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학궤범』은 조선전기 성종 24년(1493)에 조선시대 음악 이론, 의례와 악현, 정재, 악기, 의물, 관복 등의 제도를 면밀하게 정리하여 펴낸 음악 문헌이다. 9권 3책(天·地·人)으로 나뉘어 天에 1권~3권, 地에 4권~6권, 人에 7권~9권이 묶여있다. 내용상으로는 1권-악률, 2권-악현, 3권~5권-정재, 6권~7권-악기, 8권~9권-의물과 관복으로 나눌 수 있다. 『악학궤범』의 성격은 그 이름 자체에 있는데, 악(樂)은 무용과 노래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학(學)은 체계성을 갖춘 학문의 영역이라는 뜻이고 궤(軌)는 지나간 전적들에 근거하여 계승한다는 의미이고 범(凡)은 일종의 규범으로서 틀과 제도를 제시하는 뜻을 담고 있다. 『악학궤범』은 근대 이전까지의 문헌 중에 음악과 무용에 대해 이보다 상세한 기록이 없는 유일무이한 문헌이다. 편찬 사항을 보면, 1493년 초간본을 복간한 판으로 광해 2년판(1610) 효종 6년판(1655) 영조 19년판(1743)이 있다.
『악학궤범』은 『경국대전』, 『국조오례의』와 함께 성종대에 법률과 예악 제도의 정비를 위한 3대 편찬사업이었다. 『악학궤범』이 편찬되기 이전에 이미 세종대 궁중음악 전반의 정리가 있었고 아악을 제작하고 아악보를 만들었으며 <보태평> <정대업> <여민락> 등의 신악을 만들었다. 또 정간보라는 획기적인 기보법까지 창안하여 악보로 편찬했으며 세조대에는 향악으로 종묘제례악을 반포하고 대강보, 상하일이지보 등의 기보법으로 발전시켰던 이론과 실제의 결과물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편찬은 1493년 유자광의 추천으로 음률에 정통했던 성현이 예조판서 겸 장악원 제조가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악학궤범』의 편찬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서문에 의하면, 기존의 중국 음악 관련 문헌들을 두루 살펴보고 장악원에 남아 있는 악보와 악기, 의물 등을 검토하여 편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악학궤범』이 아악, 당악, 향악 이론을 골고루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궁중의식의 절차에 맞는 음악과 춤 등을 기록하고 악기마다 산형과 제도 등을 세세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성현을 비롯한 편찬자들이 악기를 다룰 줄 알고 음악을 실제로 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현은 이마지(李亇知)에게 거문고를, 송태평(宋太平)에게 비파를 배웠고 김복근(金福根)은 북의 명수로 알려졌다. 박곤(朴𦓼)은 황효성과 함께 성현이 음악성을 바탕으로 음악 이론을 갖춘 인물로 꼽기도 한 사람이다.
『악학궤범』은 광해군, 효종, 영조 시기에 복간이 이루어졌고 근대 이후에는 성종판, 광해판, 영조판 등의 영인본이 발간되었고 역주, 번역도 이루어졌으며 오늘날 국악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문헌이다.
○ 편찬 목적
『악학궤범』의 맨머리에는 성현이 쓴 서(序)가 있다. 서문에는 예조판서 성현(成俔)과 장악원 제조 유자광(柳子光)‚ 장악원 주부 신말평(申末平)‚ 전악 박곤(朴𦓼)과 김복근(金福根) 등이 성종의 명을 받아 당시 장악원에 있던 의궤와 악보가 오래되고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소략하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새로운 책을 편찬한 것이 바로 『악학궤범』이라고 했다.
