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마침’, ‘음악을 그치다 또는 멈추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현재는 궁중 제례악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
악지(樂止)는 음악의 종료, 음악을 그치다 또는 음악을 멈추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현재는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과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의 음악을 그치는 것을 말하거나 그 음악을 그칠 때 타악기로 연주하는 특정한 연주절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1988년 복원된 《사직제례악》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종묘나 문묘, 사직에서 사용하는 제례악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연행되는 의례음악이나 궁중 밖의 선비들이 즐기는 음악의 마침을 지칭할 때도 악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현재는 옛 절차대로 연행되는 궁중의례음악인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그리고 최근 복원된 《사직제례악》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악지는 ‘음악을 그치다’ 또는 ‘음악을 멈추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음악의 종료’를 지칭하는 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악을 시작한다는 뜻의 악작(樂作)에 반대말로 악작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한자 문화권에서 사용된 용어이다. 악지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악학궤범(樂學軌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목은집(牧隱集)』,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 한국의 역사서, 악서, 의궤, 문집, 의례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현재는 이 용어를 궁중의례음악 중 제례악에 주로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제례악 이외의 궁중의례음악과 일반적인 음악에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조선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 투호(投壺)편을 보면 선비의 투호 놀이 중 연주하는 음악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 악지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악지는 궁중음악 중에서도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최근 복원된 《사직제례악》과 같은 제례악에서 사용한다. 본래 악지는 음악을 그치는 것을 말하지만 궁중에서 행하는 제례음악은 그 음악을 마칠 때 일정한 타악기 연주 절차가 있어 이 부분을 악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본래는 악지지절(樂止之節), 즉 음악을 그치는 절차를 줄여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승되는《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복원된 《사직제례악》의 악지와 관련된 역사적 기록은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 전한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 기록된 조선 성종(成宗, 1457~1495)대에 연행된 궁중의례음악은 악대의 종류에 따라 각기 악지의 절차가 달랐는데 그 중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악지과 연관된 기록은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 중 시용종묘영녕전등가(時用宗廟永寧殿登歌), 시용종묘영녕전헌가(時用宗廟永寧殿軒架)와 「아악진설도설(雅樂陳設圖說)」 중 시용등가(時用登歌), 시용헌가(時用軒架)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 묘사되어 있는 성종 당시의 악지는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악지의 절차와 차이가 있다.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구성악기의 차이로 인하여 약간 다른데 반하여 성종 당시 종묘와 문묘에 사용된 제례악의 악지 절차는 그 악기구성과 형식이 거의 동일하였다. 단 《종묘제례악》의 헌가 악지에는 《문묘제례악》에 없는 큰 징인 대금(大金)을 열 번 치는 절차와 박을 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성종 당시 제례악의 악지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등가(登歌)와 헌가(軒架)의 악지로 나누어지는데 등가(登歌) 악지는 휘(麾)를 내리면 절고를 세 번 치고, 어(敔)도 절고를 따라 세 번 긁는다. 특경은 절고의 첫 번째와 마지막 소리와 동시에 한 번씩 쳐서 음악을 그친다. 단 《종묘제례악》의 경우 마지막 특경을 친 후 박을 급하게 쳐서 음악을 그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점만 다르다. 반면 헌가(軒架)의 악지는 휘를 내리면 진고를 세 번 치며 어도 진고를 따라 세 번 긁은 후 음악을 그친다. 단 《종묘제례악》의 경우 진고와 어를 친 후 급하게 박을 쳐서 음악을 그친다고 기록한 점만 다를 뿐이다. 또한 《종묘제례악》의 악지의 경우 종헌례를 마치고 마지막 음악이 끝날 때는 큰 징인 대금을 열 번 친다(大金十通)고 기록되어 있는 점이 아악 제례악의 악지와 일부 차이를 보일 뿐이다.
