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방곡(靖東方曲)은 고려가요 〈서경별곡(西京別曲)〉의 선율에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이 지은 악장(樂章)을 얹어 조선 초에 만든 당악(唐樂) 양식의 곡이다. 궁중 제례(祭禮)와 연례(宴禮)에 사용되었다. 현재는 노랫말 없이 기악곡으로 전승되고 있다.
정동방곡의 한문 악장은 태조(太祖)의 무공(武功)과 조선 건국을 송축하는 내용으로, 1393년(태조 2) 정도전이 지었다. 고려 속요 〈서경별곡>의 선율을 차용하였다.
○ 역사 변천 과정
『태조실록』에 의하면 1393년에 정도전이 정동방곡 악장을 지었으며, 그 악보가 『세종실록악보(世宗實錄樂譜)』에, 노랫말이 『악장가사(樂章歌詞)』에 보인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는 노랫말과 함께 정동방곡을 사용하는 절차가 수록되었다. 정동방곡은 조선 후기 『대악후보(大樂後譜)』에 노랫말 없이 수록되었고, 현재도 기악곡으로 전승되고 있다.
○악곡의 용도 세종(世宗)조에는 회례연(會禮宴)과 문소전(文昭殿) 제례 중 종헌(終獻)의 음악으로 정동방곡을 사용하였고, 성종(成宗)조에는 하례(賀禮) 및 연향의 파연작(罷宴爵)에서 정재 반주음악으로 연주하였다. 둑제(纛祭)의 철변두(撤籩豆)에서도 정동방곡 악장을 노래했다.
○ 음악적 특징
정동방곡은 당악 양식의 악곡이며, 황(C)ㆍ태(D)ㆍ중(F)ㆍ임(G)ㆍ남(A)ㆍ무(B♭) 6음음계를 사용한다. 조선 초에는 향악기와 당악기를 함께 편성하여 연주했고, 『국악전집』 제19집(2007)에 실린 현행 정동방곡에는 편종ㆍ편경ㆍ방향ㆍ박ㆍ절고ㆍ해금ㆍ아쟁ㆍ대금ㆍ당피리ㆍ당적을 편성한다.
다음은 『악학궤범』에 실린 정동방곡 악장이다.
예동방(繄東方) 조해수(阻海陲) 피교동(彼狡童) 절천기(竊天機)니이다. 위(偉) 동왕덕성(東王德盛) |
동방은 바다 모퉁이에 있어 저 교동[辛禑]이 임금의 자리를 훔쳤도다 아, 동왕의 덕이 성하샷다 |
사광모(肆狂謀) 흥융사(興戎師) 화지극(禍之極) 정자수(靖者誰) 어니오 위(偉) 동왕덕성(東王德盛) |
함부로 미친 계획을 세워, 군사를 일으켜 화가 극하매, 평정할 사람 누구인가 아, 동왕의 덕이 성하샷다 |
천상덕(天相德) 회의기(回義旗) 죄기출(罪其黜) 역기이(逆其夷)샸다 위(偉) 동왕덕성(東王德盛) |
하늘이 덕있는 사람 도와 의기를 돌이켜 죄지은 자는 내쫓고, 반역한 자는 멸하시도다 아, 동왕의 덕이 성하샷다 |
황내역(皇乃懌) 담천시(覃天施) 군이국(軍以國) 비아지(俾我知)샸다 위(偉) 동왕덕성(東王德盛) |
황제가 이에 기뻐하여, 멀리 은혜를 베푸시어 군대로써 나라 세움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셨도다 아, 동왕의 덕이 성하샸다 |
오민사(於民社) 유유귀(有攸歸) 천만세(千萬世) 전무기(傳無期)쇼셔 위(偉) 동왕덕성(東王德盛) |
백성과 사직이 돌아갈 바 있으니 천만세토록 끝없이 유전하소서 아, 동왕의 덕이 성하샷다 |
출처: 이혜구,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1, 174~75쪽.
정동방곡은 고려 속요 선율에 노랫말을 새로 붙여 만든 개찬(改撰) 악곡으로, 고려 속악과 조선 초기 음악 간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이다.
『대악후보』 『삼봉집』 『세종장헌대왕실록악보』 『악장가사』 『악학궤범』 『제6회 아악생교과철』 『태조실록』
『국악전집(정간보)』 제19집, 국립국악원, 2007.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이혜구,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임영선, 「조선초기 〈정동방곡〉과 향․당악의 혼재」, 『국악원논문집』 42, 2020. 정화순,「현행 한국 당악의 악조와 그 특징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연구』 58, 2015.
이숙희(李淑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