○ 판본 개요
『악학궤범』은 성종 24년인 1493년 8월에 편찬되었다. 그러나 그 초판본인 성종판 원본이 근대 이후에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초판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가장 오래된 판본(이하 성종판)이 일본 나고야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집안 소장의 호사문고(蓬左文庫)에 있다. 조선전기 민효숙(閔孝叔)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을 1592년 임진란 때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악원 영인판 성종 이후 복간 판으로 광해 2년판(1610),
효종 6년판(1655) 영조 19년판(1743)이 있는데,
광해 2년판으로는 내사 태백산본, 오대산본, 효종 6년판으로는 내사 오대산본, 정족산본, 적상산본이 전한다. 광해판 1610년 판은 규장각에 2부가 있는 셈이고 국립국악원 소장의 영조판(1743)과 북한 소재의 광해판 1부, 일본에 있는 성종판 1부까지 합하면 『악학궤범』은 8부가 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진란 이전 판인 성종판과 그 이후 판의 차이점 중에 크게 다른 점은 권7의 첫 번째 악기인 방향의 그림에 철판의 모양과 조율 체계가 다른 점을 들 수 있다. 한편 북한에서 1956년에 염정권이 역주한 『악학궤범』의 저본이 된 것은 광해 2년판으로 그 원본인 내사 태백산 사고본과 내사 오대산 사고본이 현존하고 광해 3년에 중인(重印)한 오대산본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후 효종 6년(1655)에 예조판서 이후원의 제의에 의해 다시 인출(印出)하였고 그 태백산 사고본과 적상상 사고본 2부가 현존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후 영조 19년(1743)에도 광해 2년 본의 번각(翻刻)을 인출하였는데, 이 인본에는 영조의 서문, 하황은의 어제 시(詩) 세 편을 첨부하여 놓은 것이 다른 본과 다른 점이라 하였다. 그 내용을 하나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편 찬 |
편찬년 | 1493년 (성종 24, 癸丑년, 홍치 6년) 8월 상순 | |||||
편찬자 | 유자광(장악원 제조) 성현(예조판서) 신말평(장악원 주부) 박곤·김복근(장악원 전악) | ||||||
체제 | 天 | 서문, 권1: 악률이론 권2: 의례와 악현 권3: 고려사 악지 당·속악 정재 | |||||
地 | 권4: 시용당악정재 권5: 시용향악정재 권6: 아부악기 | ||||||
人 | 권7: 당부악기 향부악기 권8: 의물 권9: 관복도설 | ||||||
간행 복간 |
판본 | 간행 시기 | 현재 소장 | 서발문 위치 | |||
앞 | 본 | 뒤 | |||||
성종판 | 1493년(성종 24년 계축) | 호사문고(임진란 전판) | 序 | ||||
광해판 | 1610년(광해 2년, 만력38) | 서울대 규장각, 북한 | 序 | 跋 | |||
효종판 | 1655년(효종 6년, 을미) | 서울대 규장각 | 序 | 跋 | |||
영조판 | 1743년(영조 19년, 계해) | 국립국악원 | 御製序, 詩 |
序, 跋 |
○ 영인과 번역
『악학궤범』이 근대에 들어서는 복간이 아닌 영인의 형태로 발간이 되었는데, 가장 최초의 영인은 1933년 고전간행회에 의해서이다.
그 대상 판본은 광해판(1610)이었다. 그때까지는 초판본(이하 성종판)이 발굴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1943년 『東亞音樂論叢』에 일본인 기시베시게오(安邊成雄)가 쓴 「樂學軌範の改版について」라는 논문에 의하면, 1940년 전후로 일본 나고야 소재 호사문고(蓬左文庫)에서 임진란 이전 판본, 즉 성종판본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현대에 들어서 북한에서는 1956년 염정권의 번역서와 함께 역시 광해판본으로 영인본이 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1968년에는 김지용(金智勇)이 호사문고에서 성종판을 복사해 와 연세대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영인하였다. 이후 1975년 아세아문화사에서 다시 같은 성종판 자료를 가지고 영인본을 발간하였다. 1986년 장사훈은 『증보 한국음악사』의 부록으로 광해판 영인본을 넣었다. 그리고 1989년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영조판(1743)을 『한국음악자료총서』 26권으로 발간하였다. 그리고 2011년 국립국악원에서는 호사문고에서 성종판을 다시 칼라로 복사해 와 영인본을 발간하였다.
