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음악 또는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음악을 기록하여, 향후 이를 바탕으로 소리로 재현하거나 재현될 음악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기억의 보조 또는 소통의 도구로서, 일반적으로 시각적 방법으로 기록된 매체
악보는 음악을 기록하는 일종의 기록물이다. 음악은 인간의 여러 감각 중 청각을 이용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고, 음악의 가장 중요한 표현 매체는 소리이다. 소리는 음높이[高低, pitch]·음길이[長短, duration]·셈여림[强弱, intensity]·음빛깔[音色, timbre]의 네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다. 악보는 이 같은 소리의 여러 성질을 기록하는 기록물이다.
그러나 음악의 소리를 한 개인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한다고 하여 이를 ‘악보’라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악보는 이를 통한 소통이 가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채보자가 기존의 악곡을 기록하거나 또는 작곡가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자 자신이 상상하는 음악을 기록하는 경우라도 그 악보를 바탕으로 연주자가 실제의 소리를 구현할 수 있거나, 또는 분석가나 연구자가 악보를 통하여 그 속에 담긴 음악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음악의 기록에는 일정한 약속이 필요하며, 이러한 약속은 시대나 지역 또는 집단 사이에 공유되어야 음악의 기록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 같은 약속 즉 ‘악보를 기록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기보법(記譜法, notation system)’이라 하며, 악보는 일정한 기보법에 따라 기록된 음악의 기록물이다.
악보에 사용되는 기보법은 개별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문자(letters)를 활용하거나 점·선·부호 등의 다양한 도형(graphic)을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기록하지만, 맹인을 위한 점자(點字)와 같은 특수 악보도 있다. 그리고 문자나 기록문화를 갖지 않은 문맹사회 또는 기록의 필요성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에는 음악적인 정보가 구전심수(口傳心授)로 소통·전승되기도 하며 이를 ‘구술악보(oral notation)’라 부르기도 한다.
기원전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유물에서 악보로 보이는 음악관련 기록물이 상형문자나 설형문자로 남아 있으며, 알파벳을 활용한 문자보로는 중동지방의 것과 그리스의 기악보 및 성악보 등에 남아있는 것이 있다. 동양에서는 12율의 율명이 기원전 3세기의 기록에 보이고, 5음음계의 각 음을 지칭하는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다섯 글자가 기원전 2세기부터 사용되었으나, 이를 활용한 악보로는 후대의 것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사용되는 악보는 그 종류가 매우 많아서 현재까지 발견된 옛 악보는 110여 종을 넘으며, 이를 기록하기 위한 기보법도 매우 다양하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도 육보(肉譜)라는 악보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 실물이 남아 전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악보는 『세종실록』 「악보」이다. 『세종실록』 권136~147에 수록된 악보는 세종 때 제정된 아악과 <정대업>·<보태평>·<발상>·<봉래의>·<봉황음> 등 세종 재위 중에 창제된 신악(新樂)을 싣고 있는데, 아악은 중국에서 전래된 율자보·공척보로 기보되었고, 신악은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로 세종 때 창안된 정간보와 율자보로 기보되었다. 이들 악보는 세종 29년(1447) 이전에 완성된 것으로, 실록 편찬 때 포함되었다.
조선왕조실록 중 『세조실록』 권48·49에도 악보가 실려 있는데, 권48에는 신제아악에 해당하는 <환구(圜丘)> 제례아악이 율자보와 공척보로 기보되었고, 이어서 세조 10년부터 종묘제례악으로 제정·연주된 <보태평>과 <정대업>이, 권49에는 향악양식의 <환구> 제례악 등이 실려 있는바, 기보는 세종 때에 비하여 대폭 개선된 정간보와 세조 때 새롭게 창안된 오음약보를 활용하였다. 세조실록에서 채택한 정간보와 오음약보의 혼합 기보체계는 『시용향악보』와 『대악후보』, 『속악원보』 등 조선시대 관찬악보(官撰樂譜)에서 중요한 기보법으로 활용되었다. 이들 관찬악보에 수록된 음악 중 국가의 다양한 의식에서 연주되던 음악은 성악과 기악의 합주음악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 음악은 노래선율과 관악기·현악기를 대표하는 악기의 선율, 그리고 장구·북·박 등 중요한 리듬악기의 음악을 담고 있다. 이들 악보에서 음의 길이[時價]는 네모난 칸인 정간(井間)으로, 음높이와 타악기 연주는 문자로 표기하였다.
