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음률보(朝鮮音律譜)』 제일편(第一篇)
서문이나 발문이 없어서 자세한 발행 경위는 알 수 없으나, 표지에 대정(大正) 5년 8월 20일이라는 발행 일자가 기록되어 이 악보가 1916년에 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고, 말미의 간기(刊記, 판권지)에 의하면 편집자가 김학규(金學圭)이다. 정가(定價)가 25전(錢)으로 표기된 점으로 보아 상업적인 목적으로 출판된 것으로 보인다. 책명인 『조선음률보』에서 ‘음률(音律)’은 20세기 전반기에 전통음악 중 영산회상과 같은 풍류음악 특히 기악곡을 가리키던 용어였으므로, 영산회상과 잔도드리, 뒷풍류 등을 수록한 이 악보의 이름을 『조선음률보』라 하였다.
○ 체재 및 규격 세로 17.3 × 가로 11.6 cm, 신식활자본 1 책으로, 표지와 양금도 등을 제외한 내용은 쉰여섯 면이다. 표지명은 『朝鮮音律譜 第1篇』이나, 아직 제2편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므로, 제2편의 발행 여부는 알 수 없다. 표지 오른편 위에 발행일자가 있으며, 왼편에는 태학서관과 광동서국 발행임이 밝혀져 있다.
신활자본으로 근대에 인쇄·발행된 책이므로, 다수가 남아 전한다. 만당(晩堂) 이혜구(李惠求, 1909~2010) 소장본은 현재 소장처를 알 수 없으나, 나운영(1922~1993) 소장본은 아르코 예술자료원에 기증되었고, 현담문고 등에도 소장되어 있다.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조선음률보』 표지에 의하면 간행일자가 대정 5년(1916) 8월 20일이며, 판권지에는 8월 10일 인쇄, 8월 20일 발행이라 하였다. 판권지에는 편집자 김학규를 비롯하여 발행자·인쇄자·인쇄소·발행처 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나, 편집자로 소개된 김학규의 주소가 송현동 71번지로 발행소의 하나인 광동서국의 주소와 같은 점으로 보아 출판사 대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 구성 및 내용
내용부분은 첫 면에 <양금(洋琴) 부율지도(付律之圖)>라 하여 양금 그림이 있으며, 각 줄의 율명과 구음이 밝혀져 있다. 이어서 12율의 상생양률(上生陽律)과 하생음려(下生陰呂)를 도식화 한 그림과 격팔상생(隔八相生)과 삼분손익(三分損益)을 간략히 소개하였다. 이 부분의 글자는 활자체가 아니라 필기체로 되어 있고, 면수(面數)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범례(凡例)>부분부터 면수가 표기 되는데, <樂의 節次(奏)를 表示ᄒᆞᄂᆞᆫ 표>에서는 20정간 1행과 12정간 1행의 정간 기보법을 비교하면서, 정간보의 시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기록되었고, <長失(*短의 잘못)之圖>에서는 ‘장단표(長短表)’라 하여 장구 북편과 채편 치는 법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부호(附號)’에서는 보다 섬세한 리듬을 나타내기 위하여 활용된 다양한 부호의 해석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양금보에 널리 사용되던 삼조표(三條標)와 유사하다. 이어서 12율명과 청성(淸聲)과 중청성(重淸聲)의 표기, 육률(六律)과 육려(六呂), 오성(五聲)의 도식 등이 실려 있다. 범례부터 총 여섯 면에 걸친 이론부분 설명에 이어 제7면부터 악보가 수록되었다.
<영산회상>의 각 악곡별 장 구분과 장단 수는 현행과 같으나, <군악> 제3장이 열 장단, 제4장이 열아홉 장단으로 구분되어 현행과 차이를 보인다. <군악>에 이어 영산회상 각 악곡의 장수와 장단수가 제시되었으며, 도합 36장(서른여섯마루) 251장단이라 하였다. 이어서 <밑도드리[尾還入]>,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가 실려 있다.
『조선음률보』에서는 장단별 정간 활용이 현행과 다른 점이 있다. <상령산>·<중령산>·<세령산>·<가락더리>는 한 장단 한 행을 20정간에 표기하였고, <삼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도드리>·<밑도드리>·는 한 장단 한 행을 12정간으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타령>·<군악>은 한 장단 한 행을 20정간에 표기하였는데, 리듬구조는 5박(3+2박)×4=20박 1장단으로 표기되었다. 뒷풍류인 <계면가락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의 세 곡은 모두 한 장단 한 행 12정간을 활용하였는데, 리듬구조는 3박×4=12박으로 표기되었다.
음고 기보에서 주목되는 점의 하나는 <군악>에서 현행의 고선[姑]에 해당하는 음을 모두 협종[夾]으로 기보 한 점이다.
1916년 신활자본으로 간행된 『조선음률보』는 풍류방의 대표적인 기악곡인 ‘갖은 풍류’ 한 바탕을 수록하고 있는 양금악보로서, 중청성까지 표기할 수 있는 율자보와 정간보를 활용하면서도, 더욱 섬세한 리듬을 기록하기 위하여 진일보한 삼조표를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판사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인쇄·발행한 풍류악보라는 점에서 당시 음악 상황을 드러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악보이다.
김영운, 「삼조표 연구」, 『관재성경린선생팔순기념 국악학논총』, 국악고등학교동창회, 1992. 김영운, 「洋琴古樂譜의 三條標 解析에 關한 硏究」, 『한국음악연구26』, 한국국악학회, 1997. 장사훈, 「조선음률보(朝鮮音律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5』, 국립국악원, 1988.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