번역에 있어서는 북한의 염정권에 의해서 1956년에 최초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그 판본은 광해판이다. 1979년과 1980년 한국에서 이혜구가 『국역 악학궤범1』과 『국역 악학궤범2』로 냈고 2000년 자신의 번역서를 보완하여 다시 『신역악학궤범』으로 냈다. 영인과 번역 상황을 대상 판본과 함께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인 | 연도 | 발간처 | 영인 대상 판본 | |
1933년 | 고전간행회 | 광해판(1610) | ||
1956년 | 북한 국립출판사 | 광해판(1610) | ||
1968년 | 연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 성종판(1493) | ||
1975년 | 아세아문화사 | 성종판(1493) | ||
1986년 | 장사훈, 『증보 한국음악사』 부록 | 광해판(1610) | ||
1989년 | 한국음악학자료 총서 26, 국립국악원 | 영조판(1743) | ||
2011년 | 국립국악원 | 성종판(1493) | ||
번역 | 연도 | 내용 | 서발 번역 현황 | |
1956년 | 렴정권 역, 『악학궤범』, 북한 국립출판사 | 광해판(1610) | 서ㆍ발 번역 | |
1979년 | 이혜구 역, 『악학궤범』 1, | 성종판(1493) | 서문 번역 | |
1980년 | 이혜구 역, 『악학궤범』 2, | 성종판(1493) | 서문 번역 | |
2000년 | 이혜구 역, 『신역악학궤범』, 국립국악원 | 성종판(1493) | 서문 번역 |
○ 목차 구성
『악학궤범』 9권 3책은 천에 1권~3권, 지에 4권~6권, 인에 7권~9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1권-악률, 2권-악현, 3권~5권-정재, 6권~7권-악기, 8권~9권-의물과 관복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天 | 서 | 성현(成俔) | |
권1 | 악률이론 | 육십조 시용아악십이율칠성도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 십이율위장도설 변율 반지상행도설 양률음려재위도설 오음도설 팔음도설 오음율려이십팔조도설 삼궁 삼대사강신악조 악조총의 십이율배속호 | |
권2 | 악현과 절차 | ○아악진설도설: 오례의등가.헌가 시용등가.헌가 세종조회례연등가.헌가 문무 무무 | |
○속악진설오설: 오례의종묘영녕전등가.헌가 보태평지무 정대업지무 등 | |||
권3 | 고려사악지 | ○고려사악지당악정재: 헌선도 수연장포구락 오양선 연화대 | |
당속악정재 | ○고려사악지속악정재: 아박 무애 무고 | ||
地 | 권4 | 시용당악정재 | 헌선도 수연장포구락 오양선 연화대 |
금척 수보록 수명명 근천정 수명명 하황은 하성명 성택 육화대 곡파 | |||
권5 | 시용향악정재 | 보태평 정대업 봉래의 아박 향발 무고 학연화대처용무합설 교방가요 문덕곡 | |
권6 | 아부악기도설 | 특종 특경 편종 편경 건고 삭고 응고 뇌고 영고 노고 뇌도 영도 도 절고 진고 축 어 등 45종 | |
人 | 권7 | 당부악기 | 방향 박 교방고 월금 장고 당비파 해금 대쟁 아쟁 당적 당필율 퉁소 태평소 |
향부악기 | 현금 향비파 가야금 대금 소관자 초적 향필율 | ||
권8 | 의물 | ○당악정재의물: 죽관자 인인장 용선 봉선절 등 ○연화대복식: 합립 유소 결신 단의 상 말군 대 | |
○정대업정재의물: 갑 주 검 궁 대각 홍대둑 등 ○향악정재악기: 아박 향발 무고 동발 학 침향산 | |||
권9 | 관복도설 |
복두 개책 진현관 피변 무변 오관 초립 등 ○처용관복도설: 사모 의 천의
길경 부용관 공연시 부용관 화 의 중단 등 ○둑제복: 방의 전대 회렴 운혜
○여기복식도설: 잠 유소 차 대요 단의 등 |
○ 인용문헌
『악학궤범』에는 한국과 중국의 여러 문헌에 있는 음악 관련 내용이 인용되었는데, 한국 문헌은 『삼국사기』 「악지」, 『고려사』 「악지」이고 중국 문헌은 『율려신서』, 『악서』, 『주례』, 『송사』, 『옥해』, 『문헌통고』, 『주례도』, 『예서』, 『대성악서』, 『악기』, 『대성악보』, 『석명』, 『풍속통의』, 『수서』 등이 그것이다.
