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함화진이 상고시대, 삼한시대, 삼국시대, 고려조음악, 이조조음악 등으로 분류하여 저술한 한국음악사 단행본.
을류문화사에서 1946년부터 기획한 ‘조선문화총서’ 시리즈 중 하나로, 실제 총서의 첫 간행은 1947년 3월에 시작되었다. 손진태의 『조선민족설화연구』, 조윤제의 『조선시가연구』 등 10개의 저술서 중에서 마지막 총서10으로 간행되었다. 저자 함화진은 국악원의 수장직을 그만두고 집필을 시작하여 1947년에 집필을 마쳤으나 책은 1년이 지난 1948년 발행되었고 1949년 별세했다. 이 책은 함화진 자신이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에 「조선음악론」, 『조선악기편』, 『이조악제원류』, 『조선음악소고』, 『조선음악소사』 등에서 서술했던 한국음악사를 기초로 하여 범주를 확대하고 보다 세밀하게 통사적으로 저술한 한국음악사이다.
○ 편찬정보
책의 제목은 『韓國文化叢書 第10集 朝鮮音樂通論』, 저자는 함화진(咸和鎭), 발행일은 단기 4281년(1948) 12월 20일, 대동인쇄소에서 인쇄, 임시 정가 1,000원, 크기는 가로 14.7cm, 세로 20.8cm이다. 뒷면에는 영문으로 된 제목, 저자, 목차, 출판사, 인쇄소 등이 영어로 소개되어 있다. 부록으로 달아 놓은 「국악발전계통도」(함화진 고증)는 가로로 4쪽을 이어붙여 놓은 도표로서 한 눈으로 음악 역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 구성
책의 맨 앞에 머리말과 서론 두 가지가 있는데, 머리말은 1947년 저자 함화진이 쓴 것으로 날짜와 저자를 분명하게 밝힌 데 비해 서론에는 저자라고만 되어있다. 본문에서 시대분류는 상고시대, 중조선, 삼한시대, 삼국시대, 고려조, 이조 조선의 음악으로 하였다. 그 세부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릿말 | ||
서론 | ||
상고시대 음악 | 부여 / 예(창해) | |
중조선 음악 | ||
삼한시대 음악 | 진한 / 마한(강강수월레) / 변현 | |
삼국시대 음악 | 고구려 | 왕산악의 현학금/ 악곡/ 황조가/취각도/악기/ 무용 및 반주도 |
백제 | 음악의 전출/ 정읍사/ 악기 | |
신라 | 화랑도의 음악/ 우륵의 가야금/ 옥보고의 현금/ 백결선생의 대악/ 만파식적/ 회소곡/ 처용무/ 상발무/ 지백무/ 황창랑무/ 향가 | |
고려조 음악 | 음악수입 / 악장/ 팔관회의 의주/ 시가/ 악기 | |
이조 조선 음악 | (1)建國作歌(건국시 지은 노래)(2)世宗大王의 音樂整理(세종대왕의 음악정리)(3)尺度法(척도법)(4)歷代 十二律 對照表(역대 십이율 대조표)(5)律管法(율관법)(6)十二律 圍長圖說(십이율 위장도설)(7)候氣法(후기법)(8)損益相生法(손익상생법)(9)律呂隔八相生圖(율려격팔상생도)(10)損益乘算法(손익계산법)(11)京氏六十律相生法(경방의 육십율 상생법)(12)班志相生圖(반고의 한서 율력지 상생도)(13)五音圖說(오음도설)(14)五音配屬表(오음배속표)(15)音階(음계)(16)音階圖說(음계도설)(17)雅樂 唐樂 鄕樂(아악 당악 향악)(18)樂章(악장)(19)詩歌(시가)(20)舞踊(무용)(21)女樂(여악)(22)農樂(농악)(23)唱樂(창악)(24)樂制(악제)(25)樂器이름(악기이름)(26)音樂의 交流(음악의 교류)(27)朴堧先生의 略傳(박연선생의 약전) | |
부록 |
국악발전계통도 (함화진 고증) |
1) 삼국시대 전후
삼국시대 이전의 음악사는 상고시대 중조선 삼한시대로 구분했는데, 중조선(1122년까지) 부분을 따로 떼어 내어 항목으로 추가한 것이 독특하다. 삼한시대는 진한 마한 변한으로 구분하여 마한에 강강술래 항목을 넣었다. 이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기록된 마한에 ‘탁무(鐸舞)’라는 춤을 전라남도 지방에서 유전되는 ‘강강술래’와 연결시켰다.