현재 전승되는 《문묘제례악》의 악지는 『악학궤범(樂學軌範)』의 기록에 설명된 악지의 절차와 대동소이하다. 단 기록에는 현행 《문묘제례악》 악지 절차에 연주되는 박(拍)에 대한 언급이 없고 특경을 절고의 마지막 타점과 동시에 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친다는 점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악기의 구성과 절차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 또한 『악학궤범(樂學軌範)』의 기록에 없는 노고(路鼓)를 진고와 함께 치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 복원되어 현재 연주되는 《사직제례악》에서는 《문묘제례악》의 악지와 대동소이 하나 노고가 아닌 영고(靈鼓)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악학궤범(樂學軌範)』에 기록된 《종묘제례악》의 악지는 현재의 《종묘제례악》의 악지와 차이가 있는데 현행 《종묘제례악》의 등가 악지는 특경을 사용하지 않으며, 헌가 악지는 도를 연주하지 않는다. 또한 성종 당시의 기록으로는 진고와 어를 연주한 후 급하게 박을 쳐서 음악을 마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행 《종묘제례악》 헌가 악지는 진고와 어의 시작과 동시에 급하게 박을 세 번 친다. 이와 같이 현행 《종묘제례악》의 악지에 특경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종묘제례악》에 사용된 악기의 편성이 조선후기에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조선 숙종대의 기록인 『종묘의궤(宗廟儀軌)』의 종묘제례악 등가, 헌가의 악기편성을 보면 종묘제례악 등가에 특종(特鐘), 특경(特磬)이 제외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정조대의 『춘관통고(春官通考)』에 기록된 《종묘제례악》 등가ㆍ헌가의 악기편성에는 헌가의 노도(路鼗)가 편성에서 제외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종묘제례악》의 악지는 조선 후기 《종묘제례악》의 악기 편성의 변화와 함께 차츰 변화하여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궁중의례음악의 악지에 관한 기록도 있다. 「속악진설도설」 중 시용전정헌가(時用殿庭軒架)와 시용전정고취(時用殿庭鼓吹)에 각각 악지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시용전정헌가는 궁중의 예를 갖춘 공식 연회(예연, 禮宴), 하례(賀禮), 관례(冠禮), 비나 빈 왕세자의 책봉례(책례, 冊禮), 문무과의 방방례(放榜禮), 친경례(親耕禮), 대사례(大射禮) 등 대부분의 궁중의례에 사용되었다.
시용전정헌가의 악지는 휘를 내리면 건고(建鼓)를 세 번 치고 건고를 따라 어도 세 번 긁은 후 급하게 박을 쳐서 연주를 그친다. 현재도 궁중의 연회인 예연이나 하례, 관례, 책례 등에 사용했던 악곡이 전승되고 있으나 이러한 음악에 사용됐던 악지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시용전정고취는 조참, 문과전시, 생원 진사 방방, 배표와 배전의 권정례 등의 궁중행사에 사용하는 악기편성인데 이 악대의 악지는 휘를 내리면 급하게 박을 쳐서 음악을 그친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전승되는 궁중음악은 제례악을 제외하면 휘를 사용하지 않기에 이와 같은 악지의 절차도 행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는 선비의 음악이나 그 외에 음악에도 악지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전승되는 음악 중에서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 등 제례악에서만 이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경우 그 의식절차인 제례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으며 악기편성 또한 과거 궁중에서 사용하던 악기 구성을 그대로 편성하여 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악지란 ‘음악을 그치다 또는 멈추다’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음악의 마침’을 뜻하는 명사로 사용되기도 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나 현재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과 같은 특정 악곡에서만 사용한다.
《종묘제례악》 악지의 절차는 몇 개의 타악기로 연주되는 특정한 리듬의 악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종묘제례악》의 악지에 사용되는 악기를 살펴보면 등가에는 휘ㆍ박ㆍ어ㆍ절고 등이 쓰이고, 헌가에는 휘ㆍ박ㆍ어ㆍ진고ㆍ대금(大金)이 사용된다. 《종묘제례악》 등가 악지의 타악기 연주는 박과 절고를 함께 세 번 치고 어는 절고나 박의 첫 박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여 세 번 긁은 후 음악을 그친다.
《종묘제례악》 헌가 악지의 타악기 연주는 아헌례 때는 박과 진고를 세 번 쳐서 음악을 그치고 종헌례 때는 박과 진고를 세 번쳐서 음악을 그치되 그 때 큰 징 즉 대금을 열 번 쳐서 음악을 마친다. 이 때 대금을 열 번치는 것을 대금십차(大金十次)라 한다.
《문묘제례악》 악지의 절차 또한 몇 개의 타악기로 연주되는 특정한 리듬의 악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묘제례악》의 악지에 사용되는 악기를 살펴보면 등가에는 휘ㆍ박ㆍ특경ㆍ어ㆍ절고가 쓰이고, 헌가에서는 휘ㆍ박ㆍ어ㆍ진고ㆍ노고가 사용된다. 《문묘제례악》 등가 악지의 타악기 연주는 박과 절고를 세 번 치며 어도 이에 맞추어 세 번 긁는다. 이 때 처음에 박ㆍ절고ㆍ어와 같이 특종을 한 번 치고, 어가 연주를 마칠 때 동시에 특경을 다시 한 번 친고 음악을 그친다.
《문묘제례악》 헌가 악지의 타악기 연주는 박ㆍ진고ㆍ노고를 세 번 치고, 어도 그에 맞추어 세 번 긁어서 음악을 그친다.
《사직제례악》의 등가 헌가 악작은 《문묘제례악》과 대동소이하며 노고 대신 영고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악지는 과거 역사적으로 사용되어온 음악용어를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이 악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의례에 사용된 음악의 개념과 절차를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는 종묘제례악과 같은 음악이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근거가 되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삼국사기』 『악학궤범』 『예기』 『임원경제지』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8집, 국립국악원, 1980.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9집, 국립국악원, 1980. 국립국악원, 『한국음악』 제11집, 국립국악원, 1973. 국립국악원, 『한국음악』 제21집, 국립국악원, 1985.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도서출판 보고사, 2012. 이혜구 옮김, 『신역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홍순욱(洪淳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