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까지 전해지던 황종궁평조(黃鐘宮平調)의 거문고 악곡과 그 악조의 이름.
'탁목(啄木)'은 조선 초기까지 전해지던 고악(古樂)의 하나로서 1430년(세종 12) 당시에 이미 가사를 잃은 채 기악곡으로만 전해지던 거문고곡이다. 『악학궤범(樂學軌範)』 권7 「현금(玄琴)」 조에 전하는 탁목조(啄木調)는 바로 탁목을 연주할 때 활용되었던 거문고 조현법으로 성종 시기에 이미 악조의 하나로 자리하였다. 속칭 궁조(宮調)라고도 부르는 탁목조는 황(黃)ㆍ태(太)ㆍ중(仲)ㆍ임(林)ㆍ남(南)으로 구성되는 5음 음계의 황종궁평조(黃鐘宮平調)이다.
탁목조는 황종궁평조라는 점에서 음계이론상 팔조평조(八調平調)에 해당한다. 그러나 탁목조와 팔조평조는 조현법과 안현법이 서로 다른 별개의 악조이다. 그리고 궁조라는 이칭은 오조(五調) 중의 황종궁조(黃鍾宮調)와 중심음이 같은 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탁목조는 치조식(徵調式), 오조 중의 황종궁조는 궁조식(宮調式)이므로 양자는 음계 구조가 서로 다르다.
본래 탁목조는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의 비파 연주가인 후지와라노 사다토시(藤原貞敏, 807~867)가 838년(唐文宗 開成3)에 당(唐) 양주(揚州) 소재 개원사(開元寺)에서 비파박사(琵琶博士) 염승무(廉承武)로부터 배워 온 비파 비곡(祕曲) 중 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후지와라노 사다토시가 염승무로부터 전해 받은 『비파제조자품(琵琶諸調子品)』에는 탁목조를 포함하여 비파의 28조와 그 조현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당나라 때 양주(揚州)에서 비파 독주곡으로 연주되었던 탁목조가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는지, 또 어떠한 과정을 거쳐 조선 초기에 거문고곡 탁목으로 남게 되었는지 상고할 수 없다. 『악학궤범』이 탁목조를 전하는 유일한 문헌이기 때문이다. 1435년(세종 18) 당시 장차 폐절될 위기에 처하자 이 곡을 포함한 일부 고악을 이습케 하자는 건의가 있기도 하였다. 『악학궤범』 이후의 문헌에서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탁목곡은 성종 이후로 탁목조와 함께 실전된 것으로 보인다.
『世宗實錄』 『樂學軌範』
林謙三, 『東亞樂器考』, 北京:人民音樂出版社, 1962. 張前, 『中日音樂交流史』, 北京:人民音樂出版社, 1999.
정화순(鄭花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