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정수(雅樂精粹)
<<조선아악정수>>의 저본 음반인 <<조선아악>>은 종로구 운니동에 있었던 이왕직아악부 근처 육사당(六四堂) 건물에서 1928년 6월 이왕직아악부 소속 악사들이 연주 녹음하였다고 한다. 당시 녹음한 곳은 방음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잡음이 심해 녹음한 40곡 중에서 26곡만 간추린 것이다. 이렇게 발매한 음반 중에 빅타사에서는 15년만인 1943년, 초판 <<조선아악>>으로 발매한 음반 수록곡 중에서 12곡을 선별하여 <<아악정수>>로 발매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음반해설서로 함화진이 쓴 『朝鮮音樂小考(조선음악소고)』를 첨부하였다. 이후 다시 48년이 지나 국립국악원에서는 개원 40주년을 맞이하여 <<아악정수>>의 12곡에 다른 녹음 곡 2곡을 첨가하여 다시 <<아악정수>>라는 제목하에 CD로 신나라레코드사가 복각한 바 있다. 첨가한 두 곡 중 하나는 음반번호 컬럼비아 10006-A으로 정악구락부에서 연주한 <본령산>이고 다른 하나는 빅타 19064-A․B <신방곡(상․하)>이다.
○ 1928년 <<조선아악>> 음반정보
1928년 SP음반인 <<조선아악>> 13장에는 각각 붉은색 라벨에 음반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붉은색 라벨이 붙은 것을 적반(赤盤)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당시 최고의 품질 음반이라고 한다. 라벨에는 13장 모두 공통적으로 맨 위에 전기취입 음반임을 표시 VE, 음반회사 VICTOR, 전기녹음 방식을 가리키는 Orthophonic Recording이 일관되게 있고 각 음반에 따라 다른 음반번호, 제례악과 연례악 분야 구분, 곡명, 곡명 아래 세부 곡명 또는 이명(異名), 괄호안에 연주의 형태의 약칭, 이왕직아악부, 지휘자 순으로 적혀 있다.
음반번호 49801-A(앞면)와 49801-B(뒷면)를 시작으로 차례로 49813-A(앞면)와 49813-B(뒷면)까지 순서대로 부여되어 있다. 제례악과 연례악으로 장르를 구분하고 다음으로 곡명 아래 세부 곡명 옆에는 괄호 안에 연주형태가 약어로 쓰여있다. 合은 관현합주를 말하고 管은 관악합주로서, 삼현육각 편성을 말한다. 細는 세악 편성으로서 음량이 작은 악기들로 구성된 편성을 말한다. 絃은 가야금 거문고 등이 들어간 줄풍류 편성의 음악을 말한다. 또한 지휘자도 표시되어 있는데, 지휘자는 1928년 당시 이왕직아악부의 아악사 김영제(金甯濟, 1883~1954)와 함화진(咸和鎭, 1884~1949)이 맡았다. 당시 4대 아악사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이었던 김영제가 제례악 지휘를, 김영제에 이어서 5대 아악사장을 맡게 되는 함화진이 연례악을 지휘한 것으로 되어 있다.