최초의 민간 악보인 『금합자보』는 장악원 첨정을 지낸 안상(安瑺, 1511~1579 이후)이 선조 5년(1572)에 편찬한 악보이다. 이 악보에서 현악기를 대표한 거문고는 합자보와 육보, 관악기를 대표한 대금은 오음약보와 육보, 장구와 북은 도형, 박(拍)은 문자를 이용하여 총보를 기보하였다.
이후 민간에서 편찬된 민찬악보(民撰樂譜)는 거문고·양금·가야금 등 현악기의 음악을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통사회에서 음악애호가들인 풍류객이 주로 다루었던 악기가 현악기들인데, 이들은 비전문 음악인이었으므로 많은 음악을 암기하기 어려워 기억을 보조해 줄 악보가 필요하였다. 또한 전문음악인들도 풍류객들과의 음악적인 소통과 교육을 위하여 악보를 필요로 하였다. 반면에 전문음악인들이 주로 다루었던 관악기나 성악은 악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조선시대의 거문고 악보는 합자보와 육보를 중요한 기보법으로 활용하는데, 초기에는 합자보가 기보의 중요 수단이 되었고 육보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19세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육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합자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세기 말부터는 합자보가 도태되고, 육보가 거문고 악보의 주된 기보법으로 기능하게 된다. 그리고 20세기 초부터 정간보와 율자보가 결합된 현행 정간보 체계의 악보가 정착한다.
가야금의 경우는 최초의 악보인 『졸장만록』만 합자보이고, 이후의 악보는 대부분 육보이다. 양금 악보 역시 대부분 육보로 기보되었으나, 『구라철사금자보』·『금보정선』·『협률대성』은 기존의 기보법을 활용하지 않고 독특한 기보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구라철사금자보』는 율명의 첫 글자를 빌려 양금의 스물한 개 음을 표기하며, 『금보정선』은 공척보의 문자를 빌려오기도 하고, 『협률대성』은 한시(漢詩) 구절에 쓰인 문자를 빌려 양금 음악을 기보였다.
위에서 살펴본 거문고·양금·가야금 악보에는 성악곡인 가곡[歌曲, 慢·中·數大葉]이 실려 있으나, 노래 선율이 아니라 악기의 반주음악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19세기 악보인 『오희상금보』와 그 이본(異本)들에는 일부 가곡 노래선율의 움직임을 곡선으로 표기한 ‘수파형(水波形) 악보’가 실려 있다. 그러나 이들 ‘수파보’는 선율의 대체적인 흐름만 표기하여 음높이와 음길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정간보의 정간 안에 율명의 첫 글자를 적어 음고와 시가를 표기하던 ‘정간보’는 19세기 말에 이르러 정간 안의 리듬이 세분되었으며, 각 악기의 고유한 주법이나 장식음 등을 부호로 표기하는 등 개량이 이루어지고, 20세기 전반기를 거치며 국악의 대표적인 기보법으로 그 체계가 갖추어졌다. 본래 정간보는 한 칸으로 한 박의 길이를 나타내기 위하여 고안된 격자형 시가기보법을 가리켰으나, 오늘날에는 정간 안에 율명의 첫 글자를 적는 ‘정간+율자 체계’의 악보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이 같은 정간보의 정착과 더불어 20세기 이후 국악을 서양식 오선보로 기보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920~30년대 아악부에서 국악을 서양식 오선보로 채보(採譜)하였으며, 작곡가 김기수는 1939년에 국악관현악곡을 작곡하며 오선보를 사용하기도 하였고, 이상준 등 서양음악가들도 우리 민요를 오선보에 채보하기도 하였다. 1960년대 대학 국악과에서 교육용 악보로 산조(散調)를 오선보로 채보하였으며, 당시 새롭게 창작된 소위 ‘신국악’ 또는 창작국악은 대부분 오선보로 기록되었고, 이후 창작국악곡에는 오선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국악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연구논문이나 개설서 등 국악과 관련한 출판물이 늘어나는데, 이들 서적이 대부분 가로쓰기를 채택하면서 본질적으로 세로쓰기인 정간보를 글 속에 넣어 편집하는 것이 불편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부분 연구서나 전문서적에서 악보를 보기로 제시할 때에는 오선악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등학교의 교과서에서 장단형을 제시하거나 동요 등 음악선율을 제시할 때 교육적인 목적으로 정간보 체계를 가로형으로 변형한 ‘가로정간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악보의 기보에 사용되는 기호는 음성기호(phonic sign)와 도형기호(graphic sign)이다. 음성기호에는 문자나 약자(略字) 또는 약호(略號)와 같은 기호(記號)가 포함되며, 도형기호에는 기하학적인 모양이나 점·직선·곡선·격자 등이 포함된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이 같은 요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악보와 기보법이 있는바, 음악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악보의 기보법을 분류하고 있다.
알파벳 문자(Letters of the alphabe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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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체계의 순서대로 음높이를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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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음고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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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음이름 표기와 이와 연관된 10세기 서유럽의 음자리표(C,
F,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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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절 기보법(Syllables notation)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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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확정된 음절의 순서에 따라 음높이을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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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궁·상·각·치·우, 일본의 이(い)·로(ろ)·하(は)·니(に)···,
서양의 도(do)·레·(re)·미(mi)·파(fa) 등 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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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절과 모음 음향(Syllables and vowel acoustics)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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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절로 표기되는 자음과 모음의 음향적 특성을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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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음의 ‘덩, 둥, 등, 당, 동, 징’처럼 자음(ㄷ·ㅈ) 및
