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에 창제된 〈봉래의〉에 속하는 곡명으로 국한문 혼용체의 〈용비어천가〉를 부르던 곡
취풍형은 세종 27년에 〈용비어천가〉가 제작된 이후, 그것을 관현반주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하는 큰 모음곡 형태인 〈봉래의〉를 구성하는 악무로 만들어졌다. 세종 때의 취풍형은『세종실록악보』에 〈여민락〉, 〈치화평〉에 이어 그 악보가 전한다. 〈치화평〉과 취풍형은 〈용비어천가〉 125장을 모두 노래하지만, 〈치화평〉이 가사붙임과 선율 등 곡태가 다른 3종의 악보가 있는 것과 달리 취풍형은 한 종류의 악보만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치화평 악보는 『세종실록』 권145에 〈봉래의〉를 구성하는 악보 중 한 곡으로 전한다. 〈치화평〉과 취풍형 모두 〈용비어천가〉 125장 전체를 노래하는 곡이지만, 가사붙임과 선율 등 곡태가 다른 3종의 악보가 있는 것과 달리 취풍형은 한 종류의 악보만 있다.
『세종실록악보』에는 취풍형 춤에 대한 내용은 없고, 『악학궤범』에 향악정재 중 하나로 소개된 〈봉래의〉에 절차에 따른 음악과 춤 내용이 있다. 〈여민락〉이 『세종실록악보』와 동일하게 1초장부터 4장까지와 졸장을 노래하는 곡 전체(음악상으로는 10장)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취풍형은 초장에서 8장까지와 졸장(125장)만 연주한다.
『대악후보』중에도 취풍형의 악보가 전하는데, 『세종실록악보』의 정간보에 율명을 기보한 방식과 달리 오음약보를 사용하였으며, 『세종실록악보』에 실린 곡 중 일부 선율만이 전한다. 전체 행 16정간의 53행 길이로 되어 있고, 노랫말이 있으나, 7장(불근새장)부터는 노랫말이 ‘불근새 그를므’까지만 있고, 그 이하는 없다. 세종 때에 창제되었으나, 조선조 지속적으로 연행되지 않아 오늘날에는 취풍형이 연주되지 않는다.
○ 음악적 특징
취풍형의 가사붙임새는 〈치화평〉과 차이가 있다. 즉, 〈치화평〉에서 2행을 차지하는 노랫말이 취풍형에서는 1행에 촘촘히 붙어 있다. 또한 박(拍)이 매 행에 2번 들어가서 1행에 1번 들어가는 〈치화평〉보다 빠른 한배로 연주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율은 고선(姑: G4)이 중심음이 되는 평조로 되어 있다.
○ 형식과 구성
취풍형도 〈치화평〉과 마찬가지로 국한문 혼용체의 〈용비어천가〉 125장의 노랫말을 모두 사용한다. 음악상으로 125장은 1단(1장ㆍ2장), 2단(3장~124장), 3단(125장)으로 구분된다. 2단 부분 중 제3장부터 122장까지는 제3장(주국장)~8장(태자장) 부분이 반복된다. 123장과 124장은 제3장ㆍ4장이 반복된다.
취풍평은 국한문 혼용체의 〈용비어천가〉를 노래한다. 노랫말 중 그 일부에 해당하는 제1장, 2장, 125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장 | 海東六龍이 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시니 |
해동에 여섯 용이 나시니 모두 하늘이 도운 바로 옛성인의 일과 일치하셨도다 |
2장 |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뮐ᄊᆡ 곶됴〯코〮 여름하〮ᄂᆞ니〮 ᄉᆞㅣ미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그츨ᄊᆡ 내히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으니 시내를 이루고 바다로 가나니 |
125장 | 千世 우희 미리 定ᄒᆞ샨 漢水北에 累仁開國ᄒᆞ샤 卜年이 ᄀᆞᇫ 업스시니 聖神이 니ᅀᆞ샤도 敬天勤民ᄒᆞ샤ᅀᅡ 더욱 구드시리이다 님금하 아ᄅᆞ쇼셔 洛水예 山行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ᅌᅵᆺ가 |
천세에 미이 정하신 한강 북쪽에 여러 대에 걸펴 어진 더을 쌓아
나라를 여시어 왕조가 끝이 없으시니 선싱이 이으셔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다스림에 부지런하셔야 더욱 굳으시겠습니다. 임금이여, 아소서, 태강왕처럼 낙수에 사냑을 가 있으면서 조상만 믿으시겠습니까? |
(원문 출처: 『세종실록악보』, 『악학궤범』) |
세종대왕이 제작한 곡으로 최초의 훈민정음으로 표기된 국한문체의 〈용비어천가〉를 노랫말로 삼은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악후보』 『세종실록악보』 『악학궤범』 『여령정재무도홀기』
송방송, 『증보 한국음악통사』, 민속원, 2007. 김종수, 「세종조 신악의 전승연구」, 『온지논총』 3, 온지학회, 1997. 변계원, 「치화평1ㆍ2ㆍ3과 취풍형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4. 위철, 「『세종악보』와 『대악후보』의 치화평·취풍형·봉황음·만전춘 비교」,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
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