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박일성은 말 그대로 박을 한 번 친다는 일반적인 뜻의 음악용어이지만 다른 국악곡에는 이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의 악작 절차를 설명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현재 사용하는 격박일성과 관련이 있는 역사적 기록은 조선 성종(成宗, 1457~1495)대 악서인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성종 당시의 기록에는 현재 격박일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용어는 없다. 당시 궁중의례에 사용된 음악의 악작 설명에 박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단, 《종묘제례악》의 악지와 당시 궁중의례음악의 악지에 급박(急拍), 즉 급하게 박을 친다라는 언급만 있을 뿐이다. 주목할 점은 아악의 등가와 헌가의 악지는 다른 악기의 절차는 모두 종묘제례악과 동일한데 유일하게 박을 급하게 친다는 급박이라는 용어만 없다는 것이다.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 급박에 관한 언급이 있는 사례는 시용종묘영녕전헌가(時用宗廟永寧殿軒架)와 시용전정헌가(時用殿庭軒架), 시용전정고취(時用殿庭鼓吹)의 악지에서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시용종묘영녕전헌가의 악지는 휘가 내려지면 진고를 세 번 치고 북소리를 따라 어를 세 번 긁으며 급하게 박을 쳐 음악을 그친다고 기록되어 있다.(凡樂止偃麾擊晉鼓三聲敔亦隨鼓聲三戞急拍而樂止) 급박이라는 용어는 지금도 《종묘제례악》 헌가 악지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 격박일성이라는 기록은 없지만 아악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의 음악절차 중에 박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악학궤범(樂學軌範)』 권7 「당부악기도설(唐部樂器圖說)」에서는 박에 대한 설명을 보면 박은 처음에 격(擊)하여 음악을 시작하고 악절에 따라 치며, 또한 급히 쳐서 음악을 그친다 하였다. 또한 음악을 시작하고 끝맺는 것이 모두 박 소리를 따라서 이루어지며 당악과 향악에 두루 쓰인다 하였다. (初擊以起樂仍隨樂節擊之又急擊以止樂 凡樂之長短曲節與作樂止樂亦從拍聲 唐樂鄕樂並用之) 이를 보면 비록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의 악작과 악지의 설명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격박’이라는 용어 자체는 『악학궤범(樂學軌範)』 시기에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의 악작 절차에 처음과 끝에 박을 치는 것을 각각 격박일성이라 한다.
격박일성은 제례악의 악작(樂作) 때 박을 한 번 치는 연주법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제례악에는 악작과 악지의 연주 절차가 있고, 제례의 종류, 악대의 종류, 악곡 등에 따라 각각 다르다. 현행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의 악작과 관련된 설명은 『악학궤범』 에 나타난다. 그러나 『악학궤범』 에는 현행 악작에 격박일성에 해당하는 용어나 설명이 나타나지 않는다.
격박일성이라는 용어는 『악학궤범』 8집(1980)에 나타난다. 『국악전집』 8집에는 악작과 악지를 정간보에 기호로 기보해 놓았다. 더불어 악작과 악지를 연주하는 악기와 연주 횟수, 연주방법을 한문으로 성어(成語)하여 병기해 놓았고, 그 중 박의 연주 횟수를 격박일성으로 표시했다.
『악학궤범』 《종묘제례악》 등가악의 악작은 휘ㆍ특종ㆍ축ㆍ절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 데 반하여, 『국악전집』 8집에 기보되어 있는 《종묘제례악》 등가악의 악작은 휘ㆍ박ㆍ축ㆍ절고ㆍ박의 순서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치는 박을 격박일성이라고 한다. 『악학궤범』 에는 《종묘제례악》 헌가악 악작은 휘ㆍ도(鼗)ㆍ축ㆍ진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지만, 『국악전집』 8집에는 휘(혹은 조촉)ㆍ박ㆍ축ㆍ진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으며, 박이 추가되어 있다. 《종묘제례악》의 악작 때 휘를 든 다음과 악작의 맨 끝에 박을 한 번 친다.
『악학궤범』 의 아부악 등가악의 악작은 휘ㆍ특종ㆍ축ㆍ절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고, 헌가악의 악작은 휘ㆍ도ㆍ축ㆍ진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악전집』 9집 《문묘제례악》 악보의 등가악의 악작은 휘ㆍ박ㆍ특종ㆍ축ㆍ절고ㆍ특종ㆍ박의 순서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고, 헌가악의 악작은 휘ㆍ박ㆍ노도ㆍ축ㆍ진고와 노고ㆍ박의 순서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문묘제례악》의 악작에서도 휘를 든 다음과 악작의 맨 끝에 박을 한 번 친다. 박에 대한 기록은 『악학궤범』 당시 아악의 악작과 악지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1913년부터 1921년 사이에 박이 아악의 연주에 포함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격박일성은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그리고 복원된 《사직제례악》의 악작 절차의 한 과정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여러 타악기와 더불어 절차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 연주하는 독특한 제례악의 연주 과정을 설명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9집, 국립국악원, 1981.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18집, 국립국악원, 2006. 이동희, 「아악에서 박(拍)의 사용에 관한 검토」, 『한국음악연구』 67, 한국국악학회, 2020. 이혜구 옮김, 『신역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홍순욱(洪淳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