모음(ㅓㅜㅡㅏㅗㅣ)의 음향적 특성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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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Words)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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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단어를 음악적인 표현을 위하여 악보에 도입하여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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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의 빠르기 표시(largo, allegro), 분위기 표시(andante,
scherzando), 주법(pizzicato, arco), 음량 지시(forte, piano)
등. 약자로 표기하거나 기호화 하여 표기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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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율명처럼 음높이를 지칭하는 단어를 활용. 실제 악보에
기보할 때는 약칭으로 첫 음절만 기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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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Numbers)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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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숫자 표기방식을 다양한 음악 요소의 표기에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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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계 속 각 음, 키보드의 건반, 현악기의 괘(fret), 관악기의
지공이나 밸브, 연주자의 손가락 등의 차례를 나타내기 위하여
숫자를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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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음 사이의 간격인 음정을 나타내기 위하여 숫자를 활용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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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 악보(Graphic sig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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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부호 등을 활용하여 음악적인 여러 요소를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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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오선악보와 음표·조표·음자리표·각종 부호, 기타(guitar)의
코드표와 같은 타브 악보(tablatur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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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불교음악 기보법의 뉴움(네우마) 역시 선율의 진행방향을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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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간보의 정간, 삼조표와 연음표의 선과 점,
수파보(水波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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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 세로 3으로 배열된 6개의 점을 활용하는 점자기보법도
일종의 도형악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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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 악보(Hybrid system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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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상의 요소들을 사용한는 기보법으로 많은 기보법이
여기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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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거문고·비파·가야금·칠현금 합자보(合字譜)가 이 유형에
속하며, 중국의 감자보(減字譜)도 여기에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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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육보에도 특정 괘를 나타내기 위하여 기호나 숫자가
사용되며, 정간보에도 주법이나 장식음 표기를 위하여 다양한
기호가 사용되며, 서양의 오선보에도 도형·문자·단어·약자·기호가
혼용되는 등 대부분의 악보는 혼합 악보에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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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는 음악을 기록하기 위하여 어떤 도구나 소재를 활용하는지의 관점에서 기보법을 나누어 본 것이다. 그러나 기보법의 유형은 음악의 어떤 측면을 기록하기 위한 것인지의 관점에서 분류하면 기보법의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즉 음높이·음길이·셈여림·음빛깔 중 어느 요소를 기록하기 위한 것인지, 또는 어떤 악기의 연주법을 어떻게 기록하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기보법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우리나라의 기보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국악의 기보법과 그 종류
