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직아악부 문서철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에서 다루어진 여러 문서를 책자 형태로 묶어 놓은 자료집
장서각 소장 『조선아악』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에서 보관되어 온 아악부 관련 문서의 묶음으로, 작성 주체가 다양하고 내용과 성격, 지질(地質), 기록 방식 등이 제각각이나 이왕직의 관리 감독을 받던 아악부의 조직과 운영, 연주와 공연, 교육과 연구 및 상급 기관과 관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장면들이 드러나 있는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이왕직아악부 관련 문서를 묶어 놓은 『조선아악(朝鮮雅樂)』은 1911년 조선 왕실의 사무를 담당하기 위해 일본 궁내성(宮內省) 소속의 기관으로 이왕직이 설치된 데서 비롯된다. 아악부는 조선시대 장악원의 전통을 이은 기관이지만 일제강점기 이왕직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이왕직아악대(李王職雅樂隊)’에서 1925년에는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로 개칭되어 1945년까지 존속했다.
아악부에 관련된 여러 문서들이 『조선아악』으로 합철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김채봉의 글(1949년)이 포함된 점에서 미군정 하인 1949~1950년 구왕궁재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게 된 이후로 보인다. 이 자료는 다른 왕실자료들과 함께 1955년에 창경원사무청에서 관리되다가 1969년에는 문화재관리국 장서각사무소로, 1981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으로 이관되었다. 1972년 12월에 책자의 표지를 다시 만들었다는 '재장(再裝)'의 기록이 맨 뒷장에 있다.
○ 체재 및 규격
1책(1冊) 242장(張). 28.2cm× 20.6cm
○ 소장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조선아악(朝鮮雅樂)』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와 관련된 다양한 문서가 어느 시점에 합철되면서 누군가 임의로 붙인 제명(題名)이다. 언제 누가 이 문서를 묶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1949년 왕실자료를 구왕궁재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게 된 이후인 것은 분명하다.
○ 구성 및 내용
『조선아악』의 전체 문서는 용도에 따라 아악부에서 직속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와, 아악부가 소속된 이왕직에서 그 상급 기관인 총독부 혹은 궁내성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 대별해 볼 수 있다. 다만 잡다한 문서의 성격상 『조선아악』으로 묶인 일정한 체제나 뚜렷한 편집 의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문서는 필사본으로서 붓이나 펜으로 쓴 것이며, 이왕직인찰지가 사용된 경우도 많다. 먹지를 사용하거나 등사를 한 경우 여러 벌의 같은 문서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내용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1) 아악부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문서: 아악대(1911~1925)에서 담당했던 왕실음악의 내용을 보여주는 「아악대장악표(雅樂隊掌樂表)」, 아악부원들의 명부 및 조직, 관리 등에 대한 문서인 「아악부원명부(雅樂部員名簿)」, 「이왕직아악부일람(李王職雅樂部一覽)」, 「관리복무기율(官吏服務紀律)」등이 대표적이다.
(2) 아악부의 연주, 공연, 음반녹음에 관한 문서: 1913년 9월 8일의 고종 탄신연의 기념 공연 내용이 상세하다. 주악 순서 및 필요한 물품, 정재 참여자, 아악대 구성원들의 역할, 가창 종목 등에 대한 내용과 관련 공문도 있다. 이밖에 이왕직아악부의 공연 활동에 관한 기록으로 팜플렛 및 가사지 중에 <황화만년지곡>도 있다. 1928년 아악부에서 취입한 유성기음반을 재편집하는 내용이 담긴 「레코드 이표조합표(レコ-ド裏表組合表)」도 있다.
(3) 교육 및 연구 관련 문서: 1919년 설립된 아악부원 양성소의 전체 5년 과정 교과목명이 정리되어 있는 「교수시간배당표(敎授時間配當表)」가 대표적이다. 악기와 악곡, 정재 등에 대한 내용을 일본어 혹은 우리말로 정리한 문서도 몇 건 있다. 이는 이왕직에 보고된 내용이기도 하지만 자체의 교육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기록이다. 「조선아악악기연혁(朝鮮雅樂樂器沿革)」, 「조선악기 악곡 정재의 약력(朝鮮樂器 樂曲 呈才ノ略曆)」, 이 밖에도 가곡 노랫말을 일어로 소개한 내용 등이 있다. 「아악채보예정표(雅樂採譜豫定表)」는 당시 아악부에서 계획했던 채보 작업과 관련하여 해당 악곡의 편성 악기별로 채보량과 채보 일정이 정리되어 있다. 아악부의 촉탁으로 근무했던 안확(安廓)이 음악사와 음악이론서 편찬의 필요성을 주장한 「아악정리지의견(雅樂整理之意見)」도 있다.
(4) 상급기관인 총독부 및 궁내성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문서: 1921년 예식과장이던 이항구(李恒九)가 이왕직 차관 앞으로 보낸 기밀 공문서 「아악대에 관한 건」과 1936년 아악사장 함화진(咸和鎭)의 일본 궁내성 악부 출장 보고서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아악』은 일제강점기 제도권의 유일한 전통음악 기관이었던 아악부의 조직과 운영 및 교육과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비롯하여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갖가지 문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1913년 고종 탄신 기념 행사에 관한 기록은 궁중 진연의 변화된 양상을 보여주며, 가곡・가사 등을 포함한 민간 음악의 수용과 관련된 문서, 무대 공연과 레코드 취입 등의 연주 활동을 보여주는 문서 등은 시민사회에 적응해 가는 왕실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기록들로 주목된다. 이왕직 예식과장이었던 이항구(李恒九)가 작성한 비밀문서와 아악사장 함화진(咸和鎭)의 일본 출장 보고서, 그리고 아악부의 촉탁이었던 안확(安廓)이 남긴 육필 원고 등은 식민통치기 복잡하고 중층적인 조직 속의 아악부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들이다. 이에 비해 이왕직의 상급기관인 궁내성이나 총독부 발신의 명령이나 지시, 혹은 다른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이른바 격식을 갖춘 공문서는 포함되어 있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문서가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한계가 있지만 유일본이 많고 희귀 자료를 포함하고 있어 근대음악사 연구 분야에서 1차 사료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권도희, 「장서각 소장 「朝鮮雅樂」의 해제와 근대 음악사료적 가치에 대한 고찰」, 『동양음악』 26, 2004. 권도희, 「일제에 의한 조선 궁중음악 전통의 전유 과정에 대한 연구-비밀문서 <아악대에 관한 건>(1921)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사학보』 70, 2023. 김영운, 「조선아악」 해제, 한국중앙연구원 장서각 디지털 아카이브. 이수정, 「이왕직아악부의 조직과 활동」,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논문, 2015. 이수정, 「이왕직아악부의 궁내성 출장과 궁중음악의 변화」, 『한국음악사학보』 70, 2023.
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