○ 서문의 내용
서문은 음악의 정의, 중국과 한국의 음악사, 편찬 동기, 편찬자, 편찬 목적, 편찬 연도 등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구분해 보면 8개 주제로 나눌 수 있으며 대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음악의 정의와 중국 음악사: 악에 대한 정의와 역할, 중국 고대부터의 융성과 침체를 거듭한 음악 역사, 당대까지의 주요 음악가들의 근본을 체득하지 못하거나 이론에 그친 점을 논하였다.
②당대까지의 우리나라 음악사: 우리나라는 삼한 이래로 악이 있었으나 미비하였다. 여말선초에 송‧명에서 악기를 보내온 바 있다. 조선의 세종과 세조가 음률에 정통하여 율관, 악기, 악보, 가곡, 종묘 음악을 찬정하였으며 성종대왕은 선대를 이어 예악의 태평시대를 열었다.
③편찬 동기: 장악원 소장의 의궤, 악보, 악기가 해가 오래되어 소략, 오류가 많아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에 의해 유자광, 성현, 신말평, 박곤, 김복근 등이 편찬하여 이름을 악학궤범이라 하였다.
④음악 이론의 자연성: 오음육률이 오행에 분배, 율관의 길이에 따른 음의 고저, 12율은 12월에 분배, 상하손익법으로 팔음의 악기를 제작하였다. 노래는 말을 길게 하여 음률에 조화시키는 것, 춤은 팔풍에 행하여 절주를 완성하니 모두 하늘에서 본받는 것이다.
⑤2변 4청성을 쓰는 이유: 음악이 중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2변 4청성을 써야 하는 이유는 음식의 맛과 같은 것이므로 정성(正聲)을 기둥으로 삼고 2변 4청성을 쓴다면 중화의 기에 어긋나지 않는다.
⑥우리나라 음악의 구분과 쓰임: 우리나라 음악은 아악, 당악, 향악이 있는데, 제사와 조회, 연향, 향당에 쓰인다. 그러나 모든 음악이 대체적 요지로 보면 7균 12율을 사용하는 데 불과하다.
⑦음악의 성격과 편찬 목적: 수법만 알고 원리를 모르거나 한 구석만 알거나 하여 모두 통달하기 어렵다. 음악은 형체가 없어 귀를 스치면 없어지므로 악보를 만들어 완급을 알고 그림으로 악기의 형체를 분별케 하고 절차 등으로 시행법을 알게 하고자 함이 편찬의 목적이다.
⑧편찬 연대와 서문의 필자 : 홍치 6년 계축(1493), 8월 상순에 자헌대부, 예조판서, 동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의 관직을 가진 성현(成俔)이 쓴다고 되어 있다.
○ 악률론의 내용
악률론은 60조도를 시작으로 권1에 집중되어 있는데, 아악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음악의 보편적 원리를 해석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권1이 모두 아악 이론만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속악, 즉 당악조에 대한 설명도 28조도설에 있고 악조총의 이하는 향악 이론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게 되어 있다. 향악 이론의 실제는 권7의 산형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권1에서 먼저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악률론을 서술한 권1의 각 항목에 들어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60조도: 12율이 각각 궁(key)이 되어 7음음계로 된 궁조, 상조, 각조, 치조, 우조 등 5개 선법으로 짜여진 60개의 스케일을 말한다. 60조도에는 단지 스케일만 적지 않고 각각의 스케일에 따라 발생하는 변율과 반성(청성)의 표시를 해 놓았다. 이미 채원정의 『율려신서』를 인용한 것이지만, 『악학궤범』은 복잡한 지조식 조 명명법을 삭제하고 위조식으로 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7음음계에서 변치와 변궁을 뺀 5음음계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상하일이지보를 첨가하여 향악이론을 이해하는 데 편리한 독창성을 보였다.