한국 전통음악의 악보는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음높이나 음길이를 기록하기 위한 악보가 대부분이고, 셈여림이나 음빛깔을 기록한 악보는 찾기 어렵다. 또한 국가 의식에 사용되던 궁중음악의 악보는 성악과 기악(관·현·타악)으로 구성된 합주를 기록하고 있으나, 민간의 악보는 기악 중 거문고·양금·가야금 등 현악기 악보가 대부분이고 관악기 악보와 성악곡의 악보는 매우 드물다. 역사적으로 한국음악의 기보를 위하여 사용된 기보법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음고기보법(音高記譜法): 음의 높낮이를 기록하는 방법
시가기보법(時價記譜法): 음의 길이를 나타내는 방법
주법기보법(奏法記譜法): 주법이나 창법을 표기하는 방법
선율기보법(旋律記譜法): 선율의 흐름을 나타내는 방법
◯ 음고기보법
한국 고악보에 사용된 음고기보법은 모두 문자를 사용하여 음높이를 표기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문자는 한자와 한글이다. 이 중 한자는 약자(略字)로 쓰기도 하고, 때로는 한자와 한글이 조합된 형태로 활용되기도 한다.
율자보(律字譜) : | |
12율명의 첫 글자로 음높이를 표기하는 기보법으로
『악학궤범』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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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자보(宮商字譜) : | |
궁·상·각·치·우의 다섯 글자와 변치·변궁 등으로 상대적인
음높이를 표기하는 기보법으로 율자보나 합자보와 함께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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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척보(工尺譜) : | |
중국의 속악(俗樂)을 기보하던 기보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율자보와 함께 사용되었고, 표기에 쓰이는 문자는 『금보정선』에
차용되었으며, 20세기 초 아악부의 가야금교재에 약자로 표기한
것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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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음약보(五音略譜) : | |
세조때 창안된 기보법으로 주음(主音)을 ‘宮’이라 하고, 上一·上二
또는 下一·下二 등으로 향악의 5음음계를 표기하던 기보법. 주로
관찬악보에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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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보(肉譜) : | |
악기의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인 구음(口音)을 문자로 기록한
것으로, 악기의 연주법을 나타내며, 악기에 따라 구음법이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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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보(借用譜) : | |
기존의 기보 방법이나 문학작품의 일부를 빌려와 새로운 음고
표기의 수단으로 삼은 기보법으로 율명차용보(律名借用譜),
공척차용보(工尺借用譜), 시구차용보(詩句借用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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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기보법
시가기보법은 음의 길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보 방법을 가리킨다. 정간보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간보만큼 정확한 표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음악을 구성하는 각 음의 길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기보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간보(井間譜) | |
격자모양의 정간 안에 율명이나 합자보·육보·오음약보 등을 적어
음높이와 음길이를 나타낼 수 있도록 고안된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이다. 세종실록에 처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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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보(大網譜) | |
정간보의 리듬을 명확하게 기록하기 위하여 대강 단위의
굵은 마디 줄을 표기한 악보이다. 『세조실록악보』에 처음
보이며, 『양금신보』(1610)에서는 정간을 그리지 않고 대강만
표기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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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보(間隔譜) | |
정간 없이 음고나 주법을 나타내는 문자를 기록하면서 시가 해석이
가능하도록 문자 사이의 간격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기록한
기보법으로 『율보(향율양금보)』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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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조표(三條標) | |
양금과 거문고 악보에서 육보 옆에 세 가지의 부호(점·선·점선)를
활용하여 음길이를 표기한 기보법으로, 루소(J. J.Rousseau,
1712~1778)가 고안한 Galin-Paris-Chevé의 숫자보 및 중국의
간보(簡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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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보(長短譜) | |
음높이를 나타내는 문자 옆에 장구장단을 함께 표기하여 음의
길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기보법으로
『아금고보』·『향률율보』·『동국대학교소장 가야금보』 등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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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보(符號譜) | |
●, ● ●, ●-● 등의 세 가지 검은 점[黑點]을 활용하여 한 박, 두
박, 또는 리듬의 변화를 나타내거나 관악기의 호흡 횟수를
표시하여 음길이를 나타내는 기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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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법기보법(奏法記譜法)
주법기보법이란 음높이나 음길이를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의 연주법이나 성악의 창법을 기록하는 기보법이다.