삼국시대는 고구려, 백제, 신라 순으로 서술하였는데, 고구려 음악에서 왕산악의 악기개량이 우리음악에 적합하게 개량한 통찰력을 칭찬하면서 거문고가 우리 민속음악에 호흡이 맞고 조선인에게 가장 조화가 잘되며 탄주에 지극히 편리하게 된 것이라고 호평하고 있다. 고구려 무덤 벽화에 그려진 ‘취각도’는 무용총 고분이 발굴되었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백제의 음악에서는 백제의 악사 미마지가 일본에 음악을 전하였던 내용을 담고 있고 정읍사에 대해서는 『악학궤범』에 실린 가사까지 소개하고 있다.
신라의 음악은 삼국통일 이후의 신라 시대까지 다루었다. ‘화랑도의 음악’에서 무당의 기원이 화랑이라고 했다. 또 제2대 악성 우륵이 만든 가야금은 음역이 넓고 공명반이 완전하여 발음이 명랑, 악상이 정확, 농현도 자유자재로 되고 탄주하기도 좋고 조선의 정서적인 악기로 민족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악기로 칭찬하고 있다. ‘만파식적’에 대한 항목에서는 대금 사진을 실어 만파식적와 대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처용무’ 항목에서는 『악학궤범』에 있는 오방처용무, 처용가면, 회무도 등의 그림을 실어 시각적 효과를 주고 있다. ‘회소곡’, ‘상발무’, ‘지백무’, ‘황창랑무’ 등은 이전에 곡목만 설명한 것을 항목을 따로 두어 설명할 정도로 자세히 다루고 ‘향가’ 항목을 비중 있게 다루어 민간전승의 가요류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보여주었다.
2) 고려시대 음악
먼저 ‘음악의 수입’에서는 예종9년(1114)년의 안직숭이 가져온 철방향 석방향 등의 악기의 면모와 예종11년(1116)에 왕자지가 가지고 온 대성악기에 대해서 등가악기 헌가악기, 제사의 종류와 의식 절차, 당상과 당하의 악기 배치법 등을 서술했다. 제례와 연례의 예식 진행 순서인 ‘팔관회의주’ 항목에서는 팔관회와 연등회 때, 채붕을 설치하고 백희 가무를 연출한 사선악부가 신라에서 전해져 고려에 성행한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시가’항목은 ‘고려가요’라고 지칭되는 고려시대 향악곡으로 시가와 민요를 각각 노래와 소리라고 구별하는 내용이나 양악의 가창 방식을 도입하여 독창 병창 합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고려가요의 가사와 함께 유래 등을 자세하게 다룬 곡은 동동ㆍ정과정ㆍ한림별곡ㆍ관동별곡ㆍ죽계별곡ㆍ한송정 등이다.