② 시용아악십이율칠성도: 12율이 각각 궁(key)이 되어 7음음계로 된 스케일에서 나오는 율 가운데, 어떤 경우에는 변율, 변반율, 청성 등에 해당하는 율이 필요하지만 청황, 청대, 청태, 청협 네 개의 청성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표이다.
③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 12율이 12월과 12지(支)에 배당하여, 시작하는 율에서 8번째 격한(떨어진) 율이 삼분손익의 차례에 따른 율이 되어 11번 반복하면 처음 율로 돌아오는 그림과 함께 곤륜산의 대나무를 취해 만든 율관이 봉황의 암수 울음에 따라 6양률 6음려로 짝이 되며 태양의 움직임인 일전(日纏)과 북두칠성의 자루 두병(斗柄)을 상징한다는 중국 고대 전설에 대한 내용이다.
④ 십이율위장도설: 황종 9촌을 기준으로 삼분손익하여 만든 12율관의 둘레와 길이에 관한 도설이다. 둘레는 12율관 모두 9분으로 동일하다고 하였다. 길이는 황종 9촌, 임종 6촌, 태주 8촌, 남려 5.3촌, 고선 7.1촌, 응종 4.66촌, 유빈 6.28촌, 대려 8.376촌, 이칙 5.551촌, 협종 7.4373촌, 무역 4.8848촌, 중려 6.58346촌이다. 12율의 율관 길이 산출법은 모두 9푼척으로 계산한 결과이다.
⑤ 변율: 삼분손익법에 의한 12율관의 길이 산출에서 마지막으로 산출되는 중려 율관 길이에서 삼분손익하면 청황종 율관 길이가 나오고, 익일하면 황종 율관의 길이가 나오는데 정율의 율관 길이보다 조금 짧아서 정율보다 조금 높은 음이 나온다. 여기서 산출되는 정율보다 조금 높은 음을 변율이라고 한다. 6변율의 전성과 반성을 사용하는 이유는 청궁이상의 음을 사용하지 않고 칠성(궁,상,각,변치,치,우,변궁)만을 사용하는 율려신서 60조이론에서 필요한 변율이 황, 임, 태, 남, 고, 응의 6변율이기 때문이다.
⑥ 반지상생도설: 반지(班志)는 반고의 한서 율력지를 말하는 것이고 상생관계를 취처생자(娶妻生子), 즉 장가들어 아내를 얻고 다음으로 자식을 얻는 관계로 보는 그림과 도설이다. 삼분손익의 차례로 생성되는 율을 아내와 아들을 얻는다고 상징화하는 설이다.
⑦ 양률음려재위도설: 12율을 삼분손익의 차례와 음고의 차례로 배치했을 때, 6개의 양율은 자리를 유지하나 6개의 음려는 서로 2개율씩 자리바꿈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⑧ 오성도설: 궁, 상, 각, 치, 우 5성(五聲)을 다섯 방위(方位)로 배치하고 하도(河圖)의 숫자와 5성의 줄 수(絲數)를 적으며 그 외에 다섯 절기(五節), 5행(五行), 5성(五性), 5정(五情), 5사(五事), 5상(五象), 5장(五臟), 5색(五色), 5용(五用), 5미(五味), 5취(五臭) 등을 배당해 놓은 그림과 설명이다.
⑨ 팔음도설: 금, 석, 사, 죽, 포, 토, 혁, 목의 8가지 재료에서 나오는 음색 구분인 팔음이 8개 방향과 8개 바람 및 문왕 8괘에 배속한 그림과 설명이다.
⑩ 오음율려이십팔조도설: 중국의 속악, 즉 당악조에 대한 도설이다. 7궁, 7상, 7각, 7우에 각각 4개의 조가 있어 28조이다. 이 28조에 속호, 즉 대석조, 반섭조, 월조, 쌍조 등의 속명도 소개하고 있다.