○ 1928년 <<조선아악>> 구성
<<조선아악>>에 수록된 음악 목록 * 칸에 붉은 색칠은 <<아악정수>>선별곡
순 | 음반번호 | 구분 | 곡명 | 세부곡명 | 연주형태 | 지휘 | 아악정수 |
선곡 | |||||||
1 | 49801-A | 제례악 | 보태평지악 | 희문 | 合 | 김영제 | 49815-B |
2 | 49801-B | 연례악 | 표정만방지곡 | 상령산 | 管 | 함화진 | 49816-A |
3 | 49802-A | 제례악 | 응안지악 | 황종궁 중려궁 | 合 | 김영제 | |
4 | 49802-B | 연례악 | 함녕지곡 | 삼현환입 | 管 | 함화진 | |
5 | 49803-A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계락 | 管 | 함화진 | |
6 | 49803-B | 연례악 | 취태평지곡 | 평조 | 대금독주 | 함화진 | 49817-A |
7 | 49804-A | 연례악 | 장춘불로지곡 | 보허자 | 合 | 함화진 | 49818-B |
8 | 49804-B | 연례악 | 요천순일지곡 | 청성환입 | 細 | 함화진 | 49817-B |
9 | 49805-A | 연례악 | 만파정식지곡 | 취타 | 管 | 함화진 | 49819-B |
10 | 49805-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편락(나무도) | 歌 | 함화진 | 49820-A |
11 | 49806-A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편수대엽(진국명산) | 歌 | 함화진 | 49820-B |
12 | 49806-B | 연례악 | 송구여지곡 | 환입 | 管 | 함화진 | |
13 | 49807-A | 연례악 | 수제천 | 정읍 | 管 | 함화진 | 49818-A |
14 | 49807-B | 연례악 | 요천순일지곡 | 평롱 | 細 | 함화진 | |
15 | 49808-A | 제례악 | 정대업지곡 | 독경ㆍ탁정 | 合 | 김영제 | 49815-A |
16 | 49808-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언롱(이태백) | 歌 | 함화진 | |
17 | 49809-A | 제례악 | 보태평지악 | 기명ㆍ귀인 | 合 | 김영제 | |
18 | 49809-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언락(벽사창) | 歌 | 함화진 | |
19 | 49810-A | 연례악 | 중광지곡 | 세령산 | 絃 | 함화진 | 49816-B |
20 | 49810-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계락(철총마) | 歌 | 함화진 | |
21 | 49811-A | 연례악 | 풍경지곡 | 별우타령 | 管 | 함화진 | |
22 | 49811-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언편(한송정) | 歌 | 함화진 | |
23 | 49812-A | 연례악 | 서일화지곡 | 해령 | 合 | 함화진 | 49819-A |
24 | 49812-B | 연례악 | 만파정식지곡 | 취타 | 管 | 함화진 | |
25 | 49813-A | 연례악 | 태평춘지곡 | 본령 | 合 | 함화진 | |
26 | 49813-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계락 | 管 | 함화진 | |
○ 1928년 <<조선아악>> 수록곡 연주자 정보
<<조선아악>>에 담긴 음악을 연주한 이왕직아악부원은 당시 이왕직아악부양성생 1기생(1919 입학-1924년 졸업)과 2기생(1921년 입학-1926년 졸업) 졸업생들이 맡았다. 악기별 연주자에 대한 정보는 음반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낱장 가사지에는 정보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가사지 대부분이 유실되고 음반번호 49802-A,B와 49805-A,B 두 장 남아 있다. 이 가사지에 연주자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49802-A | 응안지악-황종궁 중려궁 (合) | 지-유금돌, 이병성, 박성재, 이순봉/약-김칠복 김선득/적-김천룡 고억만/훈-이병우/편종-강명복/편경-김천흥/특종-장정봉/특경-서상운/부-이은봉/절고-박영복/축-이수만/어-김만흥/소-박덕인/박-유의석 |
49802-B | 함녕지곡-삼현환입 (管) | 향피리-이사은, 이병우, 박노아, 박성재, 이병성/대금-김계선, 윤월룡, 김천룡, 유금돌, 김칠복/당적-명호진, 박창균/해금-이원근, 이순룡, 박덕인, 김천흥, 김만흥/장고-김수천/좌고-황종순/박-최순영 |
49805-A | 만파정식지곡-취타 (管) | 향피리-이병우, 박성재, 이병성, 김선득, 강명복/대금-김천룡, 유금돌, 김칠복, 윤월룡/당적-명호진, 박창균/해금-이원근, 이순룡, 박덕인/장고-김수천/절고=황종순/박-유의석 |
49805-B | 만년장환지곡-편락 (歌) | 노래-하규일/거문고-장정봉/세피리-이병우/대금-김계선/단소-김천룡/해금-박덕인/장고-김수천/박-최순영 |
○ 1943년 <<아악정수>> 음반정보
<<조선아악>> 수록 음악 중에서 대표적인 악곡을 뽑고 배열 순서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조선아악정수>> 음반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28년 <<조선아악>> 13장 중 뽑아서 1943년에 발매한 <<조선아악정수>>는 6장이다. <<조선아악정수>>의 라벨 역시 적반(赤盤)이며 기본 정보는 대체적으로 <<조선아악>>과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르 구분, 곡명, 이왕직아악부, 지휘 등의 음반 정보가 표시된 글씨를 <<조선아악>>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게 썼으나 <<조선아악정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게 쓰여있다. 또 연주형태 표시를 해 놓은 (管)과 같은 괄호를 세부 곡명 앞에 넣었다. 그리고 <<조선아악>>에서는 이왕직아악부라고 적은데 비해 <<아악정수>>는 ‘조선이왕직아악부’라고 붙인 것이 다른 점이다. 음반번호는 49815-A에서 시작해 19820-B로 끝난다.
