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시작’, ‘음악을 시작하다 또는 하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현재는 궁중 제례악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
악작(樂作)은 ‘음악의 시작’, ‘음악을 시작하다’ 또는 ‘음악을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현재는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과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 그리고 최근 복원된 《사직제례악》에서 음악의 시작을 말하거나 그 음악을 시작할 때 타악기로 연주하는 특정한 연주절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종묘나 문묘, 사직에 사용하는 제례악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연행되는 의례음악이나 궁중 밖의 선비들이 즐기는 음악의 시작을 지칭할 때도 악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현재는 옛 절차 그대로 연행되는 궁중 제례악인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악작은 ‘음악의 시작하다’ 또는 ‘음악을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음악의 시작’을 지칭하는 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교 5경의 하나인 『예기(禮記)』 「상대기(喪大記)」 편에는 ‘대상(만 2년상)을 지내고 나면 밖에서 곡하는 자가 없고, 담제(3년상을 마치고 하는 첫 번째 제사, 대상 후 3개월째 지내는 제사)를 지내면 안에서 곡하는 자가 없다. 이것은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이다.(祥而外無哭者 禫而內無哭者 樂作矣故也)라는 문구가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을 보면 악작이라는 용어가 매우 이른 시기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악작’은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악학궤범(樂學軌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목은집(牧隱集)』,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 역사서, 악서, 의궤, 문집, 의례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현재는 이 용어를 궁중의례음악 중 제례악에서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제례악 이 외의 궁중의례음악과 일반적인 음악에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한 예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의 투호(投壺)편을 보면 선비의 투호 놀이 중 연주하는 음악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 악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악작이라는 용어는 궁중음악 중에서도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복원된 《사직제례악》과 같은 제례악에서 사용한다. 본래 악작은 음악의 시작을 말하지만 궁중에서 행하는 제례음악은 그 음악을 시작할 때 일정한 타악기 연주 절차가 있어 이 부분을 악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본래는 악작지절(樂作之節), 즉 음악을 시작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복원된 《사직제례악》의 악작과 관련된 역사적 기록은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 전한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 기록된 조선 성종(成宗, 1457~1495)대에 연행된 궁중의례음악은 악대의 종류에 따라 각기 악작의 절차가 달랐는데 그 중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악작과 연관된 기록은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 중 시용종묘영녕전등가(時用宗廟永寧殿登歌), 시용종묘영녕전헌가(時用宗廟永寧殿軒架)와 「아악진설도설(雅樂陳設圖說)」 중 시용등가(時用登歌), 시용헌가(時用軒架)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 묘사되어 있는 성종 당시의 악작은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악작의 절차와 차이가 있다. 현재 전승되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의 구성악기의 차이로 인하여 약간 다른데 반하여 성종 당시 종묘와 문묘에 사용된 제례악의 악작 절차는 그 악기구성과 형식이 동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종 당시 제례악의 악작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등가(登歌)와 헌가(軒架)의 악작으로 나누어지는데 등가(登歌) 악작은 휘(麾)를 들면 특종(特種)을 한 번 치고 축(柷)을 친 후 절고(節鼓) 세 번 치고 절고의 마지막 소리와 동시에 특종을 다시 한 번 친 후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단, 축문을 읽은 후 악작은 절고를 세 번 친 후에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반면 헌가(軒架)의 악작은 휘를 들면 도(鼗)를 세 번 흔들고 축을 친 후 진고를 세 번 치고 난 뒤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단 《종묘제례악》의 경우 아헌례를 도를 흔들기 전에 진고를 열 번 치고 종헌례에는 도와 축을 연주하지 않고 진고만 세 번 치고 음악을 시작한다.
현재 전승되는 《문묘제례악》의 악작은 『악학궤범(樂學軌範)』의 기록에 설명된 악작의 절차와 대동소이하다. 단 기록에는 현행 《문묘제례악》 악작 절차의 처음과 마지막에 연주되는 박(拍)에 대한 언급이 없고 축을 세 번치고 절고 또는 진고를 한 번 치는 절차를 세 번 반복하는 현행 《문묘제례악》의 악작과 달리 성종 당시의 기록으로 보면 현행과 조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러나 박을 제외한 악기의 구성과 절차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
반면 『악학궤범(樂學軌範)』에 기록된 《종묘제례악》의 악작은 현재의 《종묘제례악》의 악작과 차이가 있는데 현행 《종묘제례악》의 등가 악작은 특종을 사용하지 않으며, 헌가 악작은 도를 연주하지 않는다. 또한 《문묘제례악》과 마찬가지로 성종 당시의 기록에는 현행에 연주되는 박에 대한 언급이 없고 축을 세 번 치고 절고 또는 진고를 한 번 치는 절차를 세 번 반복하는 현행과 달리 기록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현행 《종묘제례악》의 악작이 이와 같이 달라진 것은 《종묘제례악》에 사용된 악기의 편성이 조선후기에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조선 숙종대의 기록인 『종묘의궤(宗廟儀軌)』의 《종묘제례악》 등가ㆍ헌가의 악기편성을 보면 《종묘제례악》 등가에 특종(特鐘), 특경(特磬)이 제외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정조대의 『춘관통고(春官通考)』에 기록된 《종묘제례악》 등가, 헌가의 악기편성에는 헌가의 노도(路鼗)가 편성에서 제외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종묘제례악》의 악작은 조선 후기 《종묘제례악》의 악기 편성의 변화와 함께 차츰 변화하여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악학궤범(樂學軌範)』 권2에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궁중의례음악의 악작에 관한 기록도 있다. 「속악진설도설」 중 시용전정헌가(時用殿庭軒架)와 시용전정고취(時用殿庭鼓吹)에 각각 악작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시용전정헌가는 예연(禮宴), 하례(賀禮), 관례(冠禮), 비나 빈 왕세자의 책봉례(책례, 冊禮), 문무과의 방방례(放榜禮), 친경례(親耕禮), 대사례(大射禮) 등 대부분의 궁중의례에 사용되었다.
