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소장 필사본 거문고악보
강릉 선교장(船橋莊) 소장의 필사본 거문고 악보로서 정간보에 현악영산회상 전 바탕 9곡과 뒷풍류 3곡, 도드리 2곡 등 14곡이 율명으로 기보되어 있다. 필사 시기는 1926년이고 필사자는 송천(松泉)이다.
강릉 선교장은 효령대군의 11대손 가선대부가 처음 세운 이후 300년 동안 내려오는 고택으로 여기에 소장된 글씨 그림 등의 유물 이외에 악보로 『협률대성』(19세기)과 더불어 『현금보 초』가 소장되어 있었다. 선교장 안에 활래정(活來亭)은 16세 이근우(1877~1938)가 중건해서 많은 시객, 묵객, 풍류객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하에 풍류음악의 대표적인 성악악보 『협률대성』과 기악악보 『현금보 초』는 상징성을 띤다. 그동안 『협률대성』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현금보 초』는 목록만 공개되었을 뿐이었다. 이 자료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위탁 보관되어 오다가 2017년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 편찬정보
표지에는 대정 15년 (1926) 9월, 송천(松泉)이라고 적혀 있다. 크기는 가로 20cm 세로 27cm이고 내지는‘李王職雅樂部’라는 도장이 인쇄된 용지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면에는 맨 윗칸에 악기의 앞글자가 쓰여 있는데, 玄(거문고), 琵(비파), 笒(대금), 觱(피리), 伽(가야금), 洋(양금)이 이미 인쇄되어 있는 용지에 적은 것으로 보아 총보를 그릴 용지에 거문고 선율만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쇄된 정간 안에 붉은색 펜으로 율명을 적어 넣었고 맨 오른쪽 행에는 장구 부호가 검정색으로 그려져 있으며 장단이 바뀔 때에는 중간에도 장단 기호가 그려져 있다.
○ 구성 및 세부내용
수록된 악곡은 모두 14곡이고 곡명과 분장의 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上灵山(상영산, 4장), 中灵山(중영산, 5장), 細灵山(세영산, 4장), 加樂除只(가락제지, 3장), 三絃還入(삼현환입, 4장), 下絃還入(하현환입, 4장), 念佛還入(염불환입, 4장), 打鈴(타령, 4장), 軍樂(군악, 4장), 界面加樂除只(계면가락제지), 兩淸還入(양청환입), 羽調加樂除只(우조가락제지), 尾還入(미환입, 7장), 細還入(세환입, 7장)
현행 거문고보의 제목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또 각 곡의 분장 수와 장단의 수가 현행과 일치하지만 정간의 칸수는 현행 한 정간 한 박을 넣는 것과 달리 상영산에서 삼현환입 1각까지는 모두 20정간에, 삼현환입 2각부터 세환입까지는 모두 12정간에 적었다. 각 악곡의 장과 정간 수를 현행 거문고보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玄琴譜 抄』 | 현행 거문고 악보 | ||||||||
---|---|---|---|---|---|---|---|---|---|
밑도드리 | 7장 | 6박 | 6정간 | ||||||
웃도드리 | 7장 | 6박 | 6정간 | ||||||
上灵山 | 4장 | 20박 | 20정간 | 상령산 | 4장 | 20박 | 20정간 | ||
中灵山 | 5장 | 20박 | 20정간 | 중령산 | 5장 | 20박 | 20정간 | ||
細灵山 | 4장 | 10박 | 20정간 | 세령산 | 4장 | 10박 | 10정간 | ||
加樂除只 | 3장 | 10박 | 20정간 | 가락덜이 | 3장 | 10박 | 10정간 | ||
三絃還入 | 1각 | 4장 | 10박 | 20정간 | 삼현도드리 | 1각 | 4장 | 10박 | 10정간 |
6박 | 12정간 | 6박 | 6정간 | ||||||
下絃還入 | 4장 | 6박 | 12정간 | 하현도드리 | 4장 | 6박 | 6정간 | ||
念佛還入 | 4장 | 6박 | 12정간 | 염불도드리 | 4장 | 6박 | 6정간 | ||
打鈴 | 4장 | 12박 | 12정간 | 타령 | 4장 | 12박 | 12정간 | ||