○ 1943년 <<아악정수>> 구성
1943년 발매된 음반 6장이 들어 있는 케이스의 표지에는 <<雅樂精粹>>라는 글자만 있으나 가사지에는 <<朝鮮雅樂精粹>>라고 되어 있다. 음반의 배열 순서는 먼저 제례악으로 대표적으로 정대업과 보태평을 넣고 영산회상의 두 가지 버전인 관악영산회상과 현악영산회상, 이 외에 대표적인 연례악을 넣고 마지막으로 만년장환지곡 두 곡을 넣었다.
순 | 음반번호 | 구분 | 곡명 | 세부곡명 | 연주형태 | 지휘 |
1 | 49815-A | 제례악 | 정대업지곡 | 독경 탁정 | 合 | 김영제 |
2 | 49815-B | 제례악 | 보태평지악 | 희문 | 合 | 김영제 |
3 | 49816-A | 연례악 | 표정만방지곡 | 상령산 | 管 | 함화진 |
4 | 49816-B | 연례악 | 중광지곡 | 세령산 | 絃 | 함화진 |
5 | 49817-A | 연례악 | 취태평지곡 | 평조 | 대금독주 | 함화진 |
6 | 49817-B | 연례악 | 요천순일지곡 | 청성환입 | 細 | 함화진 |
7 | 49818-A | 연례악 | 수제천 | 정읍 | 管 | 함화진 |
8 | 49818-B | 연례악 | 장춘불로지곡 | 보허자 | 合 | 함화진 |
9 | 49819-A | 연례악 | 서일화지곡 | 해령 | 合 | 함화진 |
10 | 49819-B | 연례악 | 만파정식지곡 | 취타 | 管 | 함화진 |
11 | 49820-A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편락 | 歌 | 함화진 |
12 | 49820-B | 연례악 | 만년장환지곡 | 편수대엽 | 歌 | 함화진 |
일제강점기 유성기 음반은 판소리를 필두로 잡가, 민요, 산조, 시나위, 신민요 등 민속악 계통의 음악이 대부분이나 이 음반은 유일하게 궁중음악의 명맥을 이었던 이왕직아악부 연주음악이 담겨 있다. <<조선아악정수>>는 제목과 같이 당시 이왕직아악부 연주곡의 정수 12곡만을 골라 음반을 만들었지만 그 저본이 된 <<조선아악>> 26곡은 조선시대 이후 궁중음악의 명맥을 당대에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소리 자체로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뿐만 아니라, 장르의 구분, 수록된 곡과 곡명, 악기편성, 지휘자, 연주 녹음한 연주자들까지 연구할 수 있는 사료이기도 하다.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개원 마흔돌 기념 근대음악사 사진 자료집-이왕직아악부와 음악인들』, 국립국악원, 1991. 이동복, 「빅타판 조선아악정수에 관한 연구-이왕직아악부 시대의 살아 있는 음악연구의 귀중한 음반 자료」, 『한국음반학』 2, 한국고음반연구회, 1992. 오용록, 「음반 『조선아악정수』 중 종묘제례악의 분석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36, 한국국악학회, 2004. 국립고궁박물관 편, 『조선아악-이왕직아악부유성기음반』 , 2014.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