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이왕직아악부에서 일본어로 한국음악을 간략히 서술한 소책자
○ 편찬정보
표지의 제목은 조선악대요(朝鮮樂大要)이고 이왕직의 상징인 이화문양 안에 이왕직아악부라는 글씨와 함께 악기 봉소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는 붉은 도장이 찍혀있다. 언어는 일본어이고 크기는 17.0×10.8cm이며 분량은 내지 전체 10쪽인데, 역사를 서술한 부분 6쪽과 악기 목록과 악곡 종류의 숫자를 적은 4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활자 인쇄본을 실로 묶은 소책자로 서지정보는 따로 붙어 있지 않지만 내지 첫 쪽의 제목 아래‘(昭和九年八月) 李王職雅樂部’라는 글자가 있어 1934년 이왕직아악부에서 발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구성 및 내용
구성을 보면, 크게 머릿글과 음악으로 나눌 수 있고 음악 안에는 악기, 악곡, 歌(노래), 舞(춤) 네 가지로 나누었다.
글의 맨 앞에 서술해 놓은 머리글은 서문이라는 제목이 없이 시작하는데, 전체 10쪽 분량에 비해 6쪽이나 차지하고 있다. 내용은 고대에서 현재 이왕직아악부 현황까지의 한국음악사를 개괄한 것이다. 한국음악의 역사를 4천여 년 전 단군 고대에 시작한다고 하고 고구려의 왕산악과 가야의 우륵이 만든 거문고와 가야금은 신기축이며 조선악기의 쌍벽으로 칭한다고 하였으며 왕산악과 우륵 두 악성이 많은 곡을 창작하고 제자들에게 전하였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고려조에는 송나라에서 아악이 전래되었는데, 이 아악은 멀리 주대로부터 전해온 것이라고 하였다. 조선에는 아악 이외에도 속악과 당악이 있는데 속악은 조선 본래의 것이고 당악은 지나(중국)의 속악을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 조선 세종조에 이르러서는 예악의 완비를 도모하여 궁중음악을 혁신했는데, 악곡의 창작, 악기의 정리, 개조, 신조 등 혁신을 보필한 중임을 맡았던 사람이 박연이라고 했다. 왕산악, 우륵과 함께 박연이 3대 악성이라고 하였다. 세조조에 악보가 간행되었고 성종조에 『악학궤범』이 편찬되었던 것은 동양음악사상 최대의 저서이고 위대한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시대의 변천과 민족의 성쇠에 의해 고래의 음악이 거의 인멸하여 흔적이 없어졌으나 홀로 조선에서 있어서는 음악을 유지해 왔음이 자랑할만 하다고 하였다. 또 조선시대 악인의 수가 800여명 이상이고 최근 광무연간에도 770여명이었으나 그 후 숫자가 줄어 대정 8년 (1919) 아악생을 모집 양성해 현재 제4회 학생을 양성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아악기가 옛날에는 75종이 있었지만 지금 이왕가에는 60종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 악기들의 양식이 모두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지내온 귀중한 것인데 중국에는 멸실된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현재 조선의 악기, 악곡, 가, 무를 제목을 붙여서 차례로 열거했는데, 그중에서 맨 앞의 악기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악기의 소개는 전통적인 악기분류 체계인 팔음 구분법에 의하여 소개하고 있는다. 금(10종), 석(2종), 사(10종), 죽(13종), 포(1종), 토(3종), 혁(18종), 목(3종) 총 60종으로 당시 이왕직아악부에 소장된 악기에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악기명은 다음과 같다.
1.금부: 編鍾(편종), 特種(특종), 方響(방향), 洋琴(양금), 啫哱囉(자바라), 喇叭(나발), 大金(대금), 小金(소금), 鉦(징), 鑼(동발) 2.석부:編磬(편경), 特磬(특경) 3.사부: 琴(금), 瑟(슬), 玄琴(거문고), 伽倻琴(가야금), 唐琵琶(당비파), 鄕琵琶(향비파), 牙箏(아쟁), 大箏(대쟁), 月琴(월금), 奚琴(해금) 4.죽부: 大笒(대금), 中笒(중금), 唐笛(당적), 唐觱篥(당피리), 鄕觱篥(향피리), 細觱篥(세피리), 洞簫(퉁소), 籥(약), 短簫(단소), 篪(지), 篴(적), 簫(소), 大平簫(태평소) 5.포부: 笙(생황) 6.토부: 缶(부), 塤(훈), 螺角(나각) 7.혁부: 建鼓(건고), 晉鼓(진고), 應鼓(응고), 朔鼓(삭고), 中鼓(중고), 節鼓(절고), 敎坊鼓(교방고), 座鼓(좌고), 龍鼓(용고), 杖鼓(장고), 羯鼓(갈고), 雷鼓(뇌고, 雷鼗(뇌도), 靈鼓(영고), 靈鼗(영도), 路鼓(노고), 路鼗(노도), 鼗(도) 8.목부: 拍(박), 柷(축), 敔(어)
악곡으로는 제례악이 91곡이고 연례악이 92곡으로 숫자만 쓰고 구체적인 악곡명은 없다. 歌(노래)는 가부(歌部), 사부(詞部), 조부(調部)로 나누어 각각 가부는 24종, 사부는 12종, 조부는 4종으로 역시 숫자만 적고 구체적인 곡명이 없다. 이 세 가지 분류 방법이나 해당 종류의 숫자로 보아 가부는 가곡을 말하고 사부는 가사를 말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부는 시조를 네 가지로 평시조, 사설시조, 지름시조, 엮음시조 등으로 나눈 것 정도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무용은 궁중무에 52종이 있다는 것으로 끝나고 以上이라는 글자로 마무리 하고 있다.
『조선악대요』는 이왕직아악부를 방문한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소개 책자일 가능성이 있다. 일본어로 쓰여있는 것은 이왕직아악부가 공적기관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선악대요』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은 고려시대 아악이 유입과 더불어 확고해진 궁중음악의 영역에 국한하여 당대 이왕직아악부까지 궁중음악의 전래양상을 조선음악사로 간주하고 있다. 민간의 음악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았으나 조선의 음악 역사의 유구성과 중국에서도 인멸된 음악을 조선만이 오로지 보유하고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서술 방향에 특징이 있다. 또 악기 항목에 열거한 악기 중에 당시 이왕직아악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악기로 소금은 없고 당적만 있다는 점과 민간에서 줄풍류 악기로 쓰였던 양금, 단소, 세피리 등이 포함되었다는 점도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