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문물제도를 밝힌 16고(考) 250권의『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가운데 권90에서 권108까지의 악(樂)과 관련된 책
『증보문헌비고』는 조선 영조대(1724~1776)에 처음 편찬되었고, 정조대(1776~1800)에 보완하였으며, 대한제국 시기에 추가 보완을 거쳐 1908년에 간행된 백과사전류 서적이다. 총 250권 중 권90에서 권108까지는 악고(樂考)이며, 제1차 편찬 때 악고를 서술한 사람은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이다.
영조가 1769년(영조 45) 12월에 문헌비고(文獻備考) 편찬 명령을 내림에 따라, 홍봉한 등이 1770년(영조 46) 정월부터 본격적인 편찬에 들어가 8월에 총 13고(考)로 분류한 100권 분량의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을 간행하였는데, 이중 악고는 서명응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여러 사람이 나누어 편찬하였기 때문에 체제도 서로 다르고, 있는 자료도 다 뽑지 못하였으며 오류도 많았다. 그러므로 1782년(정조 6)에 이만운(李萬運)에게 맡기어, 『동국문헌비고』의 잘못된 부분을 정정(訂正)하고 빠진 것을 보충하며 영조 이후의 사실을 추가하도록 하여 1790년(정조 14)에 일단락지었다. 이후 이만운은 1797년(정조 21) 죽을 때까지 정조 즉위 후의 사실을 증보하였고, 그의 아들 이유준(李儒準)이 이어서 보완 작업을 하였다. 『증정동국문헌비고(增訂東國文獻備考)』 또는 『증보동국문헌비고』로 불린 이 책은 20고 146권으로 이루어졌는데 간행되지는 않았다. 1894년의 갑오경장으로 문물제도가 크게 바뀌자, 대한제국 시기인 1903년 법무국장 김석규(金錫圭)의 건의로 박용대(朴容大)ㆍ조정구(趙鼎九)ㆍ김교헌(金敎獻)ㆍ김택영(金澤榮)ㆍ장지연(張志淵) 등 33인이 다시 찬집하여 16고 250권의 『증보문헌비고』를 1908년에 인쇄하였다.
『증보문헌비고』악고는 율려제조(律呂製造), 후기(候氣), 도량형(度量衡), 역대악제(歷代樂制), 악기(樂器), 악현(樂懸), 악가(樂歌), 악무(樂舞), 악복(樂服), 악인제복(樂人祭服), 악인(樂人), 습악(習樂), 악의잡령(樂儀雜令), 속부악(俗部樂), 산악(散樂), 훈민정음(訓民正音)에 이르기까지 악과 관련해서 거의 모든 사항을 다루었다. 훈민정음을 악고에 포함시킨 이유는, ‘훈민정음은 순치후설(脣齒喉舌)의 소리, 궁상각치(宮商角徵)의 조, 청탁고하(淸濁高下)의 변화를 극진히 하였으므로, 음악이 아니지만 음악의 본질과 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고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권 90 | 악고 1 | 율려제조 |
권 91 | 악고 2 | 후기 |
도량형 | ||
권 92 ~ 94 | 악고 3 ~ 5 | 역대악제 1 ~ 3 |
권 95 ~ 96 | 악고 6 ~ 7 | 악기 1 ~ 2 |
권 97 | 악고 8 | 악현 |
권 98 ~ 99 | 악고 9 ~ 10 | 악가 1ㆍ2 : 종묘 |
권 100 | 악고 11 | 악가 3 : 제사(諸祀), 원묘열조악가(原廟列朝樂歌), 부(附) 고취요가(鼓吹鐃歌) |
권 101 | 악고 12 | 악가 4 : 조회연향(朝會宴饗) |
권 102 | 악고 13 | 악가 5: 존호(尊號) |
권 103 | 악고 14 | 악가 6: 당악(唐樂), 향악(鄕樂), 군악(軍樂) |
권 104 | 악고 15 | 악무, 악복, 부(附) 악인제복 |
권 105 | 악고 16 | 악인, 습악, 부 악의잡령 |
권 106 ~ 107 | 악고 17 ~ 18 | 속부악 1 ~ 2, 산악 |
권 108 | 악고 19 | 훈민정음 |
『문헌비고』편찬 당시 지금처럼 사료의 접근이 쉽지 않았으므로, 《정대업》ㆍ《보태평》ㆍ《발상》등을 지은 연대를 세종 17년으로 잘못 기록하는 등, 간혹 오류가 발견되지만,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악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이는 옥의 티일 뿐이다.
예를 들면, 『대악전보(大樂前譜)』목록과 같은 것은 『증보문헌비고』가 없었으면 알 수 없었을 귀한 정보이다. 또한 기자조선악(箕子朝鮮樂)으로 〈서경곡〉과 〈대동강곡〉을 소개하면서 ‘『고려사』악지에서는 기자조선 때 민간이 지은 가사라고 하나, 고려 사람이 모방해서 지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라고 평한 것에서 보듯이, 이전의 기록을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하고자 한 점이 돋보인다.
『역주증보문헌비고- 악고 -』 국립국악원, 1994.
김종수(金鍾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