합자보(合字譜) | |
악기의 연주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약자 또는 부호화하고, 이를
모아 하나의 글자처럼 기록하는 기보법이다.
거문고·비파·가야금·칠현금의 합자보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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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數字譜) | |
음계 안의 각 음을 순서대로 숫자로 표기하거나, 현악기의 줄,
괘(棵)나 주(柱), 또는 관악기의 지공(指孔)이나 관의 순서 등을
숫자로 나타내는 기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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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보(肉譜) | |
거문고 육보에 쓰이는 구음은 줄[絃]·괘·손가락·술대 탄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악기의 연주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기보법이다.
따라서 같은 구음이라도 경우에 따라 다른 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양금과 가야금 구음은 음높이가 고정적이다. 따라서 거문고
육보는 음고기보법이 아니라 주법기보법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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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보(文字譜) | |
우리나라 옛 악보는 대부분이 문자보에 속한다. 그러나
주법기보법으로서의 문자보는 악기의 연주와 관련된 정보를 문자로
서술하듯이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현금동문류기』에
‘遊五食동打 遊四名스렝딩 撥因打…’ 또는 ‘食遊四拍卽擧指
食卦上絃拍 食大五匕因掻三又匕’와 같이 기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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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보(圖形譜) | |
도형보란 그림으로 악기의 주법을 표기한 것으로, 대표적인 경우가
『금합자보』의 장구보(杖鼓譜)·고보(鼓譜)이다. 그 밖에도 여러
고악보의 장구장단 표기는 대부분 다양한 도형을 활용한다. 또한
성악곡인 가곡의 창법(唱法)을 기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연음표(連音標)도 다양한 도형을 사용하여 기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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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율기보법
악곡의 선율 흐름을 그림으로 나타내거나, 익히 알려진 노래의 한 부분을 문자로 지시하여 노래 선율을 나타내는 기보법이다.
수파보(水波譜) | |
노래 선율의 흐름을 물결무늬 모양의 선으로 그려놓고 해당하는
부분에 노랫말을 적은 기보법으로 ‘수파형(水波形) 악보’ 또는
‘수파형 곡선보’·‘선율선보’등으로 불린다. 가곡의 기보에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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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집(同音集) | |
불교 음악인 법패의 선율을 기록하기 위한 기보법의 하나로, 어떤
곡의 한 부분과 다른 곡의 한 부분 선율이 동일하다고
기록함으로써 노래의 선율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기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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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악보는 두 가지의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진다. 첫째는 기존의 음악을 채보(採譜)하는 경우인데, 이는 기억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둘째는 새로운 음악을 악보에 기보(記譜)하는 경우인데, 이는 작곡자가 자신이 구상하는 음악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연주자로 하여금 음악을 충실하게 재현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악보 중에는 기록과 보존을 통하여 후대에 참고가 되도록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악보들도 있다. 주로 국가 의식에서 연주되는 제례악이나 의식음악을 기록한 관찬악보들이 그러하다. 관찬악보 중에는 『세종실록악보』와 『세조실록악보』처럼 왕조실록에 수록되어 전하는 악보도 있다.
