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악인 김형식(金亨植)이 소장했던 음악 연습용 책자
『악장요람』은 순조대 악인 김형식이 궁중음악을 익히기 위해 사용했던 교재이다.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궁중음악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김형식 사후에도 악인들이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실용서의 성격을 지닌다.
○ 체재 및 규격 1책 25장. 28.9cm×21.1cm ○ 소장처 국립국악원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 표지 뒷면의‘金亨植習讀之冊譜’라는 기록을 통해 김형식이 활동했던 시기에 만든 자료로 추정된다. 김형식은 효명세자가 기획한 궁중연향에서 무동(舞童)과 대금차비(大笒差備)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19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본문에 1809년 남공철이 개찬한 경모궁 악장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여, 순조대의 서적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초기 사용자는 김형식으로 추정되지만 여러 필체가 추가된 점, 첨지(籤紙)한 흔적이 있는 점으로 보아 김형식 사후에도 여러 악인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악보 차례]
전반부에는 악장(樂章)을, 후반부에는 악보(樂譜)를 배치하여 이원적인 체재를 이룬다. 즉, 앞에는 종묘, 경모궁, 무안왕묘, 경효전 제례의 악장(樂章)이 있고, 뒤에는 《종묘제례악》, 《경모궁제례악》, 〈낙양춘〉, 〈여민락만〉, 《무안왕묘제례악》의 선율이 있다. 이는 먼저 가사의 정확한 발음을 익힌 후 선율을 배우게 하려는 의도와 맞물린 구성이다. 악인들이 악장의 가사를 잘못 부르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에 악장 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악인들이 사용하는 책자에 한문과 한글을 병기하곤 했는데, 『악장요람』도 악장만 수록한 전반부는 한문과 한글을 함께 기재하여, 신분이 낮은 악인들의 정확한 가사 습득을 도왔다. 딕션 연습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음악교육을 정비한 모습이다.
『악장요람』은 순조대에 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되었다. 필체를 통해 종묘, 경모궁, 무안왕묘, 《종묘제례악》, 《경모궁제례악》, 〈낙양춘〉, 〈여민락만〉이 먼저 수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1차 완성 후 추가된 악곡은 《무안왕묘제례악》이다. 아울러 1902년 관왕이 관제(關帝)로 격상된 후 서정순(徐正淳, 1835~1908)이 새로 지은 악장이 첨지(籤紙)된 흔적도 남아있다. 처음 악보를 수록한 후 악보에 기재된 가사 부분만 다시 수정한 것이다.
이후 명성황후(明成皇后, 1851-1895)의 혼전인 경효전의 악장도 삽입하였고, 일제강점기에 바뀐 종묘악장의 가사도 첨지하였다.
1차 | 2차 | 3차 | 4차 | ||
(순조대/ 1809년 이후) |
(1차 완성 이후) | (대한제국시기/ 1902년 이후) |
(일제강점기) | ||
악 장 |
종묘 | ○ | ○ (부분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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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모궁 | ○ | ||||
무안왕묘 | ○ | ||||
경효전 | ○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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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보 |
종묘제례악 | ○ | |||
경모궁제례악 | ○ | ||||
낙양춘 | ○ | ||||
여민락만 | ○ | ||||
무안왕묘제례악 | ○ | ○ (가사 전체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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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는 의식 절차를 기준으로 그에 수반되는 악곡을 수록하였다. 각 곡의 악보는 율명ㆍ한문가사ㆍ가야금과 거문고의 격도지법 등으로 표기했는데, 정간보를 활용하지 않아 음의 길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므로 초학자용 교재가 아니라 이미 음악을 아는 숙련된 악인들의 연습 책자로 보인다. 한편, 중복되는 악곡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예를 들어 《종묘제례악》의 경우 전폐 희문, 초헌 희문, 중광, 옹안지악, 흥안지악은 싣지 않았다. 전폐 희문과 초헌의 희문은 영신 희문과 속도만 서로 다를 뿐 같은 선율이고, 중광은 역성의 선율과 같으며, 옹안지악과 흥안지악은 진찬례의 풍안지악의 선율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악보에서 누락된 악곡들은 가사와 사용되는 절차가 다르더라도 결국 같은 선율이었기 때문에 다시 게재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효율적인 음악 연습을 고려한 구성이다.
『악장요람』은 유일본으로, 악장의 정확한 발음 학습과 음악 연습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만든 책자이다. 이는 궁중의 악인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특히 ‘악장+악보’의 구도는 다른 음악 자료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악장요람』은 소장자였던 김형식의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궁중음악을 전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습했던 악인들의 일상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俗樂源譜』(국립국악원 소장) 『樂章歌詞』(장서각 소장)
김영운, 「조선후기 국연의 악무 연구(Ⅱ)」, 『조선후기 궁중연향문화』 2, 민속원, 2005. 김종수, 『조선시대 궁중음악의 문화사적 고찰』, 민속원, 2018. 송지원, 「조선시대 장악원의 악인과 음악교육 연구」, 『한국음악연구』 43, 한국국악학회, 2008. 이정희, 「궁중 樂人의 음악연습과 『樂章要覽』」, 『공연문화연구』 43, 공연문화학회, 2021.
이정희(李丁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