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모궁제례악(景慕宮祭禮樂) 중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초헌(初獻) 절차에서 헌관(獻官)이 퇴장하는 인출(引出)에 사용하던 음악과 노래(악장)
유길곡(維吉曲)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正祖)의 생부(生父)인 사도세자(思悼世子)와 그 부인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의 신위(神位)를 모신 경모궁(景慕宮)의 제례에서 네 번째 절차인 초헌 중 인출에 사용했던 음악과 악장(樂章)이다. 악장은 사언 사구(四言 四句)이며, 음악은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의 《보태평(保太平)》 중 〈역성(繹成)〉을 축소하여 만들었다. 악현(樂懸)은 등가(登歌)를 쓰고, 일무(佾舞)는 문무(文舞)인 《계희운지무(啓熙運之舞)》를 추었다.
정조는 즉위 원년(1776) 생부인 사도세자의 사당을 수은묘(垂恩廟)에서 경모궁(景慕宮)으로 이름을 바꾸고 개축을 명하였으며, 경모궁제례에 사용하기 위한 경모궁제례악을 제정하였다. 경모궁제례악 중 유길곡의 악장은 대제학(大提學) 이휘지(李徽之, 1715~1785)가 사언팔구((四言八句)로 처음 지었으며, 순조 9년(1809) 대제학 남공철(南公轍, 1760~1840)에 의하여 현재와 같은 사언 사구로 개작되었다. 음악은 종묘제례악의 《보태평》 중 〈역성〉을 축소하여 만들었다. 유길곡의 악보는 『속악원보(俗樂源譜)』 권3과 권6, 『악장요람(樂章要覽)』 등에 수록되었고,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오선악보』에 총보와 악기별 악보가 실려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최초로 경모궁제례를 거행할 때, 문무와 무무(武舞)는 여섯 명씩 여섯 줄로 늘어서서 36명이 육일무(六佾舞)를 추었다. 고종(高宗) 때인 광무(光武) 3년(1899)에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장조(莊祖)와 헌경왕후(獻敬王后)로 추존(追尊)되고 신위가 종묘(宗廟) 영녕전(永寧殿)으로 옮겨지면서 경모궁제례는 더 이상 거행되지 않았다. 현재는 『속악원보』 권3이나 『악장요람』에 수록된 악장과 동일한 악장을 부른다. 경모궁제례악을 감상용 악곡으로 축소하여 연주할 때 유길곡은 〈오휴곡(於休曲)〉, 〈진색곡(震索曲)〉에 이어서 세 번째 곡으로 연주한다.
○ 악대 경모궁제례악의 악대(樂隊)는 당상(堂上)의 등가(登歌)와 당하(堂下)의 헌가로 나뉘어 배치되었고, 절차에 따라 헌가와 등가가 번갈아 연주하였다. 그 중 유길곡은 등가가 연주하였다. 경모궁제례악을 감상용으로 연주할 때 유길곡은 편종, 편경, 축, 어, 절고, 방향, 아쟁, 대금, 당피리, 해금, 장고, 박의 편성으로 연주한다. ○ 춤 유길곡에 추는 일무는 문무인 《계희운지무》이다. 36인이 왼손에 약(籥), 오른손에 적(翟)을 들고 추었다. 오늘날 감상용으로 연주할 때는 일무는 추지 않는다. ○ 음악적 특징 경모궁제례악에서 유길곡은 〈오휴곡(於休曲)〉, 〈재명곡(齊明曲)〉, 〈제권곡(帝眷曲)〉, 〈진색곡(震索曲)〉의 네 곡과 함께 《계희운지악(啓熙運之樂)》으로 묶인다. 이 중 유길곡은 《보태평》 중 〈역성〉을 축소하여 만들었다. 유길곡은 《보태평》과 같은 황(黃:C4)ㆍ태(太:D4)ㆍ중(仲:F4)ㆍ임(林:G4)ㆍ남(南:A4)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다.
(1) 『경모궁의궤』(1783)에 수록된 이휘지의 유길곡 악장(사언 팔구) 축고유길(祝告維吉), 축관이 길일을 고하였으니 향의불건(享儀不愆). 제례의 절차에 어그러짐이 없다. 유신기우(維神其佑), 신의 도움으로 하룡우천(荷龍于天). 하늘의 명을 받으셨도다. 열광식소(烈光式昭), 공적은 눈부시고 법도는 빛나 대파관현(載播管絃). 관현에 올려 퍼트리도다. 자손보지(子孫保之), 자손들이 이를 보전하여 어천만년(於千萬年). 천만 년에 이르리라. (2) 『금릉집(金陵集)』(1815)에 수록된 남공철의 유길곡 악장(사언 사구) 축고유길(祝告維吉), 축관이 길일을 고하였으니 향의불건(享儀不愆). 제례의 절차에 어그러짐이 없다. 신기보우(神其保佑), 신의 도움과 보살핌이 어천만년(於千萬年). 천만 년에 이르리라.
유길곡을 포함한 경모궁제례악은 국왕으로서 정조의 음악관과 생부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악가무(樂歌舞)이며,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초기까지 제례악의 양상과 변화를 보여 주는 무형문화유산이다. 유길곡은 《보태평》 중 〈역성〉을 축소하여 만든 것이어서, 기존 악곡에서 새로운 악곡을 만드는 한국전통음악의 창작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경모궁의궤』『금릉집』『속악원보』『악장요람』『이왕직아악부 오선악보』『정조실록』
국립국악원, 『편종·편경·방향 정악보』, 2016.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김종수, 「경모궁 제례악 연구」, 『동양음악』 18, 1996. 김종수·이숙희, 『역주 시악화성』, 국립국악원, 1996. 서인화, 『역주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 국립국악원, 2009. 송지원, 『정조의 음악정책』, 태학사, 2007. 임미선, 『조선조 궁중의례와 음악의 사적전개』, 민속원, 2011. 장사훈, 『증보 한국음악사』, 세광음악출판사, 1986.
홍순욱(洪淳旭)