반면에 민간의 지식인이나 풍류객 등이 편찬한 민찬악보(民撰樂譜, 私撰樂譜)는 음악의 전승이나 기억의 보조 기능이 강하다. 전승 목적의 악보는 음악적인 다양한 요소를 최대한 기록하고자 노력하지만, 기억을 보조하기 위한 악보는 중요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기록한다. 반면에 작곡가가 작품을 창작하면서 기록하는 경우는 매우 구체적인 요소까지 기보하며, 연주자에게 요구하는 표현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악보는 전통적으로 동양의 문자 서법인 종서법(縱書法)의 원칙을 따른다. 따라서 제책할 때는 오른쪽을 묶어서 책장을 오른쪽으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병풍처럼 접어 펼칠 수 있는 절첩장(折帖裝)으로 만든 것도 있다. 그리고 내용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쓰고, 첫 줄[行] 아래에서 다음 줄 위로 이동하여 쓰거나 읽는다. 다만 현대의 정간보에서는 정간 안에 기록된 여러 글자를 읽을 때, 횡서법(橫書法)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은 다음 아래 줄로 이동 한다. 조선 후기 악보 중에는 가로쓰기를 채택한 경우가 드물게 발견되고, 가곡 선율을 기록한 수파보의 경우 초장을 맨 밑에 기보하고 차례대로 위로 읽어나가는 악보도 있다.
고악보 중에는 문자로 기록된 악보가 대부분이고, 사용된 문자는 한자(漢字)와 한글이 대부분인데, 한자의 뜻[訓]을 빌려 온 차자(借字)나 기보의 편의를 위하여 획수를 줄인 약자(略字)도 사용하고, 이두(吏讀)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전승되는 조선시대의 고악보 중 『금합자보』(1572)·『양금신보』(1610)·『시용향악보』(조선 중기) 등은 목판본이지만, 관찬악보 중에는 정간보의 격자무늬를 목판으로 인쇄하고, 그 안에 적는 내용은 필사한 경우도 있다. 그 밖의 악보들은 대부분 필사본이며, 붓으로 묵서(墨書)하였다. 다만 『세종실록악보』에서는 한 옥타브 낮은 음은 붉은 색으로 썼으며, 조선후기의 악보 중에는 삼조표나 연음표 등 주목을 요하는 부분이나 주석 등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기록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고악보들은 우선적으로 음높이와 음길이를 기보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악기의 주법을 충실히 기록하고자 한 점도 주목된다. 다만 음악의 빠르기를 표시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이는 옛 악보의 음악을 해석할 때 아쉬운 점이다.
세계 여러 민족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가 언어라 한다. 그러므로 언어를 갖지 않은 민족은 없을 것이다. 음악 역시 민족적인 정체성이 강하여 민족 고유의 음악을 갖지 않은 민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자민족의 음악을 기록할 수 있는 고유한 기보법을 가진 민족은 많지 않다. 현재까지 전승되는 우리나라 옛 악보의 기보법은 20여 종에 이른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한국의 뛰어난 기록문화는 음악분야의 기록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한국 전통음악의 특수성과 세계 음악문화 속에서 한국 기보법이 차지하는 가치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김영운, 「한국전통음악의 기보법 연구(1)」, 『한국전통음악 논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90. 이혜구, 「한국의 구기보법」, 『한국음악연구』, 국민음악연구회, 1957. 서정은, 「소리와 기보체계 간의 경계 또는 관계에 대하여」, 『서양음악학』, 24-2집, 2021. 장사훈·한만영, 『국악개론』, 한국국악학회, 1975. Sadie, Stanley / Tyrrell, John (Edt),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Notation’항목.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