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황과 단소의 두 악기로 이루어지는 악기 편성 또는 연주 형태.
생소병주에서 ‘생’은 생황을, ‘소’는 단소를 뜻하고, 병주는 ‘함께 연주한다’는 뜻이다. 즉, 생소병주는 ‘생황과 단소를 함께 연주하는 형태 또는 그러한 악기 편성’을 말한다. 문헌상에 관련 기록이 많지 않아서 생소병주의 연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통일신라시대 기와 문양에 생소병주와 유사한 형태의 주악상이 남아 있어 오래된 연주 방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7~9세기에 창건된 황룡사지, 사천왕사지, 고선사지, 창림사지 등에서 출토된 기와 문양에는 천인(天人) 두 명이 각각 단소처럼 세로로 부는 관악기와 생황처럼 생긴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주악상이 묘사되어 있다.
○ 연행 시기, 용도
현재 생소병주로 연주되는 악곡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에 궁중과 풍류방에서 연주되었던 음악으로, 본래는 줄풍류 편성 또는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되는 곡들이다. 생소병주의 주요 악곡으로는 《영산회상》, 《천년만세》, 〈도드리〉 등 줄풍류 계열 악곡과, 〈경풍년〉, 〈염양춘〉, 〈수룡음〉 등의 《자진한잎》, 그리고 〈긴염불(=헌천수)〉이 있다. 이 중 특히 〈수룡음〉이 생소병주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한국 전통악기 중 유일한 화음 악기라고 일컫는 생황은 현재 몇 가지 종류가 있으나, 생소병주 시에는 주로 17관 생황을 사용한다. 생황에서 두 음 이상의 소리를 함께 내는 것을 쌍성(雙聲)이라 하며, 쌍성 주법으로 화성을 연주할 수 있다. 선율 진행 시 두 음을 동시에 소리낼 때는 주음을 기준으로 주음의 완전 5도 위 음 또는 주음의 완전 4도 아래 음을 함께 소리낸다. 세 음을 동시에 소리낼 때는 주음, 주음의 완전 5도 위의 음, 주음의 한 옥타브 위의 음을 함께 소리낸다.
생소병주에서 단소는 맑고 고운 소리로 선율을 유려하게 연주하고, 생황은 부드럽고 신비한 음색으로 풍성한 화성을 연주함으로써 조화를 이룬다.
하나의 악곡을 악기 편성을 달리하여 관현악합주, 관악합주, 현악합주, 병주, 독주 등 다양한 형태로 연주하는 것은 국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같은 곡이라도 악기 편성에 따라 음악의 질감이 달라지는데, 특히 생소병주에서는 생황이 다른 국악기에서는 표현하지 않는 화성을 묘한 음색으로 연주하고 단소가 맑고 고운 음색으로 화려한 선율을 연주함으로써 조화를 이뤄 여타 악기 편성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효영, 「생황」,『국립국악원, 창작을 위한 국악기 이해와 활용』 2, 국립국악원, 2019. 문화재관리국경주사적관리사무소 편, 『고선사지발굴조사보고서』, 매일원색정판사, 1977. 송혜진, 『한국 악기』, 열화당, 2001. 김성혜, 「생소병주형 연주의 연원에 대한 연구」, 『한국음악사학보』 51, 한국음악사학회, 2013.
임란경(林爛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