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기 환구단(圜丘壇)에 제례를 올릴 때 사용된 제례악의 명칭
숙화지곡은 대한제국 시기 환구제례의 전폐(奠幣)의 절차에서 사용된 제례악의 명칭이다. “대려궁(大呂宮)” 선율로 구성되었으며, 등가(登歌) 악대로 연주되었다.
대한제국 선포와 고종(高宗)의 황제(皇帝) 즉위를 준비하면서 천자국(天子國)의 예제에 맞게 하늘 제사를 준비하였고, 이에 수반되는 제례악도 정립하였다. 숙화지곡은 황제국으로서의 대한제국이 새로 제정한 환구제례에 사용되었다.
○ 역사 변천과정
환구제례의 전폐곡으로 연주된 숙화지곡은 대한제국기인 1897년부터 1910년까지 계속되었다.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와 동시에 환구단 제사가 폐지되면서 《환구제례악》의 일부인 숙화지곡의 연주 전통도 단절되었다.
○ 음악형식, 음계
숙화지곡은 『악학궤범』 「시용아부제악」 “대려궁”으로 연주되고, 이 선율은 『세종실록』악보 제례악보 가운데 “황종궁 1”의 “대려궁”과 동일하다.
아악의 특징을 반영하여 시작 음과 끝 음을 같게 하고[起調畢曲], 동일한 길이의 음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연주하고, 음 한 개에 한자 가사 한 자를 배치하였다. 이러한 음악 진행은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반면 가사 전달이 잘 되는 장점이 있다. ○ 악대와 악기편성 숙화지곡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노래로 구성된 등가 악대로 연주되었다. 『대한예전』에 의하면, 현악기는 금(琴) 2, 슬(瑟) 2 이상 두 종이었고, 관악기는 관(管) 2, 약(籥) 2, 지(篪) 5, 적(篴) 2, 봉소(鳳簫) 1, 생(笙) 1, 화(和) 1, 우(竽) 1, 훈(壎) 1 이상 아홉 종이었으며, 타악기는 특종(特鐘) 1, 특경(特磬) 1, 편종(編鐘) 1, 편경(編磬) 1, 절고(節鼓) 1, 강(椌[축:柷]), 갈(楬[어:敔]) 1 이상 일곱 종이었다. 도창(導唱) 2, 노래[歌] 2 이상 네 명은 등가의 연주에 맞춰 한자로 쓰여진 노랫말[樂章]을 불렀다.
『대한예전』에 기록된 노랫말은 김영수(金永壽, 1829~1899)가 지은 것으로, 옥과 폐백을 올리는 의례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랫말은 4언 8구의 서른두 글자로 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다. 궁양숙숙(穹壇肅肅) 하늘의 제단은 엄숙하고 고요하며 필분승향(苾芬升香) 향기롭게 향이 피어오르다 관찬용유(祼瓚用侑) 술을 따라 권하고 비궐현황(篚厥玄黃) 광주리에 검은색과 누런색의 비단을 담아 올리도다 제명길견(齊明吉蠲) 자성(粢盛: 궁중 제사에 사용하는 기장)이 밝고 길하고 깨끗하니 소수가상(昭垂嘉祥) 아름다운 상서 밝게 드리우도다 기명유밀(基命宥密) 천명을 이어받아 크고 깊으며 정밀하게 하니 만억무강(萬億無疆) 만억년토록 끝 없으리다
대한제국의 탄생과 함께 설행된 환구제례가 1910년 경술국치와 동시에 폐지되어 숙화지곡은 불과 열세 해 동안 연주되었을 뿐이지만, 천자(天子)만 가능했던 환구제례에 수반되어 황제국의 위상을 드러내는 데 일조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대한예전』 『주례』 『증보문헌비고』「악고」
김문식ㆍ김지영ㆍ박례경ㆍ송지원ㆍ심승구ㆍ이은주, 『왕실의 천지제사』, 돌베개, 2011. 이정희, 『대한제국 황실음악』, 민속원, 2019. 김문식ㆍ송지원, 「국가제례의 변천과 복원」, 『서울 20세기 생활․문화변천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1.
이정희(李丁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