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일제강점기 지송욱(池松旭)에 의해 조선연구회 발행으로 경성에서 출판된 조선 예기 605명의 사진ㆍ기예ㆍ이력 등을 기록한 책.
일제강점기 조선 예기 605명의 사진ㆍ기예ㆍ이력 등을 기록한 책으로, 예기와 공연예술사 및 일제강점기 문화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사료로서 1918년 경성에서 발간되었다.
1918년 경성일보사 사장이었던 아오야나기 고타로(靑柳網太郞)와 신구서림 운영자인 지송욱(池松旭)의 공동작업으로 발간되었다는 의견이 많은 편인데, 기자의 정보력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편집자에 의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1914년 1월 18일~6월 11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과의 연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매일신보』는 경성일보 사장과 편집국의 지휘를 받으며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에, 1914년 연재된 기사와 『조선미인보감』의 자료ㆍ정보 출처가 동일했을 것이라는 견해에 근거한다. 사실에 근거한 자료가 식견이 풍부한 지송욱에 의해 편집되어 조선연구회의 발행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견해로 전통적 글쓰기의 연장선으로서 지송욱에 의해 편찬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적어도 서문에 밝힌 ‘화오귀객(花塢歸客)’이 지송욱 본인이 아니라면 높은 식견의 지인 또는 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편찬되었기에, 단순히 일제의 통제적 목적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기록 내용과 형식의 차이 등 서술 방식의 상이함을 근거로, 기생 본인이 자기소개서 성격의 글쓰기가 우선되어 편집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저자와 관련한 보감의 유래는 책의 목적과도 연계된다. 기생의 타자화를 통한 일제의 지배 전략 중 하나로 파악함으로써, 관련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예기의 창기화를 가속화하고 제국주의적 근대화를 펼쳤다는 것이 발간 목적의 주요 근간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책의 서문에 ‘조선전도 미인의 사진과 기예와 이력을 수집하고 조선 언문과 한문으로 저술한 책이니라’고 밝히고, ‘정위(鄭衛)의 부정(不淨)한 풍속을 후인(後人)의 경계(警戒)’로 삼고자 하는 목적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서문의 해석과 편찬 방식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발간 목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 체재 및 규격
가로 26㎝, 세로 18.5㎝의 46배판이며 총 312쪽 활자본으로 양장본.
○ 소장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은 1918년 7월 발간된 것으로 ‘편집자(編輯者): 지송욱(池松旭), 발행자(發行者): 아오야나기 고타로(靑柳網太郞), 인쇄자(印刷者): 심우탁(沈禹澤), 인쇄소(印刷所): 성문사(誠文社), 발행소(發行所): 조선연구회(朝鮮硏究會), 신구서림(新舊書林)’으로 되어 있다.
○ 구성 및 내용
책은 대부분 국한문체ㆍ국문체의 이중구조로 이루어졌는데, 발간 의도를 알 수 있는 서문은 한문ㆍ국한문ㆍ국문으로 되어 있다. 책 구성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서문인 ‘미인보감서(美人寶鑑序) - 미인보감서언(美人寶鑑緖言)’, 각 권번을 소개(한성권번ㆍ대정권번ㆍ한남권번ㆍ경화권번ㆍ지방명권번ㆍ조합)하는 권번별 시조 두 수, 권번별 예기 소개로 이루어졌다.
각 권번을 소개하는 시조 두 수 중 첫 번째 시조는 소개하는 권번을 꽃에 비유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소개 순서에 따라 ‘한성권번ㆍ대정권번ㆍ한남권번ㆍ경화권번ㆍ지방명권번ㆍ조합’을 각각 ‘모란ㆍ국화ㆍ월계화ㆍ해당화ㆍ백화’로 묘사했다. 두 번째 시가 또한 12가사 및 『청구영언』에 전하는 여창가곡을 인용 및 차용하여 각 권번의 특징을 나타냈다.
권번 소속의 예기를 소개하는 장에서는 소속 예기의 수가 많은 곳부터 소개하는 방식을 우선으로 했다. 한성권번(190명)ㆍ대정권번(182명)ㆍ한남권번(75명)ㆍ경화권번(40명)을 소개하고, 이후 지방 조합 소개 시 대구(32명)ㆍ금천(3명)ㆍ동래(11명)ㆍ창원(2명)ㆍ광주(7명)ㆍ평양(7명)ㆍ진남포(3명)ㆍ수원(33명)ㆍ개성(3명)ㆍ인천(5명)ㆍ안성(5명)ㆍ연기(7명)으로 총 605명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4대 권번인 한성ㆍ대정ㆍ한남ㆍ경화권번 소개 첫 장에, 각 권번을 대표하는 사진을 탑재하고 다음 장부터 소속 예기를 소개하고 있다.
