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韶英)
편찬자 육류주인은 19세기 전반 거문고 명인 김진석의 음악을 바탕으로 이 악보를 엮었는데, 그는 “장(章)을 나누고 각(刻)을 정하였으며, 동그라미로 장단을 나타내고, 복잡한 가락은 덜고, 간략한 가락은 보태었으며, 비슷한 가락의 괘를 바꾸어 음에 맞도록 하는 것까지 모두 기록하였다(分章定刻, 圈象擊節, 刪其繁而衍其簡, 音節之殊塗而同歸者, 棵序之易按而合律者, 悉以錄之)” 라고 하였으며, 이들 음악이 유(儒)․불(佛)․선(僊) 삼가(三家)의 음악이라 하였는데, 이는 각각 여민락(與民樂)․영산회상(靈山會相)․보허자(步虛子)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 체재 및 규격
1책 124장(張). 세로 33.3 × 가로 20.9 cm. 『소영집성』은 한지에 묵서로 필사한 거문고 육보(肉譜)로 앞 뒤 표지와 내용 백스무 장(張)으로 이루어졌다. 표지 책명은 ‘소영 전(韶英 全)’이며, 내표지의 책명은 ‘소영집성(韶英集成)’이고 우측 상단에는 ‘육류촌고정(六柳村攷定)’, 좌측 하단에는 ‘임오신편(壬午新編)’이라 하여 편찬 장소와 편찬 시기를 밝히고 있다. 내표지의 뒷면에는 한 선비가 둥근 달이 비치는 대나무 앞에서 상 위에 술병과 거문고를 올려놓고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이어서 유려한 초서로 쓴 서문이 여덟 면에 걸쳐 수록되었다. 이어서 ‘소영집성목록’이 있으며, 뒷면에는 칠조탄법(七條彈法) 등 거문고 악보에 일반적으로 보이는 범례가 실려 있다.
수록된 악곡은 크게 두 부분이다. 하나는 조선 후기 풍류방의 대표적인 기악곡을 수록한 전반부로, 편자는 이를 ‘장악(長樂)’이라 하였다. 다른 하나는 성악곡인 가곡(歌曲)의 거문고 반주곡을 실은 후반부이다.
○ 소장처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小倉文庫)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편찬자는 「소영집성서(韶英集成序)」를 지은 육류주인(六柳主人)이다. 육류촌(六柳村)에서 이 악보를 고정(攷定)한 편찬자의 이름이나 아호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서문에 의하면 편찬자는 집안에 전해오는 오래된 거문고를 수리하고 몇 곡을 배워 익히게 되면서 옛 소리를 회복하는데 뜻을 두었다고 한다. 그는 김진석(金晉錫)의 가락을 바탕으로 이 악보를 엮었는데, 김진석의 자(字)는 사명(士明)이며 젊은 시절의 자(字)는 연희(延喜)였고, 옛날의 거문고 명수였던 우돌(愚乭)·쇠돌[鐵乭]에게 거문고를 배운바 있다고 하였다.
『소영집성』이 편찬된 1822년(임오년)에는 김진석이 70세라고 하였다. 『현학금보』에서는 “근래 김사명(金士明)이라는 자가 있어 자못 능히 성음(聲音)의 밖에 탈속하여 신오(神悟)한 곳이 있었는데, 김(金)이 다시 몰한 후 금(琴)의 보(譜)가 끊어졌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김진석(김사명)은 19세기 전반기의 중요한 거문고 명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편찬자는 옛 음악을 모아 기록한다는 취지를 살려, 중국 고악(古樂)을 지칭하는 ‘소영(韶英)’이라는 말을 차용하여 책명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 구성 및 내용
『소영집성』은 표지·속표지·그림·서문에 이어 목록이 있다.
목록에 이어 ‘칠조탄법(七條彈法)’에 기보의 보조수단으로 쓰이는 약자 표기 일곱 가지, ‘지명(指名)’에 왼손 안현(按絃)을 위한 손가락 표기법, 그 밖의 일러두기가 실렸다.
이어서 네 가지 조(調)의 다스름이 실렸으며, 이어지는 ‘장악각여점수(長樂刻與點數)’에는 <여민락>부터 <길군악[路軍樂]>에 이르는 악곡의 장별 또는 악곡별 각수(刻數, 長短數)와 점수(點數, 拍數) 통계를 제시하였다. ‘장악’이란 가곡 반주곡을 제외한 기악곡을 지칭한다. 이어서 <여민락> 열 장의 한문 가사와 <보허자사(步虛子詞, 碧烟籠曉詞)>의 일부가 소개되었다.
악보는 한글 육보 세로쓰기로 기보되었으며, 대부분의 선율표기에 장단 표기가 병서되었고, 매우 엄격하게 간격을 맞추어 기보하였다. 이는 정간이 없음에도 시가(時價)해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소영집성』의 후반부는 가곡(歌曲) 반주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목록에 없는 것으로 보아 나중에 추가된 듯하다. 맨 처음 실린 격절도(擊節圖)는 가곡의 장구 장단을 크고 흰 동그라미와 작고 검은 동그라미로 표기하고, 옆에 장구 구음을 같이 적었다. 첫 행 하단에 그려진 장구 점은 제2행의 장단 전반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단에 반 만 그린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격절도 중 실제 가곡 장단에 부합하는 것은 제2행이다, 제2행은 모두 3소행으로 구분되는데, 반각(3점 5박)을 앞에 그리고, 왼각(7점 11박)을 뒤에 그려 놓았다. 제3행은 장구점과 일부 표기방법이 다른 부분이 있다.
