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간행된 사진을 곁들인 이왕직 악기 소개 책자
1939년 이왕직에서 발행한 일본어로 된 조선 악기 소개 책자로, 65종의 악기 해설이 56항목에 걸쳐 56장의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근대 시기에 간행된 문헌 중에서 현재 학계에 소개된 것으로 악기를 독립적 주제로 다룬 것은 『조선악기편(朝鮮樂器編)』(1933), 『조선아악기사진첩 건』(1927~30년 경), 『조선아악기해설ㆍ사진첩』(1935), 『이왕가악기』(1939) 등이 있다. 또한 독립적 주제는 아니지만 조선 음악 관련 문헌 중 악기를 중요 항목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는 『조선악개요(朝鮮樂槪要)』(1917), 『조선아악요람(朝鮮雅樂要覽)』(1926경), 『조선악대요(朝鮮樂大要)』(1934), 『조선아악(朝鮮雅樂)』(1940년대) 등이 있다. 이들 문헌 중 『이왕가악기』는 『조선아악기해설ㆍ사진첩』과 함께 악기 해설과 실제 사진을 수록한 자료로,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에 존재한 조선 악기의 면면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체재 및 규격
1책 116면, 22.5㎝×15.5㎝, 인쇄활자본, 흑백사진
○ 소장처
국립국악원, 국사편찬위원회,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청주대학교 운초자료관, 동경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 부속도서관 등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이왕가악기』은 겉표지에는 책 이름 『이왕가악기』(李王家樂器)가 적혀 있고 바로 목차가 이어진다. 책 끝부분의 출판정보에는 ‘昭和十四年三月三十日 發行 定價三圓 李王職 印刷者 門田寫眞印刷所’라고 기재되어 있어, 1939년(소화 14년)에 이왕직에서 발행하고 문전사진인쇄소의 인쇄로 정가 3원에 판매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책에는 머리말이나 간행사가 없어 편찬 경위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성경린에 의하면 『이왕가악기』는 이왕직에서 간행되었지만, 실제 저자는 히다카 에이스케(日高英介)라고 한다. 히다카는 평양사범부속 소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이왕직 촉탁으로 이왕직아악부와 인연을 맺은 인물로, 이후 이왕직아악부원 양성소에서 일본어 등의 과목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이 책의 집필과 편집을 맡았다.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학학술총서(이지선 해제ㆍ역주,『조선아악기사진첩 건, 조선아악기 해설ㆍ사진첩, 이왕가악기』 한국음악학학술총서 10, 국립국악원, 2014.)로 발간되었다.
○ 구성 및 내용
『이왕가악기』는 56항에 걸쳐 65종의 악기를 56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목차는 악기를 재료에 의해 구분하는 팔음(八音)에 따라 금지부(金之部)ㆍ석지속(石之屬)ㆍ사지부(絲之部)ㆍ죽지속(竹之屬)ㆍ포지속(匏之屬)ㆍ토지속(土之屬)ㆍ혁지속(革之屬)ㆍ목지속(木之屬)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아부(雅部)ㆍ당부(唐部)ㆍ속부(俗部)로 세분하여 수록하였다.
