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근곡(敬勤曲)
『세조실록』「악보」의 후미에 수록된 ‘임종궁 치조(林鍾宮徵調)’의 악곡
《경근지곡》은 세조 때 새로이 창제된 ‘임종궁치조’의 악곡으로서 『세조실록』「악보」의 맨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어 전한다. 기일(其一)부터 기구(其九)까지 총 9곡에, 매 1곡은 총 12행으로 구성되었다. 《청산별곡》에서 파생된 악곡 중 하나이며, 원곡의 선율을 기초로 하여 특정 부위에 가사의 성조를 적용함으로써 원곡과는 다른 새로운 악곡으로 재탄생되었다.
《경근지곡(敬勤之曲)》은 세조 때 새로이 창제된 ‘임종궁 치조(林鍾宮徵調)’의 악곡으로서 『세조실록』「악보」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어 전한다. 기일(其一)부터 기구(其九)까지 총 9곡에, 매 1곡은 총 12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종실록』「악보」의 《휴명(休命)》과 마찬가지로 《청산별곡(靑山別曲)》에서 파생된 악곡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실록』「악보」의 《휴명》이 《정대업(定大業)》에 속하는 악곡이라는 점에서 《경근지곡》 역시 세조대의 또 다른 신곡인 《창수지곡(創守之曲)》과 함께 세종대의 《정대업》과 상관되는 속악(俗樂)이라 할 수 있다.
《경근지곡》에 사용된 ‘임종궁 치조’는 ‘남려궁 우조’와 함께 세종 말기에 창제된 정대업(定大業), 보태평(保太平), 발상(發祥), 봉래의(鳳來儀) 4종 신악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악조(樂調)이다. 따라서 《경근지곡》은 《창수지곡》과 함께 연례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된 악곡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조실록』 중에는 음복연(飮福宴)에 《정대업》을 연주하였다는 기사가 산견된다. 그런데 《경근지곡》은 세종대《정대업》의 《휴명》과 함께 《청산별곡》에서 파생된 악곡이라는 점에서 정대업계의 악곡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경근지곡》은 연례 가운데 주로 음복연에 사용할 목적으로 창작된 악곡일 가능성이 높다.
《경근지곡》에서 특기할 만 한 점은 원곡(原曲) 《청산별곡》의 선율을 기초로 하여 특정 부위에 가사의 성조를 적용함으로써 음악적 변화를 꾀하였다는 점이다. 매 1곡의 12행 가운데 제1행의 제1대강과 제4․5대강, 제3행의 제1대강, 제5행의 제4대강, 제6행의 제5대강, 제7행 제4대강 등 여섯 곳에 성조를 적용함으로써 원곡과는 다른 악곡으로 재탄생되었다. 성조를 적용한 음은 대체로 평성(平聲): 下一(姑洗) 혹은 宮(林鍾), 상성(上聲): 上三(淸太簇) 혹은 上一(南呂)→上二(淸黃鍾) 上行, 去․入聲: 上一(南呂) 혹은 上二(淸黃鍾)으로 표현되었다.
조선 전기에 창작된 악곡 가운데 세종대의 《치화평(致和平)》은 가사의 성조(聲調)가 악곡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비록 《치화평》에 비하여 성조의 적용이 엄격하지는 않지만 세조대의 《경근지곡》의 창작에도 가사의 성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경근지곡》을 통하여 조선전기 창작 양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세종대의 《치화평》상은 훈민정음 용비어천가를 노래 말로 삼은 악곡의 하나로서 그 악보에 가사의 성조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봉래의》정재에서 《치화평》하가 쓰인 것을 보면, 《치화평》상은 실용된 악보라기보다는 훈민정음의 창제와 더불어 훈민정음 용비어천가가 지어지자 그 실험작으로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그러나 세조대에 원곡의 선율을 바탕으로 특정 부위에 성조를 적용함으로써 원곡과는 다른 새로운 악곡으로 재탄생된 《경근지곡》은 종묘와 원구의 의식에 이어지는 음복연에서 연주되었으리라는 점에서 실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특히 《경근지곡》의 창작방식은 조선전기의 창작 방법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조실록(世祖實錄)』 『세종실록(世宗實錄)』
李惠求譯註, 세종장헌대왕실록 22, 서울: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1(재판). 李惠求, 「休命과 靑山別曲의 比較」, 『韓國音樂論叢』(서울:秀文堂, 1976). 張師勛, 「風入松」, 『國樂論攷』(서울:서울대학교출판부, 1974(3판)). 정화순, 「《世祖實錄 ∙ 樂譜》소재 경근지곡에 관한 연구」,『韓國音樂硏究』[제36집], 2004. 정화순, 「『세조실록⸱악보』 소재 창수지곡과 경근지곡의 용도에 관하여」, 『동양예술』제9호(서울:한국동양예술학회, 2004.11.30.)
정화순(鄭花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