연주하는데, 이 곡은〈풍류굿거리〉 또는 〈남도굿거리〉라고도 한다.
가즌회상은 풍류방의 대표 악곡으로서, 조선 후기 풍류객들이 서로 다른 장단과 악조로 된 악곡들을 하나로 엮어 만든 모음곡이다. 가즌회상에는 한배에 따른 곡 구성, 변조를 위한 선율 구성 등 조선 후기 기악곡의 음악적 표현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임란경(林爛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