금지부(金之部) | 아부(雅部) | 편종, 특종 |
당부(唐部) | 방향, 양금, 자바라, 나발, 정, 라, 운라 | |
속부(俗部) | 대금, 소금 | |
석지속(石之屬) | 아부 | 편경, 특경 |
아부 | 금, 슬 | |
당부 | 월금, 당비파, 해금, 대쟁, 아쟁, 수공후, 대공후, 소공후, 와공후 | |
속부 | 현금, 가야금, 향비파 | |
죽지속(竹之屬) | 아부 | 약, 소, 적, 지 |
당부 | 당적, 당피리, 퉁소, 태평소, 단소 | |
속부 | 대금, 중금, 향피리, 세피리 | |
포지속(匏之屬) | 아부 | 생 |
토지속(土之屬) | 아부 | 부, 훈 |
당부 | 나각 | |
혁지속(革之屬) | 아부 | 건고, 응고, 삭고, 뇌고, 뇌도, 영고, 영도, 노고, 노도, 도, 절고, 진고 |
당부 | 교방고, 장고, 갈고, 용고 | |
속부 | 중고, 좌고 | |
목지속(木之屬) | 아부 | 축, 어 |
당부 | 박 |
『이왕가악기』의 악기 분류법은 『증보문헌비고』의 악기 분류법과 유사하다. 다만 『증보문헌비고』는 악기를 8음으로 구분하고, 이를 아부와 속부로만 구분한 데 비해서 『이왕가악기』는 아부ㆍ당부ㆍ속부로 나눈 점이 차이가 있다. 악기를 아부ㆍ당부ㆍ속부의 구분하는 것은 『악학궤범』의 분류법과도 유사한데, 『악학궤범』에서는 8음으로 구분하지 않고 악기를 아부ㆍ당부ㆍ향부로만 나누어 수록하고 있는 점이 차이가 난다. 『이왕가악기』의 악기 분류는 『증보문헌비고』와 『악학궤범』의 분류법을 결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금지속(金之屬) | 아부 | 편종, 특종, 순, 요, 탁, 탁 |
속부 | 방향, 향발, 동발 | |
석지속(石之屬) | 아부 | 경 |
사지속(絲之屬) | 아부 | 금, 슬 |
속부 | 현금, 가야금, 월금, 해금, 당비파, 향비파, 대쟁, 아쟁, 알쟁 | |
죽지속(竹之屬) | 아부 | 소, 약, 관, 적, 지 |
속부 | 당적, 대금, 중금, 소금, 퉁소, 당피리, 태평소 | |
포지속(匏之屬) | 아부 | 생, 우, 화 |
토지속(土之屬) | 아부 | 훈, 상, 부, 토고 |
혁지속(革之屬) | 아부 | 진고, 뇌고, 영고, 노고, 뇌도, 영도, 노도, 건고, 삭고, 응고 |
속부 | 절고, 대고, 소고, 교방고, 장고 | |
목지속(木之屬) | 아부 | 부, 축, 어 ,응 ,아, 독 |
『이왕가악기』보다 앞서 간행된 『조선악기편』(1933) 및 『조선아악기해설』(1935)과 악기의 종류를 비교했을 때 『이왕가악기』에만 수록된 악기는 수공후ㆍ(대공후)ㆍ소공후ㆍ와공후ㆍ운라이다. 수공후ㆍ소공후ㆍ와공후ㆍ운라는 1937년 함화진이 북경에서 구입해서 조선으로 가져온 것이다. 『이왕가악기』에 수록된 사진은 정만 제외하면 모두 앞면만 촬영한 사진이다. 편종은 악기 전체 사진 외에 종 1개를 확대하여 찍은 사진도 수록하고 있다. 사진 56장 중에서 6장은 『조선아악기사진첩』과 같은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내용은 악기의 연혁, 연주 방법, 재료, 용도, 치수 등이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중국·일본·한국의 여러 문헌을 인용하여 기술한 경우도 있고, 기존의 설과는 다른 내용을 담은 경우도 있다.
설명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악기의 연혁으로, 각 항목의 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집필 방향은 음악을 전문으로 하지 않았던 저자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악기의 기원에 관한 설명은 『조선악기요람』(1926~1927경) 및 『조선악기편』과 대부분이 일치하지만 편종ㆍ양금ㆍ대금(大金)ㆍ당비파ㆍ향비파ㆍ대쟁ㆍ향피리ㆍ세피리ㆍ소ㆍ약ㆍ생ㆍ나각ㆍ교방고ㆍ좌고 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내용을 싣고 있다. 특히 『이왕가악기』에서는 양금ㆍ비파ㆍ소ㆍ약ㆍ생에 관해서 중국 기원설을 소개하면서도 이보다는 아라비아(양금), 서아시아(비파ㆍ소ㆍ약), 남아시아(생) 기원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왕가악기』는 1930년대 말 조선 악기에 관해 실물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인쇄활자본으로 시판용으로 제작되어, 당시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조선 악기 해설서였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은 악기의 특징이나 연주법보다는 연혁에 비중이 두고 있는 특징이 있다.
송혜진, 「사진을 곁들인 이왕직 아악부의 악기소개책자 『이왕가악기』」, 『국악소식』 7, 1991. 이지선 해제・역주, 「조선아악기사진첩 건, 조선아악기 해설・사진첩」, 『(한국음악학 학술총서 10) 이왕가악기』, 국립국악원, 2014.
이지선(李知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