예기 소개의 체제는 한 쪽에 2명씩 좌우로 배치했는데, 권번별 학습ㆍ재학 중인 어린 동기는 한 쪽에 3명씩 배치하여 소개하고 있다. 한 명의 예기를 소개할 때 상ㆍ하단을 이분하여, 상단 가운데 예기의 사진을 중심으로 두고 사진의 오른편에 원적ㆍ현주소ㆍ이름ㆍ나이 등을 기록하고, 사진의 왼편에 예기의 기예를 기록했다. 춤ㆍ노래 등 기예의 구체적 내용으로 경서(京西)ㆍ경성(京城)ㆍ남도(南道)ㆍ서관(西關) 등의 잡가<(雜歌)와 관서(關西)ㆍ남방(南方) 등의 이곡(俚曲), 서도이요(西道俚謠), 남방속요(西方俗謠), 그리고 창가ㆍ이창(俚唱) 및 행가(行歌) 등의 국악 특기가 적혀 있다. 가야금ㆍ양금과 같이 잘 다루는 악기나 조(調)를 기록하기도 했다. 춤은 검무(劍舞)ㆍ무산향(無山香)ㆍ춘앵무(春鶯舞) 등 각종 정재무(呈才舞)로부터 승무(僧舞)ㆍ남중속무(南中俗舞: 살풀이춤) 등 민속춤과 서양무도(西洋舞蹈)ㆍ내지무(內地舞: 일본춤) 등 당시 유행하던 일본 및 외래의 유입된 춤까지 기예로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예기들이 일본과 서양 외래문화를 수용하여 적극 활용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춤 외에도 삼미선(三味線)ㆍ내지요(內地謠: 일본노래)ㆍ국어(國語: 일본말) 등의 기예를 적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묵화(墨畵)ㆍ서화(書畵)ㆍ예서(隸書)ㆍ변(口辯) 등의 특기를 함께 기록했다.
하단에 예기를 소개하는 글에는 오른편에 한문시가, 왼편에 한글 시가가 적혀 있는데, 당시의 시가는 한시ㆍ시조ㆍ가사ㆍ신시ㆍ창가 등이 혼재되어 있다. 소개된 시가 내용은 소개하는 예기의 출신ㆍ경력ㆍ외모ㆍ성격ㆍ특기 등을 문학적 표현으로 비유하고 있는데, 각 권번 및 조합별 서술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저자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성신문사 사장인 아오야나기 고타로를 통해 매일신보 또는 경성일보의 기자들이 자료의 정보 및 수집과 내용을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구서림의 지송욱이 편집했으므로 아오야나기와 지송욱의 공동작업이라는 관점이 있다. 여기에는 조선연구회 발행이라는 친일 단체의 영향이 작용한다. 이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은 서술 방식의 특성을 예로 들며, 사대부의 야담, 패관잡기류 등 우리의 전통적 글쓰기 방식의 연장선으로서 풍부한 식견을 갖춘 지송욱에 의해 편찬된 것에 방점을 찍기고 한다. 이와 달리 기자들의 취재가 있었다면 당대의 유명한 권번이 빠져 있고, 한 권번 내에서도 서술 방식이 다른 점 등을 들어 예기의 자기소개서 형식의 글쓰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지 차례]
겉표지
속표지
美人寶鑑緖言(미인보감서언 – 한문)
朝鮮美人寶鑑序(조선미인보감서 - 국한문)
미인보감셔(한글)
한성권번, 대정권번, 한남권번, 경화권번, 지방명권번,조합(권번 소개)
한성권번, 대정권번, 한남권번, 경화권번, 대구조합, 금천조합, 동래조합, 창원조합, 광주조합, 평양조합, 진남포조합. 수원조합, 개성조합, 인천조합, 안성조합, 연기조합(예기 소개)
단순히 기녀를 소개하는 화첩 이상으로 기녀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음악ㆍ춤ㆍ사진ㆍ문학 등 예술사의 기록과 민속 및 사회학, 여성학 등 인문ㆍ예술 분야의 전반을 연구하는데 기초자료로서 일제강점기 문화사 연구에 매우 귀한 사료이다. 특히 『매일신보』 1914년 1월 28일부터 6월 11일까지 연재되었던 「예단일백인」과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는 관점에 비추어, 관련 분야의 일제강점기 전반에 대해 상호 보완연구 등 다양한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책의 발간 목적ㆍ저자ㆍ장르별 역사적 변이 과정ㆍ기록 자체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논점과 담론이 제기되면서, 일제강점기를 통해 오류와 왜곡으로 인식됐던 기녀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소장처 소재 원본의 중요성만큼, 1984년 민속원 영인본을 거쳐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원본을 입수해 2007년 10월 민속원에서 새로운 영인본(송방송 색인, 이진원 해제)을 만들어, 일반 연구자들에게 사용의 편의성을 제공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송방송 색인, 이진원 해제, 『조선미인보감』, 민속원, 2007. 권도희, 「20세기 기생의 가무와 조직-근대기생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연구』 45, 2009. 김지현, 「20세기 초 조선 예기의 자기소개서: 『조선미인보감』을 중심으로」, 『인문학연구』 30, 2021. 송방송, 「『조선미인보감』 소재 기생 열전」, 『한국무용사학』 10, 2009. 신현규, 「『조선미인보감』에 수록된 창가 연구」, 『우리문학연구』 21, 2007. 이경민,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 『황해문화』 37, 2002. 최식, 「『조선미인보감』의 편자와 서술방식」, 『민족무용』 8, 2005. 최호석, 「지송욱과 신구서림」, 『고소설연구』 19, 2005.
박선욱(朴羨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