軍樂 | 4장 | 12박 | 12정간 | 군악 | 4장 | 12박 | 12정간 | ||
界面加樂除只 | 없음 | 12박 | 12정간 | 계면가락도드리 | 없음 | 12박 | 12정간 | ||
兩淸還入 | 없음 | 4박 | 12정간 | 양청도드리 | 7장 | 4박 | 4정간 | ||
12박 | 7장 | 12박 | 12정간 | ||||||
羽調加樂除只 | 없음 | 12박 | 12정간 | 우조가락도드리 | 7장 | 12박 | 12정간 | ||
尾還入 | 7장 | 6박 | 12정간 | ||||||
細還入 | 7장 | 6박 | 12정간 | |
『현금보 초』를 현행 거문고보와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점이 보인다. 먼저 탁성표시에 있어서는 지금처럼 탁성은 율명 옆에 인변(亻)을 붙이고 배탁성에는 두인변(彳)을 붙이는 것과는 달리 탁성에는 ‘(’이나 ‘i’을 붙이고 배탁성에는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거문고보에서 가장 높은 옥타브인 정성의 경우 현행에서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 것에 비해 『현금보 초』에서는 |를 두 개 붙이거나(|| ) |와 ⅰ두 가지 기호를 합쳐서 붙인 경우(|í )도 있다.
배탁성 | 탁성 | 중성 | |
---|---|---|---|
『玄琴譜 抄』 | 黃 | |黃 | ||黃 |
í黃 | |í黃 | ||
현행 정간악보 | 㣴 | 僙 | 黃 |
그 외에 시김새나 연주법 표기를 보면 싸랭의 기호는 현행과 같고 퇴성과 자출의 경우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자로 퇴성은 (艮) 자출은 (自)로 표기되어 있다. 청줄의 표시, 즉 괘상청과 괘하청을 현재 中과 下로 표기하는데 반해 靑上 과 靑中으로 표기했다. 쌀갱 표기는 오늘날과 같이 이고 뜰 표기도 ∨로 같다.
음고에 있어서도 현행과 다른 점이 있다. <군악>곡에서 협종으로 기보된 음들이 자주 출현하는데, 이는 현행 악보나 연주에서 고선 음으로 기보하고 연주하는 음들이다. 한 두 번이 아니라 모든 고선음 대신 협종음으로 기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현행 <밑도드리> 6장 9각에서 합주 시에 모든 악기가 남려로 연주하는 음을 오로지 거문고만 무역으로 연주하여 묘한 불협화음을 내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이왕직아악부 현금보』에도 역시 무역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금보 초』에는 이 부분이 남려로 기보되어 있다.
이 악보의 필사 시기가 1916년의 『조선음률보』와 1930년대의 『아악부 현금보』 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1920년대 줄풍류 음악의 악곡, 장단, 연주 순서, 기보 등에 있어서 과도적 양상을 볼 수 있다. 그중 현재 쓰고 있는 정간보의 율명에 탁성(亻), 배탁성(彳) 등의 기보가 분명하게 붙어있는 현재의 정간보 율명 기보가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그 초기 형태를 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한 <군악>에서 고선 대신 협종으로 기보된 음과 <밑도드리> 6장 9각에서 무역 대신 남려로 기보된 점을 통해 줄풍류 음악의 변화 양상을 고찰할 수 있는 사료로 볼 수 있다.
『朝鮮舊樂 靈山會像』, 金仁湜(著作 및 發行), 趙彛淳(校閱), 1914. 『朝鮮音律譜 第一篇』, 태학서관 광동서국 발행, 1916. 『雅樂部 玄琴譜』, 『韓國音樂學資料叢書』25, 1989. 『雅樂部五線樂譜 重光之曲』(1938)→『韓國音樂學資料叢書 四十六』, 국립국악원, 2012. 김수현, 「선교장 소장 악보 『玄琴譜 抄』 연구」, 『장서각』 39, 한국학중앙연구원, 2018. 김영운, 「古樂譜解題-國立國樂院所藏 雅樂部 樂譜」, 『韓國音樂學資料叢書』25, 1989. 차장섭, 『선교장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집 이야기』, 열화당, 2011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