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서(律書), 주채신서(朱蔡新書)
1187년 중국 송나라 채원정(蔡元定)이 저술한 악률 이론서
1187년 북송대의 성리학자 채원정(蔡元定, 1135~1198)이 중국 송대(宋代)까지의 악률에 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집약하고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이론을 피력한 음악이론서이다. 책은 「악률본원」과 「악률증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은 변율론이다. 18율(律)과 60조(調)에 관한 이론을 다루었다. 세종대에 율관을 제정하고 아악기를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 이론으로 삼았으며 『악학궤범』의 권1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인, 60조론, 12율위장도설, 변율론, 양률율려 재위도설 등에서 인용된 문헌이다.
이 책의 저자 채원정은 남송대의 악률가이며 이론가이다. 자는 계통(季通)이고 건양(建陽) 사람이다. 악서의 서문은 당시 주희(朱熹), 즉 주자가 썼고 주자의 참여가 있다고 생각하여 훗날 이를 ‘주채신서(朱蔡新書)’라고 부르기도 했다. 율려신서의 제작은 기존의 악률론이 가지고 있었던 왕이불반(往而不反)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한 이론을 피력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초기 성리학설을 집대성한 『성리대전(性理大全)』이 들여올 때, 그 안에 포함되어 함께 들어온 것이며 1430년 부터 세종의 경연에서 교재로 사용되었고 아악정비의 기초사업인 율관제작의 문헌적 근거로 사용되었다. 또 조선후기에는 이만부(李萬敷)·황윤석(黃胤錫)·박치원(朴致遠)·유희(柳僖) 등의 학자들이 『율려신서』만을 가지고 해석 또는 번역을 시도했고, 조선후기 악률론에서 중요한 악서로 널리 활용되었다.
○ 편찬정보
『율려신서』는 조선 초기 『성리대전(性理大全)』에 포함되어 들어왔다. 『성리대전』은 1414년 명나라 호광(胡廣,1370~1418) 등 42명이 편찬한 총 70권의 성리학(性理學) 문집이다. 『성리대전』에 속한 저서는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 권1)』과 『통서(通書, 권2, 3)』, 장재(張載)의 『서명(西銘, 권4)』과 『정몽(正蒙, 권5, 6)』, 소옹(邵雍)의 『황극경세(皇極經世, 권7~13)』, 주희(朱熹)의 『역학계몽(易學啟蒙, 권14~17)』과 『가례(家禮, 권18~21)』, 채원정(蔡元定)의 『율려신서(律呂新書,권22, 23)』, 채침(蔡忱)의 『홍범황극내편(洪範皇極內篇, 권24, 25) 등이다. 『성리대전』 22권과 23권에 『율려신서』가 들어 있고 채원정의 아들인 채침의 『홍범황극내편』이 24권과 25권에 걸쳐 있다. 성리학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책에 채원정 부자의 저술이 다 들어간 것이다. 그만큼 채원정 일가가 성리학에 통달한 가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동시에 『율려신서』의 성격이 성리학의 틀 안에 있음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1415년 판본 『성리대전』이 조선 세종 원년(1419)에 명나라에서 들어온 책을 토대로 다시 발간하여 내려오고 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성리대전』 판본은 세종 9년(1427) 복간본이며 목판본 70권 23책이고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의 발문이 첨부되었다. 이후 두 번째 복간된 판본이 인조 22년(1622) 70권 35책이며 현재 서울대 규장각도서관에 전하며 정조대(1776~1800)에 세 번째로 복간된 판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연대불명 10종의 판본이 있다.
○ 구성 및 세부 내용
『율려신서』는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율려본원」(律呂本元)과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율려증변」(律呂證辨), 이렇게 두 편(篇)으로 나뉘어 편찬되었다. 「율려본원」은 음악이론의 원론적인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면, 「율려증변」은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내세우고 이에 대해 논증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
律呂新書(一) 律呂本原(율려본원) | 律呂新書(二) 律呂證辨(율려증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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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 | 黃鐘(황종) | 第一 | 造律(조율) |
第二 | 律長短圍徑之數(율장단위경지수) | ||
第二 | 黃鐘之實(황종지실) | 第三 | 黃鐘之實(황종지실) |
第三 | 黃鐘生十一律(황종생11율) | 第四 | 三分損益上下相生(삼분손익상생) |
第四 | 十二律之實(12율지실) | ||
第五 | 變律(변율) | 第五 | 和聲(화성) |
第六 | 律生五聲圖(율생오성도) | 第六 | 五聲小大之次(오성소대지차) |
第七 | 變聲(변성) | 第七 | 變宮變徵(변궁변치) |
第八 | 八十四聲圖(84성도) | 第八 | 六十調(60조) |
第九 | 六十調圖(60조도) | ||
第十 | 候氣(후기) | 第九 | 候氣(후기) |
第十一 | 審度(심도) | 第十 | 度量權衡(도량권형) |
第十二 | 假量(가량) | ||
第十三 | 謹權衡(권근형) |
『율려신서』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은 황종율관 수치, 12율관, 오성과 변성, 변율, 84성과 60조, 후기법, 도량형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는데, 먼저 황종율관의 길이와 원둘레, 원면적, 체적분 등을 다 거론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변율이론이다. 변율은 삼분손익의 마지막 율인 중려에서 다시 삼분손익을 하게 되면 처음 기준율인 황종율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데서 발생한다. 변율은 기존 정율보다 조금 높다. 채원정은 이 때문에 6변율을 쓰자는 주장을 한다.황종율을 기준으로 하여 삼분손익하는 과정에서 13번째에는 기준음인 황종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금 높은 율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변율이라고 한다. 이어 변황종의 율 이후 다시 삼분손익을 하게 되면 변임종이 나오고 그 다음은 변태주가, 변남려가, 변고선이, 변응종, 변유빈, 변대려, 변이칙, 변협종, 변무역, 변중려 등이 나오며 그 다음에 나오는 율도 모두 변율이다. 즉 끊임없는 변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음계를 만들어 나갈 때에 12개의 정율만을 궁으로 삼아 음계를 만든다면, 황종에서 중려까지 궁으로 삼는 12개의 음계에는 6개의 변율만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변율은 6개, 즉 변황종, 변임종, 변태주, 변남려, 변응종, 변고선에서 그칠 수 있다.
『율려신서』는 동양악률사에 있어서도 무게를 가지는 악서이다. 악률에 관한 논의는 기원전 4~5세기 『관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사기ㆍ율서』, 『한서ㆍ율력지』 등에서 크게 논의가 되었는데, 이 중에 특히 삼분손익의 마지막 음이 끝내 애초의 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왕이불반(往而不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송대에 나온 채원정의 『율려신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6변율(變律)을 제시했다. 변율론은 명대에 주재육이 계산해낸 신법밀율, 즉 평균율로의 전환 이전의 대안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율려신서』는 조선시대 유교적 음악정책과 그 실천으로 음악부흥을 이루는데 가장 핵심적인 문헌 근거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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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