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조영산회상(平調靈山會上), 상령산회상(上靈山會尙), 본령산(本靈山), 대령산(大靈山)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 상령산(上靈山), 취태평지곡(醉太平之曲), 상령산(上靈山)
《평조회상》의 모음곡 여덟 곡 중 첫 번째 곡으로, 《영산회상》 상령산보다 4도 낮은 선율로 연주한다. 스무 박이 한 장단을 이루는 느린 곡으로, 한 박(한 정간)이 세 개의 소박 단위로 나뉜다.
《영산회상》의 발생에 관한 정보는 미상이나, 조선 성종 24년(1493)에 편찬된 『악학궤범』에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說)〉에 따른 음악으로 〈본사찬〉ㆍ〈미타찬〉 과 함께 〈영산회상〉이 기록되어 있다. 『중종실록』 및 『국조편년』에는 세조 14년에 〈학ㆍ연화대무〉와 〈처용무〉를 합설하는 과정에서 〈처용무〉의 괴이함을 무마하기 위해 영산회상을 반주곡으로 첨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세조대에 지어진〈본사찬〉과 〈미타찬〉이 〈영산회상〉 뒤에 관행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1 한편, 조선시대 〈처용무〉에 관한 기록은 조선 세종 7년(1425) 12월 29일의 나례 때 올려졌다는 것이 최초다.2 고려시대부터 한 명에 의해 연행되던 〈처용희〉를 세종 때 〈오방처용무〉로 궁중정재화 할 때의 반주음악이 〈영산회상〉뿐이었던 것과, 그 가사가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普蕯)’의 일곱 자로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1) 『중종실록』 중종 13년(1518) 4월 1일. “處容舞〈靈山會相〉 代以新製 〈壽萬年詞〉, 〈本師讃〉、〈彌陀讃〉, 代以新製〈中興樂詞〉。蓋此二曲, 皆涉異端, 亦命臣正之故, 不得已撰之, 此曲乃世祖朝所製。”
2) 『세종실록』 세종 7년(1425) 12월 29일.
《평조회상》 <상령산>은 가야금ㆍ거문고ㆍ아쟁ㆍ해금ㆍ향피리ㆍ대금ㆍ소금(당적)ㆍ장구ㆍ좌고 등 현악기ㆍ관악기ㆍ타악기가 모두 합주하므로 《현악영산회상》이나 《관악영산회상》보다 음량이 크고 웅장하다. 한편, 《평조회상》을 세악(細樂)편성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거문고ㆍ가야금ㆍ양금ㆍ장구ㆍ해금ㆍ대금ㆍ세피리를 단재비로 편성하여 현악기 중심의 실내악으로 연주할 경우에는 《취태평지곡》이라고도 한다.
○ 음계 《평조회상》의 <상령산>은 임(㑣:B♭3)ㆍ무(㒇:D♭3)ㆍ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을 구성음으로 하는 임종계면조(林鍾界面調)였으나, 현재는 주요 구성음으로 임(㑣:B♭3)ㆍ남(㑲:C4)ㆍ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이 출현한다.○ 장별구성
네 장 구성에 모두 열일곱 장단이다. 제1~4장까지 각각 3ㆍ4ㆍ4ㆍ6 장단으로 되어있다.
본래 《영산회상》 <상령산>은 ‘영산회상불보살’을 노래하던 것이었다. 연산군은 회무(回舞)에서 이 가사를 부르는 것을 듣고, 이는 불가의 말이니 고쳐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며 연산군이 직접 “군수신복계방밀(君綏臣福繫邦謐)”이라는 노랫말 한 구를 지은 적이 있고,3 중종은 악장(樂章)의 내용 중 음란하거나 불가와 관련된 내용은 고치라고 명하여, 〈처용무〉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되던 《영산회상》의 가사 역시 「수만년사(壽萬年詞)」로 대체하게 하였다.4 중종 당시 대제학 남곤은 〈처용무〉 자체가 기이하고 사특〔奇邪不正之樂〕하기 때문에 악장을 고치기보다는 아예 〈처용무〉를 다른 잡희와 함께 추지 않기를 건의하였고, 중종은 이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새롭게 지은 「수만년사(壽萬年詞)」가 실제로 〈처용무〉의 반주악인 《영산회상》의 가사로 불려 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선 후기 악보로 추정되는 『송씨이수삼산재본금보』 《현악영산회상》 <상령산>에 여전히 ‘영산회상불보살’이 가사로 붙어 있는 점에서, 불가와 관련된 가사를 고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여전히 이 가사를 부른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악영산회상》과 《평조회상》의 <상령산> 모두 가사 없는 기악곡으로 연주되며, 〈중령산〉 이하의 곡들도 모두 기악곡으로 된 악보만 전한다.
3) 『연산군일기』 연산 11년(1505) 12월 27일, ‘임금이 편안하고 신하가 복스러우니 나라의 안일에 관계되네(君綏臣福繫邦謐。)’
4) 『중종실록』 중종 13년(1518) 4월 1일, ‘바다에 사는 신선이 자연(紫烟)을 타고 와서, 비단 휘장 앞에 갈라 서서 춤을 드립니다. 꽃을 꽂은 머리 무거워서 천천히 돌면서, 삼가 임금님의 만년수를 드리옵니다.(碧海仙人乘紫烟, 分曹呈舞繡簾前。 揷花頭重回旋緩, 恭獻君王壽萬年。)’
관현 합주 대편성일 경우 현재 전하는 향악곡 중 연주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하며, 오늘날에도 감상 및 정재 반주 음악으로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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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