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분명한 악보로는 1880년 편찬된 만당(晩堂) 이혜구(李惠求) 소장 『금보』(거문고보)에 처음 보이며, 1934년에 인쇄본으로 간행된 『성학십도 부 예악비고』의 양금악보에 이르기까지 거문고와 양금 육보의 시가 기보를 위하여 사용된 일종의 부호로, 독립된 점과 연결된 점 및 단선과 복선, 그 밖에 다양한 모양의 부호를 활용하여 음의 시가를 표기한 기보법의 하나이다. 악보에 따라서는 비교적 정확한 시가를 나타내기 위하여 규칙적인 용례가 보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가 표기에 일관성이 적은 경우도 발견된다. 특히 한 악보 내에서도 악곡의 장단에 따라 부호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삼조표라는 명칭이 소개된 이보형 소장 『양금보』와 이를 삼조장단이라 소개한 『일사양금보』에 수록된 부호와 설명은 <표>와 같다.
위 <표>에 의하면 부호의 모양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그 설명에 의하여 이들 부호의 기능이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표>에 제시된 점(ㆍ)은 대체로 한 박을 나타내며, 연결된 점이나 단선(ߊ)은 그보다 작은 단위의 박을 나타낸다. 그리고 ‘정주지표(停住之標)’(˥)는 반박을 멈추었다가 연주하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시가 표기방법은 악보나 악곡의 장단 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보형 소장 『양금보』와 동일한 부호는 『서금가곡』에도 보이며, 『일사양금보』와 같은 부호는 『서금보』에도 보인다. 그러나 이들 부호를 사용하는 여러 양금보나 거문고보에는 매우 다양하게 변형된 부호들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서금가곡』·『역양아운』·『학포금보』 등에서는 점(ㆍ)과 단선(ߊ) 및 복선(װ)을 사용하여 비슷한 시기 중국의 쟁(箏)이나 일본의 고토(箏)·샤미센(三味線) 및 샤쿠하치(尺八) 악보에 나타나는 기보법과 유사성을 보이기도 한다.
초기의 삼조표는 비교적 시가 표시 기능에 규칙성이 있고, 악보 전반에 충실하게 표기되었으나, 후대의 몇몇 악보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부분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조선음률보』(1916)는 율자보와 정간보를 활용한 근대 인쇄본 악보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리듬을 표기하기 위해서 다양한 부호들이 사용되는데, 이 악보의 ‘부호(附號)’ 항목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호들은 삼조표로부터 변경·개량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은 점으로 보아 삼조표가 사용된 초기에는 시가를 나타낼 수 없는 육보의 한계를 돕기 위하여 시가기보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중요하게 기능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악곡에 익숙한 풍류객들에게 특정부분의 리듬 변화만을 알려주는 일종의 비망(備望) 부호로 기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악보 중 삼조표를 활용한 악보는 다음과 같다.
양금 고악보 | 거문고 고악보 | 가야금 고악보 | 비고 |
---|---|---|---|
국립중앙도서관 양금보(1906년) 서금 서금가곡 서금보 성학십도 부 예악비고(1932년) 양금주책 역양아운 이보형 소장 양금보 일사양금보 장금신보(1910년경) 철현금보 |
김동욱 소장 금보 만당 소장 금보(1880년) 역양아운 학포금보(20세기 초) 희유 |
|
악보 전반에 걸쳐 삼조표 활용 |
연세대학교 소장 영산회상 | 아양고운 | 석란금보(1930년) | 필요한 경우에만 일부 활용 |
점과 선으로 음의 길이를 나타내는 기보법은 오늘날 중국에서 사용되는 간보[簡譜]나 19세기 후반 이후 중국·일본 등에서 노래 악보나 하모니커 악보 등으로 활용되었던 숫자보의 선 또는 점과 같은 기능을 갖는 기보법이다. 본래 프랑스의 루소(J. J. Rousseau, 1712~1778)가 고안한 이 기보법은 Galin·Paris·Chevé의 보완을 거쳐 1844년 교육용으로 제안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 동양에 전해져 중국의 쟁 악보나 일본의 고토·샤미센·샤쿠하치 악보에 응용되기도 하였고, 비슷한 시기의 우리나라 고악보에도 이와 유사한 삼조표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삼조표는 중국·일본의 숫자보와는 차이를 보이는데, 비교적 후기의 삼조표는 점(ㆍ)과 단선(ߊ) 및 복선(װ)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악보와 유사하지만, 그 이전의 삼조표는 독립된 점(ㆍ)과 연결된 점(ミ) 및 기역자(˥) 모양의 부호를 사용한 점에서 이들 숫자보와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삼조표는 『유예지』나 『구라철사금자보』의 ●, ●●, ●-● 과 같은 모양의 부호로부터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삼조표에서는 서양의 숫자보나 중·일의 유사 악보와의 영향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며, 오히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고안되어 전승된 시가기보법의 하나라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별다른 시가 표기 수단을 갖지 않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의 현악기 육보에서 시가 표기의 수단으로 중요하게 기능하였던 기보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영운, 「양금고악보의 삼조표 해석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연구 26』, 한국국악학회, 1997. 김영운, 「삼조표 연구」, 『관재성경린선생팔순기념 국악학논총』, 국악고등학교동창회, 1992.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