제2행 | 제1소행 | ᄯᅥᆼ | 더덕 | ᄭᅮᆼ | ᄯᅥᆼ | 더덕 | ᄭᅮᆼ | 덕 | 더덕 | ᄭᅮᆼ | 덕 | ||||||
ᄯᅥᆼ | 덕 | ᄭᅮᆼ | ᄯᅥᆼ | 덕 | ᄭᅮᆼ | 더 | 덕 | ᄭᅮᆼ | 덕 | ||||||||
제3소행 | ᄯᅥᆼ | 丁 | ᄭᅮᆼ | ᄯᅥᆼ | 丁 | ᄭᅮᆼ | ᄯᅥᆼ | 丁 | ᄭᅮᆼ | 덕 | |||||||
ᄯᅥᆼ | 덕 | ᄭᅮᆼ | ᄯᅥᆼ | 덕 | ᄭᅮᆼ | 더 | 덕 | ᄭᅮᆼ | ᄯᅥᆼ | 덕 |
다음은 ‘매화점(梅花点)’이라 표기된 매화점장단이다, 음점(陰點)을 ◯, 양점(陽點)을 ●으로 표기한 점, 제2점과 제3점을 연결한 선이 수평으로 그려진 점은 『가곡원류』 등과 다르지만, 음점 셋과 양점 두 개로 5점 8박의 매화점장단을 표기한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 점은 『가곡원류』보다 앞선 시기의 매화점장단 표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가곡일편차서(歌曲一編次序)는 이하에 수록된 가곡계 악곡의 목차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羽調>
初數大葉 二數大葉 促數大葉 三數大葉 促短數大葉 騷聳耳 栗糖數大葉 落水調 言落 編數大葉
<界面調>
初數大葉 二數大葉 促數大葉 三數大葉 促短數大葉 騷聳耳 弄 言弄 落水調 編數大葉
이 부분의 주석에서는 가곡 전체의 각수(刻數)를 465각으로, 장단의 점수(點數)는 4,050점으로 밝혀 놓았으나, 편(編)이나 농(弄)·낙(樂)과 같이 각(刻)이 추가되는 경우는 원각수(原刻數)만 계산한 것이라 하였다.
이어 가곡의 노랫말 배자법(排字法)을 표기한 ‘영언격절도(永言擊節圖)’가 실렸는데, 수록된 악곡의 노랫말은 다음의 열 곡이다.
初數大葉(동지달), 二數大葉(반나마), 三數大葉(도화니화), 騷聳(어흠아), 栗糖數大葉(남ᄒᆡ야), 落水調(조다가, 原刻), 言樂(동산작일, 刻入者), 編數大葉(각시네), 蔓橫原刻(가마귀, 卽俗稱弄者), 蔓橫刻入者(창밧기)
『소영집성』의 일부 내용은 이면지를 사용하여 필사하였기 때문에 판독에 불편한 점이 있다. 이 악보의 마지막 면에는 별지를 붙여 기록하였는데, 상단에는 제목이 알려지지 않은 두 곡이 한글 육보로 기록되어 있다. 이 두 곡은 다섯 장으로 구성된 듯하지만, 초+2장과 4+5장을 한데 묶었고 3장만 묶지 않았다. 이들 세 부분의 길이가 비슷하고 가락이 단순한 점으로 보아 가곡계 악곡은 아닌 듯하고, 시조(時調)의 선율을 적어 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하단의 ‘고금위항명세자(古今委巷名世者)’로는 열다섯 명의 이름을 나열하였는데, 벼슬을 소개하기도 하였고, 몇몇에 대하여는 ‘평조(平調)를 잘 부른다’라고 표기한 것이 보인다.
『소영집성』의 내용과 편찬 태도 등은 석암 정경태 소장 『현학금보(玄鶴琴譜, 1852)』나 그 이본들인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 『오희상금보(吳憙常琴譜, 1852)』·일제강점기 박연조(朴淵祚) 소장으로 안확(安廓)의 글을 통하여 알려진바 있는 『금보상해(琴譜詳解)』·북한 소장인 『휘어(徽語)』 등과 유사하다.
『소영집성』 『현학금보』 『오희상금보』
김영운, 「소영집성(韶英集成)」의 내용과 특징」, 『민족문화연구』 7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7. 이수진, 「『소영집성』 소재 우조와 평조 보허자 비교연구」, 『한국음악연구』 61. 한국국악학회, 2017. 임재욱, 「東京大 小倉文庫 소장 『韶英集成』의 자료적 가치」, 『국악원논문집』 35, 국립국악원, 2015. 신혜선, 「『소영집성』 가곡 중 변조 악곡 고찰, 『한국음악연구』 60, 한국국악학회, 2016.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