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공후(臥箜𥱌), 봉수공후(鳳首箜篌, arched harp), 궁형공후(弓形箜篌, arched harp), 수공후(竪箜篌, 手箜篌, angular harp), 대공후, 소공후
나무로 만든 울림통에 여러 개의 현이 연결되고 양손으로 현을 뜯어 연주하는 현악기
공후는 고대 하프류의 악기에서 유래되었으며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와공후, 봉수공후, 수공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와공후는 지터류의 악기로 한국의 거문고를 뜻한다, 봉수공후와 수공후는 하프류의 악기로 봉수공후는 미얀마 ‘사웅’이 대표적이다. 수공후는 하프류의 악기로 일본에서는 정창원의 악기를 복원하여 연주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이란, 북한 등에서 개량하여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후’는 하프류의 악기인 수공후를 지칭하고 있다.
공후를 의미하는 하프류의 악기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시작된 고대 현악기이다. 메소포타미아를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하프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동쪽으로 창(Chang)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었다. 중국에 유입되면서 ‘공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하프류 악기 뿐 아니라 지터류 악기도 포함하였다.
문헌에 등장하는 공후(箜篌)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지터류(Zither) 공후인 와공후(臥箜𥱌)와 하프류(Harp)의 두 종류인 수공후(竪箜篌, angular harp)와 봉수공후(궁형공후弓形箜篌, arched harp)이다. 이 중 수공후는 L자 형태로 공명통이 세워져 있으며, 봉수공후는 C자 형태로 공명통이 아래쪽으로 궁형(弓形)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 이후 공후의 명칭은 수공후와 같은 하프류 악기만을 지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후와 관련된 최고(最古) 기록은 고조선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다. ‘공무도하가’는 공후가 처음 등장하는 노래인 동시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인 고조선의 노래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공후는 하프류 악기가 도입되기 이전에 우리민족이 대중적으로 사용한 악기인 장방형의 악기를 지칭하는 와공후이다.
이후 중국 『수서』, 『신당서』 예악지, 『구당서』 음악지의 구부기와 십부기의 고려기에는 고구려에서 사용된 공후로 수공후, 와공후, 봉수공후 모두가 등장한다. 『삼국사기』 역시 중국의 문헌 『통전』을 인용하여 고구려음악에 와공후와 수공후가 사용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구려의 후손인 발해의 공주 묘인 발해 정효 공주묘에서도 수공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공후는 백제악을 설명하는 『수서』, 『북사』, 『통전』, 『구당서』의 중국자료 모두에 기록되어 있으며, 특히 『수서』의 기록에서는 고구려 악에는 공후가 보이지 않고 백제악에만 공후가 보인다. 다만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공후’라고만 기록해 놓고 있어, 문헌자료만으로는 그 형태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백제금’을 통해 이는 수공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일본후기』 809년의 기록은 백제의 수공후가 일본에 전해졌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왜명유취초』의 백제금에 관한 기록은 일본 쇼소인에 소장된 ‘공후’가 백제에서 건너온 악기임을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남북국시대에도 공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신라의 경우 신라 성덕왕 때에 만들어진 상원사의 범종의 종신, 발해의 경우 문왕의 딸인 정효공주의 묘에 그려진 고분벽화에 수공후를 연주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 이후 언제까지 수공후가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고려시대 송(宋)나라 휘종(徽宗)이 고려에 국신사(國信使)를 보낼 때 수행한 서긍(徐兢)이 송도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림을 곁들여서 기록한 책인 『고려도경(高麗圖經)』 권40 악율조에 공후가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고려사』 「악지」에는 고려 예종 9년인 1114년 고려의 사신 안직숭이 송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송의 휘종이 새로 만든 공후, 박판, 방향, 비파, 장고, 쟁, 적 피리 등 여러 악기와 악보 및 지결도를 가져온 기록이 있다. 이러한 문헌들에 기록된 바를 정리해보면 공후는 삼국시대에 널리 사용되었으나, 백제의 멸망과 더불어 잠시 그 맥이 끊겼다가 고려에 와서 다시 그 명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공후가 또다시 사라졌다. 수공후가 사라진 것은 물론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봉수공후(궁형공후)는 인도를 거쳐 미얀마에 들어와 현재까지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사용되고 있지만, 수공후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18세기 초까지 이란에서 사용된 것을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는 모두 맥이 끊어졌다. 그러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란, 중국, 일본, 북한 등 아시아 각국에서는 공후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오늘날에는 각국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공후가 제작되어 연주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조선시대 이후 공후는 맥이 끊겼으나, 1936~7년경 당시 이왕직아악부의 아악사장이었던 함화진이 북경에서 대공후(大箜篌), 소공후(小箜篌), 수공후(竪箜篌) 3점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이 악기는 1920년대 중국 예술연구원 음악연구소(藝術硏究院 音樂硏究所)에서 새롭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악기 명칭과 형태도 고대의 형태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의 공후 제작은 1960년대 초반 국립국악원 소장 공후를 모델로 하여 국악예술학교에 의해 유사한 형태의 3종류 공후가 처음으로 제작되었다. 이 중 지영희의 시안으로 만들어진 틀을 가진 형태를 가진 수공후(국립국악원 명칭)가 성금연의 연주로 관현악단에서 활용되었다. 학생들에게 부전공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1962년 연주를 시작으로 1978년까지 사용되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1967년 기존에 소장하고 있던 3종류의 공후를 토대로 수공후와 와공후를 제작하였다. 제작 수공후는 양면으로 현을 배치하여 48현으로 늘였고, 제작 와공후는 하프류 형태로 변모하였다. 제작 와공후와 제작 수공후는 새로운 형태의 공후를 보여줬다는 의미를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연주되지는 못했다.
2002년 사단법인 고악기연구회가 공후 연구를 시작으로 공후 제작을 시작하였다. 백제금과 상원사 범종의 도상을 토대로 제작된 공후는 현재까지 연주되고 있다.
고대 악기 공후는 고구려, 백제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이다. 특히 일본 문헌에 ‘백제금’이라 기록되고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바와 같이 백제의 대표적인 악기였다. 통일 신라 상원사 범종 한 중앙에 새겨진 공후는 고려시대까지 궁중에서 사용되었으나, 조선시대에이르러 사라졌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사라진 고대 악기 공후를 여러 단체에서 개량 복원하고, 이를 실용화하여 연주하고 있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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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연(趙石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