3) 조선시대 음악
조선초기 몽금척ㆍ수보록ㆍ납씨가ㆍ정동방곡 등 정도전 권근 하륜의 작품을 자세히 다루었다. ‘세종대왕의 음악정리’ 에서는 세종대 음악정비와 관련하여 율관제작ㆍ편경제작 등의 내용을 서술하였다. ‘척도법’ 이하 ‘음계도설’까지의 14개 항목은 『악학궤범』에 근거하면서도 현대 음악이론을 결부시켜 서술하였다. 주대에서부터 명대까지 그리고 서양 일본까지의 12율의 음계를 대조하여 설명한 것이나 손익 상생법에서 9분척 계산에 의한 율산법, 음계를 도표나 그림으로 제시한 방식, 음계론에서 5조 음계를 전통방식으로 설명하였다. ‘아악 당악 향악’ 항목에서는 세종이 작곡한 <여민락>과 세조가 작곡한 <영산회상>은 향악 중에서 가장 큰 작품이지만 궁중 전유물이 되어 인민대중과는 큰 장벽이 가리어진 것은 불행이라고 평가했다. 무용은 궁중무용 중의 정재를 말하는 것으로 ‘여악’ 항목에서는 ‘역대의 여악의 제도’와 ‘여악폐지론’과 관련된 역사도 서술하였다. ‘농악’ 항목은 중고조선 때 제천의식에서 가무음곡을 연주함으로써 명절을 삼은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고 하며 농악ㆍ농가ㆍ농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징 꽹과리 피리 젓대 북 장구 호적 등 풍물악기로 연주하는데, 그 변화가 무쌍하고 각종의 미묘한 멜로디가 신금을 도취시키게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일제하에서 문화예술이 전면적으로 짓밟히면서 농민의 독특한 향토예술도 완전히 그 그림자를 감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국악원 주최로 1946년과 1947년에 열렸던 ‘전국농민경연대회’가 연중행사로 개최할 것이라 하며 농악의 이론을 수립하고 이것을 발전 향상시켜 체계적인 조직체를 구성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창악’ 항목은 1900년 협률사에서 시작된 창극과 그 창극인들이 조직한 ‘조선성악연구회’에 대한 서술이다.
4)부록 「국악발전 계통도」 (함화진 고증)
부록으로 넣은 「국악발전계통도」는 함화진 고증이라고 명시하고 음악사를 도표로 정리한 것이다. 도표의 가운데 줄에 나라명과 왕조명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그 시대의 특징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음악사적 시대 명칭이나 제목을 부여하고 오른쪽에는 해당 중요한 음악사적 사건과 인물 등을 열거하고 했다. 이 중 주요 음악사 시대 명칭을 보자면, 단군, 기자, 삼한에 걸친 시기에 ‘농악 창시시대’ 고구려에 ‘국악 번영시대’ 백제의 ‘음악 이출시대’ 신라의 ‘화랑도음악 전성시대’ ‘국악전성시대’ 고려의 ‘외래악 수입시대’ ‘악기 수입시대’ 이조 세종조의 ‘국악정리시대’ 성종조에서 순종조까지 사이에 ‘창악 부흥시대’ ‘창악 전성시대’, 고종시기의 ‘창극 수립시대’ 광복후의 ‘민족음악 수립시대’ 등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한국음악사를 서술하고 있지만 이조조음악 부분에서 이론적 내용이 포함되면서 저서명이 『조선음악사』가 아닌 『조선음악통론』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책은 그때까지의 한국음악 관련 역사서로서 『삼국사기』 「악지」, 『고려사』 「악지」 등과 일제강점기 안확의 「조선음악사」와 같은 단편적인 글과는 달리 처음으로 통사적 서술체계를 가지고 독자적인 단행본으로 출간한 한국음악사이다. 그동안 궁중음악 중심의 음악사 서술의 분야를 확대하여 민속음악의 전통과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특히 ‘창악’ 항목 중에는 “김창조는 심방곡(心方曲)을 변작하여 산조를 변작할 때 우조와 계면조로 분류하여 각종 악기에 탄주하기 시작하였고”라는 부분이 있다. 민속음악인들과 활동했던 그가 당시 유행하기 시작했던 기악독주곡 산조와 심방곡, 즉 시나위라고도 하는 무속음악과 관계를 언급하였던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송혜진, 「咸和鎭論-생애와 民俗音樂論」을 중심으로, 『한국민속학』 28, 한국민속학회, 1996. 김수현, 「함화진의 저술서 연구-『조선음악통론』을 중심으로」, 『동방학』 30, 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 2014. 김수현, 『朝鮮時代 樂律論과 詩樂和聲』, 민속원, 1912.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