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패, 농악수(農樂手), 굿쟁이, 잽이
농악을 연행하는 공연자 전체 무리를 일컫는 말, 개인 연행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함.
농악을 연행하는 공연자 전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도 쓰이지만, 때때로 전체 무리 중 일부나 개인 연행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여 말이 지칭하는 실체적 범위가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상쇠가 농악대를 집합하고 일종의 지시를 내릴 때 외치는 “순령수 각항 치배 다 모였으면 일초 이초 단 담초 끝에 행군하랍신다”에서의 치배는 각기 항(項)을 구분한 조직 체계에 해당 소속 치배를 지칭하고 있어 전체를 지칭하고 있지 않다. 현재의 농악 연행자들 사이에서는 구성원 개인을 부를 때 쇠잽이ㆍ징잽이ㆍ북잽이ㆍ장구잽이 혹은 징수ㆍ북수ㆍ나발수 등과 같이 ‘잽이’나 ‘수(手)’를 붙여 맡고있는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가(佛家)에서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차비(差備)를 음차(音借)한 결과란 주장과, 타악기를 두드려 ‘치는’ 사람 무리란 의미에서 ‘친다’와 한자 배(輩)가 결합하여 나온 말로 유추하는 주장이 있으나 둘 중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 또, 치배와 가장 유사한 말이 ‘잽이’이며, 삼국시대 신라 궁정에서 악기 연주를 담당한 직능을 가리키는 가척(歌尺)의 ‘척(尺)’ 글고, 벼슬아치나 장사치의 ‘치’처럼 과거 어떤 직능이나 벼슬로 인물을 구분할 때 썼던 언어 용례와 연결된 맥락에서 출현한 용어로 보기도 한다.
치배는 기수나 나발수, 쇄납수, 그리고 사물악기를 연주하는 연행자의 구성에서는 해당 역할별로 구성하는 인물 수 외에는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농악 문화의 전통이나 연행집단의 지향에 따라 인식과 실제적 중요성의 차이가 있으며, 이 점을 핵심으로 삼아 해당 농악의 성격을 논할 수도 있다. 예컨대, 경상도 지역 농악 문화권에서는 특별히 북을 중시하여 편성 수에 있어서도 다른 농악 문화권보다 수적으로 우세한 면모를 보이며, 소고잽이를 비교적으로 우세하게 편성하는 지역 농악이 있다. 특히 호남 좌도농악 문화권은 타 문화권에 비해 뒷치배인 잡색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역할의 다양성과 연행에서의 주도성에 있어서도 우세한 면모를 보인다.
박헌봉ㆍ유기룡, 『농악십이차(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9)』, 문화재관리국, 1965, 양진성ㆍ양옥경ㆍ전지영, 『임실필봉농악』, 민속원, 2016. 정병호, 『농악』, 열화당, 1986. 김혜정, 「농악의 음악적 특징과 지역별 차이」, 『농악, 인류의 신명이 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 특별전』, 2014.
양옥경(梁玉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