⑪ 삼궁: 『주례』 「춘관」 대사악에서 쓰는 삼궁의 악조명을 먼저 들고 해당 음악과 춤에 대한 설명을 한 부분이다. 하늘제사에 사용하는 음악은 협종궁, 땅제사에 사용하는 음악은 임종궁, 사람제사에 사용하는 음악은 황종궁을 상용하는 것을 말한다.
⑫ 삼대사강신악조: 삼대사는 천신제, 지기제, 인귀제를 말하며 각 제사의식에서 쓰는 각각 4개의 악조인 궁조, 각조, 치조, 우조의 위조식 조명과 『송사』에서의 지조식 해석의 차이, 그리고 시용악조이다. 즉 현재 조선에서는 위조식을 지조식으로 바꾼 것을 다시 궁조화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설명이다. 결국 아악을 쓰고 있으나 모두 궁조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⑬ 악조총의: 아악은 12율궁이 있고 속악은 단지 7조(調)(指, key)가 있는데, 1지는 협종 고선, 2지는 중려 유빈, 3지는 임종, 4지(속칭 횡지)는 이칙 남려, 5지(속칭 우조)는 무역 응종, 6지(속칭 팔조)는 청황종, 7지(속칭 막조)은 청대려, 청태주이다. 악조에는 궁, 상, 각, 치, 우 5조, 낙시조 우조의 평조 계면조, 하림조, 최자조, 탁목조 등과 5조 내 치조(속칭 평조), 우조(속칭 계면조)에 대한 설명이다.
⑭ 오음배속호: 여기서 말하는 5음은 속악의 5음음계를 말하며 옥타브 위 아래인 청성과 탁성으로 포함하여 기보할 수 있는 숫자보인 상하일이지보에 대한 설명이다.
⑮ 십이율배속호: 합, 사, 일, 상, 구, 척, 공, 범, 육, 오(육오, 고오, 첨오) 등 10개의 글자로 된 소위 공척보와 그 약자인 약자보에 대한 설명이다. 이 기보와 더불어 대금의 지법(안공법)을 들어 12율의 소리가 각각 어떤 연주법으로 소리가 나는지와 해당 기보(약자보)를 서술한 내용이다.
『악학궤범』은 크게는 악서라고 볼 수 있지만 악, 가, 무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헌의 성격을 악률서, 의궤, 정재 도해, 악기 해설서 등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악서’, ‘음악 이론서’, ‘의궤’, ‘악전’, ‘음악 규범서’등 다양한 정의가 있으나 그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악학궤범』은 근대 이전까지의 문헌 중에 음악과 무용에 대해 이보다 상세한 기록이 없는 유일무이한 문헌이다. 『악학궤범』의 중요성은 초판본 편찬된 이후 조선시대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복각에서도 알 수 있고 근대 이후 영인본의 발간과 번역본의 출판, 그리고 수백 편의 『악학궤범』 관련 논문이 증명하고 있다. 『악학궤범』은 오늘날 음악학계에서 악률, 의례와 악현, 정재, 악기, 복식, 의물 등 전통시대의 음악 실제와 음악 이론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김수현, 『악학궤범』권1에 나타난 중국 음악이론의 주체적 수용 양상에 대한 고찰」, 『유교사상문화연구』 47, 한국유교학회, 2012. 김종수, 『악학궤범』 악기분의 음악사학적 고찰」, 『동방학』 16, 한서대동양고전연구소, 2009. 남상숙, 『악학궤범』 소재 율장의 문제점 및 율산에 관한 연구」, 『한국음악연구』 15ㆍ16, 한국국악학회, 1986. 송방송, 『악학궤범』의 문헌적 연구-인용기사를 중심으로」, 『민족문화연구』 16,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1982. 송지원, 『악학궤범』 저자 성현」, 『문헌과 해석』 43, 태학사, 2008. 이보형, 『악학궤범』 60조도의 구성원리와 오음약보의 의미」, 『한국음악사학보』 20, 한국음악사학회, 2002. 이숙희, 『악학궤범』 사상체계의 형성 배경과 성격」, 『한국음악사학보』 33, 한국음악사학회, 2002. 정화순, 『악학궤범』 문묘제례악 연구」, 『동양예술』 11, 한국동양예술학회, 2008.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