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대에 시행하는 여러 국가전례에 쓰이는 악장들을 모아 놓은 악장모음집
『국조시악』은 영조 대에 편찬한 악장모음집인 『국조악장』의 오류를 보완하여 제대로 된 악장모음집을 만들고자, 서명응에 의해 완성되었다.
『국조시악』은 서명응의 문집 『보만재잉간(保晩齋剩簡)』의 ‘집간(集簡)’에 포함되어 있다. 1781년(정조 5) 7월, 정조의 명으로 서명응이 펴냈으며 정조가 직접 범례(凡例)를 만들었다. 『보만재잉간』의 『국조시악』에는 서명응의 서문이 있고 정조의 글을 모은 『홍재전서(弘齋全書)』에는 정조의 서문이 실려 있다.
『홍재전서』의 『군서표기(群書標記)』에 있는 정조의 서문에는 『국조시악』이라 표기하고 있지만 『보만재잉간』에 실린 『국조시악』은 그 제목을 ‘시악집성(詩樂集成)’이라 수정하여 적어 놓았다. 또 『보만재잉간』 「보만재잉간목록인(保晩齋剩簡目錄引)」에는 ‘시악집성(詩樂集成)’이라 써 놓은 위에 다시 ‘시악화성(詩樂和聲)’이라 가필하여 제목을 정하는 데 큰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국조시악’ㆍ‘시악집성’ㆍ‘시악화성’이란 세 가지 제목이 하나의 책에 대한 제목으로 거론된 셈이고, 또 이 가운데 『시악화성』은 독립된 저술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목의 혼란이 있으나 이 책이 정조의 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 만큼 『군서표기』의 예를 따라 『국조시악』이란 제목을 쓰기로 한다.
『국조시악』은 『국조악장』과는 달리 독립된 저술로 나와 있지 않고 다만 『보만재잉간』 23 ‘집간(集簡)’에만 소개되어 있다. 책이 지닌 가치로 볼 때 『국조악장』보다 더욱 큰 의미가 있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 체재 및 규격
5권 1책 필사본. 33.8cm×21.5cm
○ 소장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국조시악』은 정조 5년(1781) 7월, 정조의 명을 받아 서명응이 펴냈다. 이는 정조가 『국조악장』을 열람한 후 아악(雅樂)과 속악(俗樂)이 나뉘어져 있지 않고 풍운뇌우악장이 빠져 있으며 또 부묘악장에 있어야 할 것이 빠진 점을 지적하여 정조 자신이 범례를 만들고 한 권의 책으로 펴낼 것을 명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서명응의 문집으로서 64권 25책으로 된 『보만재잉간(保晩齋剩簡)』(1784, 정조 8) ‘집간(集簡)’에 포함되어 있다.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은 영ㆍ정조년간에 걸쳐 부제학, 이조판서, 대제학 등을 고루 역임한 인물로 영ㆍ정조대에 국가 규모로 이루어지는 편찬 사업에 두루 참여하여 조선 후기의 학자, 문신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조의 세손 시절 스승으로 정조의 학문수련에 큰 도움을 주었고, 정조가 즉위한 이후에는 혁신정치의 중추로 세워진 규장각(奎章閣)의 초기 제학(提學)으로 활동했다.
○ 구성 및 내용
『국조시악』에는 조정의 제사와 연회 때에 쓰이는 악장이 아악(雅樂), 속악(俗樂), 당악(唐樂), 향악(鄕樂), 요가(鐃歌)의 다섯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조시악서(國朝詩樂序)로 시작하여 아악제일(雅樂第一), 속악제이(俗樂第二), 당악제삼(唐樂第三), 향악제사(鄕樂第四), 요가제오(鐃歌第五)의 구성을 보인다. 권1 아악에는 종묘등가, 사직등가, 풍운뇌우등가, 선농등가, 선잠등가, 우사등가, 선잠등가, 추보악장, 회례악가가 수록되어 있다. 권2 속악에는 종묘악장, 문소전악장, 연은전악장, 경모궁악장, 용비어천가, 존호악장, 양로연악장, 대사례악장, 친경악장, 친잠악장, 관예악장이 수록되어 있다. 권3 당악에는 헌선도악사, 수연장악사, 오양선악사, 포구락악사, 연화대악사가, 권4 향악에는 몽금척가사, 하성명가사, 성택가사, 육화대가사, 곡파가사, 처용가사, 문덕곡가사가 권5 요가에는 둑제요가, 교열요가가 수록되어 있다.
위의 다섯 분류는 정조가 조정에서 국가 전례에 쓰이는 악장의 분류를 명확히 하고자 하여 정한 것으로 편찬자 서명응은 그 방식을 수용하였다.