시용전정헌가의 악작은 휘를 들면 삭고(朔鼓)를 한 번 치고 그 후 응고(應鼓)를 한 번 치며 이어 축을 치고 건고를 세 번 친 후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현재도 궁중의 예연이나 하례, 관례, 책례 등에 사용했던 악곡이 전승되고 있으나 이러한 음악에 사용됐던 악작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시용전정고취는 조참, 문과전시, 생원 진사 방방, 배표와 배전의 권정례 등의 궁중행사에 사용하는 악기편성인데 이 악대의 악작은 휘를 들면 모든 악기가 바로 연주를 시작한다고 하였다.
현재 전승되는 궁중음악은 제례악을 제외하면 휘를 사용하지 않기에 이와 같은 악작의 절차도 현재는 행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는 선비의 음악이나 그 외에 음악에도 악작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전승되는 음악 중에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등 제례악에서만 이 용어를 사용하고 복원된 《사직제례악》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의 경우 그 의식절차인 제례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으며 악기편성 또한 과거 궁중에서 사용하던 악기 구성을 대부분 그대로 편성하여 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악작이란 ‘음악을 시작하다 또는 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음악의 시작’을 뜻하는 명사로 사용되기도 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나 현재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과 같은 특정 악곡에서만 사용한다.
《종묘제례악》 악작의 절차는 몇 개의 타악기로 연주되는 특정한 리듬의 악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종묘제례악》의 악작에 사용되는 악기를 살펴보면 등가에는 휘ㆍ박ㆍ축ㆍ절고 등이 쓰이고 헌가에는 휘ㆍ박ㆍ축ㆍ진고가 사용된다. 일부 《종묘제례악》의 악작을 설명할 때 휘(음악을 시작할 때 들어올리는 깃발의 일종)를 제외하기도 하지만 원래 의례대로 라면 휘도 포함된다.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깃발이 악기에 포함된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으나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휘와 같은 신호용 도구나 춤에 쓰는 무구도 악기로 보았다. 따라서 전통적인 관점에서 《종묘제례악》의 악작에 쓰이는 악기에는 휘도 포함된다. 《종묘제례악》 등가 악작의 타악기 연주는 박을 먼저 치고 축을 세 번 치고 절고를 한 번 치는 절차를 세 번 반복한 후 박을 다시 한 번 치고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이 때 박을 한 번 치는 것을 격박일성(擊拍一聲), 축을 세 번 치는 것을 고축삼성(鼓柷三聲), 절고를 한 번 치는 것을 격고일통(擊鼓一通)이라 부른다.
《종묘제례악》 헌가 악작의 타악기 연주는 아헌례 때는 진고를 먼저 열 번 치고, 축을 세 번 치고 진고를 한 번 치는 절차를 세 번 반복한 후 박을 다시 한 번 치고 나서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진고를 열 번치는 것을 진고십통(晉鼓十通)이라 하며 다른 악기 연주는 등가의 경우와 같다. 종헌례 때는 진고만 세 번 치고 박을 친 후 모든 악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이 때 진고를 세 번치는 것을 진고삼통(晉鼓三通)이라 한다.
악작은 과거 역사적으로 사용되어온 음악용어를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복원된 《사직제례악》이 악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의례에 사용된 음악의 전통을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는 《종묘제례악》과 같은 음악이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근거가 되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삼국사기』 『악학궤범』 『예기』 『임원경제지』
송방송, 『한겨레음악대사전』, 도서출판 보고사, 2012. 이혜구 옮김, 『신역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8집, 국립국악원, 1980. 국립국악원, 『국악전집』 제9집, 국립국악원, 1980. 국립국악원, 『한국음악』 제11집, 국립국악원, 1973. 국립국악원, 『한국음악』 제21집, 국립국악원, 1985.
홍순욱(洪淳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