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현조(七賢調)는 궁조, 봉황조와 함께 신라의 비파 음악에 사용된 3조(調) 중 하나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신라의 비파(琵琶)에는 ①궁조(宮調), ②칠현조(七賢調), ③봉황조(鳳凰調) 3조가 있다고 전한다. 이들 3종 악조들은 명칭으로 미루어 모두 중국 전래의 악조로 보인다. 칠현조는 “칠현(七賢)”이라는 명칭으로 인하여 위진(魏晉) 시기의 죽림칠현(竹林七賢)과 상관있으리라 추정되기도 하였지만, 한국과 중국 문헌에서 상관 자료가 일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실제를 파악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다. 죽림칠현의 한 사람으로서 서진(西晉) 시기의 대신이자 음악가인 완함(阮咸)이 음률에 정통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생 비파인 완함을 즐겨 연주하였기 때문에 악기 이름도 역시 완함이라 하였다. 그런데 비파의 모습이 담긴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고고유물에서 완함이 주류를 이루었고, 특히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적잖게 발견된다. 이러한 사실은 비록 통일신라 이후로 4현곡경비파에 그 자리를 내어주긴 하였지만, 삼국시대에 완함이 크게 성행하였음을 말해준다. 이상의 두 정황은 칠현조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완함, 또는 그 악기와 상관된 악조일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완함에 관한 사료 가운데 칠현조와 연결시킬만한 근거 역시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칠현조는 단지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여 신라의 비파 음악에 사용된 3조 중 하나였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三國史記』
정화순, 「삼국음악사에서의 비파류 악기의 궤적 -삼국시대부터 『악학궤범』까지-」, 『청대학술논총』 31,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 2018.
정화순(鄭花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