이러한 분류 원칙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아악’이라 분류한 것은 모두 아악 선율에 얹어 불리는 음악을 이르는데, 제사와 회례에 쓰이는 음악이다. ‘속악’이라 분류한 것은 향악이나 당악의 선율에 얹어 불리는데, 이 역시 제사용 외에 여러 용도의 의식에 쓰이는 음악이다. ‘당악’이라 분류한 것은 연향에 쓰이는 것으로 모두 고려조로부터 전승된 당악정재에 쓰이는 음악이다. ‘향악’도 연향에 쓰이는데, 조선시대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 조선시대에 복원된 것도 포함하고 있다. ‘요가악’은 군기에 대한 제사 의식인 둑제와 군대의 교열 의식에 사용되는 음악을 이른다.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영조 대의 『국조악장』에서는 가사 있는 음악을 뭉뚱그려 ‘악장’이란 용어로 통용했지만 『국조시악』에서는 용도와 기능에 따라 이를 세밀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즉 아악의 제사에 사용하는 악장은 ‘등가(登歌)’라는 명칭으로, 속악의 악장은 ‘악장(樂章)’으로, 당악의 악장은 ‘악사(樂詞)’로, 요가악에 쓰이는 것은 ‘요가(鐃歌)’로 각각 구분하여 쓰고 있다. 이처럼 용어 사용에 있어서까지 용도와 계통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을 하여 쓴 예는 『국조시악』이 처음이다.
아울러 『국조시악』에서는 각 악장의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그 악장의 제작 과정이나 제작 배경, 시말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여 악장에 관련되어 일목요연하게 그 전체상을 참고할 수 있도록 서술해 놓아 자료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국가전례에서 사용되는 악장은 관현반주가 수반된 성악음악의 노랫말이다.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의 노랫말이란 측면에서 악장을 생각한다면 그 중요성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만들어진 악장을 제대로 연주하는 일은 역대 왕들이 한결같이 힘썼던 일이었지만 평소 율려(律呂)에 대한 연구가 깊었던 정조대왕에게는 특히 악장 정비를 자신의 음악정책 가운데 역점을 두어야 할 일로 여겼다. 『국조시악』은 이러한 과정에서 편찬된 악장모음집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차례]
국조시악서(國朝詩樂序)
아악제일(雅樂第一)
종묘등가(宗廟登歌) 사직등가(社稷登歌) 풍운뇌우등가(風雲雷雨登歌) 선농등가(先農登歌) 선잠등가(先蠶登歌) 우사등가(雩祀登歌) 선잠등가(釋尊登歌) 추보악장(追補樂章) 회례악가(會禮樂歌)
속악제이(俗樂第二)
종묘악장(宗廟樂章) 문소전악장(文昭殿樂章) 연은전악장(延恩殿樂章) 경모궁악장(景慕宮樂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존호악장(尊號樂章) 양로연악장(養老宴樂章) 대사례악장(大射禮樂章) 친경악장(親耕樂章) 친잠악장(親蠶樂章) 관예악장(觀刈樂章)
당악제삼(唐樂第三)
헌선도악사(獻仙桃樂詞) 수연장악사(壽延長樂詞) 오양선악사(五羊仙樂詞) 포구락악사(抛毬樂樂詞) 연화대악사(蓮花臺樂詞)
향악제사(鄕樂第四)
몽금척가사(夢金尺歌詞) 하성명가사(賀聖明歌詞) 성택가사(聖澤歌詞) 육화대가사(六花隊歌詞) 곡파가사(曲破歌詞) 처용가사(處容歌詞) 문덕곡가사(文德曲歌詞)
요가제오(鐃歌第五)
둑제요가(纛祭鐃歌) 교열요가(敎閱鐃歌)
정조는 집권 초반, 당대 음악 현실을 파악하면서 음악 전반에 걸쳐 정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여 악(樂)의 정비를 염두에 둔 음악 정책을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정조는 평소 악장이 잘 정비된 상태를 ‘시악(詩樂)이 제자리를 얻는 것‘이라는 틀로 인식하였고, 그런 과정에서 국가전례에 사용되는 악장(樂章) 정비를 위해 악장모음집인 『국조시악』을 편찬했다. 책의 제목을 ‘국조시악’이라 한 것은 “시(詩)와 악(樂)이 하나라는 것을 밝히고자 함”이라 했다. 모두 5권으로 분류하고 악장(樂章)의 아래에 각 악장을 지은 연월과 악장의 변천과정, 악장의 의의, 잘못된 시말(始末)에 대한 주를 달아 놓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영조 대에 편찬된 『국조악장』이 아(雅)ㆍ속(俗)을 구분하지 않고 악장별로 편집한 것과 비교된다.
『국조시악(國朝詩樂)』 『보만재년보(保晩齋年譜)』 『보만재잉간(保晩齋剩簡)』 『홍재전서(弘齋全書)』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송지원, 『정조의 음악정책』, 태학사, 2007. 송지원, 「정조대의 악장정비-『국조시악』의 편찬을 중심으로」, 『한국학보』 27/4, 2001. 송지원, 「정조(正祖)의 악서편찬과 그 의미」, 『한국음악사학보』 29, 2002.
송지원(宋芝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